분명 때가 올 겁니다
그때를 기다립니다

# 사진의 영어 단어인 포토그래피의 어원은 빛그림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사진은 ‘빛으로 그린 그림’으로 불립니다. 그만큼 사진에선 빛이 중요합니다. 빛이 재밌는 건 똑같지 않다는 겁니다. 실내·실외 다르고 계절에 따라 하루 중 어느 시간대냐에 따라 빛의 각도, 색감 등이 달라집니다. 

# 요즘 공장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1930년대에 지어진 공장은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공장이 멈춘 지는 10년이 다 되어갑니다. 저는 지금 ‘시간이 정지한’ 그곳에 있습니다. 

# 정적이 흐르는 아침입니다. 설명서조차 너덜너덜해진 소화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언제부터 이 자리를 지켰을까요. 그런데 다시 뒤를 돌아봅니다. 방금 전 봤던 소화기이기 때문입니다. 왜 이제야 눈길을 끈 걸까요? 

# 답은 빛에 있습니다. 한줄기 강한 빛이 소화기를 비춥니다. 소화기는 더이상 불끄는 역할도 못하는 무능력한 기계가 아닙니다. 처마 사이를 뚫고 들어온 태양빛이 이 순간만은 소화기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줍니다. 

# 가끔씩 생각해 봅니다. 나는 쓸모가 있는 사람일까?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 소화기가 불 끄는 역할을 하듯 나는 무슨 역할을 가지고 있을까? 답은 쉽게 찾기 힘듭니다. 그래서 막막할 때도 있습니다. 너무 컴컴해 앞이 보이지 않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돌고 돌면서 세상을 비추는 해가 우리에게도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는 겁니다. 그래서 전 걱정을 접고 태양이 오는 순간을 기다려보기로 합니다. 태양은 하루에 한바퀴씩 도니까요. 당신에게도 분명 때가 올 겁니다.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작가
studiotent@naver.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