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머지포인트 정상화
환불 기준, 환불 규모 깜깜이
전자금융업 등록 이슈 여전해

‘쓸수록 중독되는 할인의 맛’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던 머지포인트가 무너진 지 100여일이 흘렀다. ‘머지런’으로 불리던 대규모 환불 사태는 잠잠해졌다. 하지만 머지포인트가 불러일으킨 논란은 아무것도 해소되지 않았다. 환불 규모와 환불 기준도 알려지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권고한 전자금융업 등록 논란도 여전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머지포인트 100일의 기록을 정리했다.

머지포인트 사태가 터진 지 100여일이 흘렀지만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진=뉴시스]
머지포인트 사태가 터진 지 100여일이 흘렀지만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진=뉴시스]

지난 8월 13일 서울시 영등포구 주택가 일대에 큰 소동이 벌어졌다. 수백명의 사람이 몰렸다. 대로변에서 시작한 긴 줄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주택가 골목으로 이어졌다. 경찰이 출동했고, 방송사까지 나서 줄을 선 사람들을 취재했다.

긴 줄은 오후에도 계속됐고, 사람은 줄지 않았다. 이날 낮 최고 기온이 31도까지 치솟았지만 줄을 선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더운 날씨보다 불투명한 이유로 ‘날린 돈’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그렇다. 8월 13일은 머지포인트 사태가 터진 날이다. 앞선 8월 11일 머지포인트를 판매한 머지플러스는 서비스 축소라는 갑작스러운 소식을 알렸다. 포인트 충전 시 이용자에게 20% 수준의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한 탓에 이용자는 100만명이 넘은 상태였다.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졌고,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이 본사로 몰려들었다.

이후 머지포인트의 각종 의혹을 다룬 기사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폰지사기라는 비판도 일었다. 소비자의 빗발치는 항의에 머지플러스는 순차적으로 환불을 진행하겠다며 성난 소비자를 달랬다. 그렇게 지난여름 대한민국은 머지포인트 사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참고: 폰지사기는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다단계 금융사기다. 돌려막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머지포인트 사태가 터진 지 100여일이 흘렀다. 그사이 이슈는 대중의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관련 기사를 쏟아내던 언론은 잠잠해졌다. 사람들이 긴 줄을 섰던 주택가 골목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머지포인트를 구매한 소비자도 일상으로 돌아갔을까. 그렇지 않다.

■해소되지 않은 논란들 = 머지포인트 사태가 터진 지 3개월이 흘렀지만 명확하게 밝혀진 건 하나도 없다. 머지플러스가 판매한 머지포인트는 3000억원가량이다. 온라인쇼핑협회 회원사 오픈마켓 7곳에서 판매한 금액은 총 2974억원에 이른다. 사업을 본격화한 2019년부터 판매한 금액은 3177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정확한 숫자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100만명으로 알려진 사용자 중 피해를 본 소비자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른다. 이를 유추해 볼 수 있는 자료만 있을 뿐이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머지포인트 관련 상담 건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7월 219건이었던 신유형상품권(전자형 상품권·모바일 상품권·온라인 상품권) 관련 상담 건수는 8월 1만4378건으로 증가했다. 한달 만에 상담 건수가 65배 늘어났다. 9월과 10월에는 각각 7004건, 449건이 접수됐다. 한국소비자원이 밝힌 주요 상담사례는 ‘상품권 포인트의 사용처 제한에 따른 포인트 환급 요청’이다. 8~9월 접수된 2만1382건 대부분이 머지포인트 피해자였던 셈이다.

피해자 불안 키우는 깜깜이 환불

문제는 몇명의 피해자가 환급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환불 과정은 더디기만 하다. 환불 진행 규모와 환불 금액도 알 수 없다. 머지플러스는 SNS를 통해 매일 순차적으로 환불이 이뤄지고 있다는 공지를 하고 있을 뿐이다. 경찰 수사를 이유로 정확한 규모를 알리지 않고 있어서다.

권남희 머지플러스 대표는 지난 10월 5일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순차적으로 환불이 이뤄지고 있지만 규모는 경찰 수사 중인 관계로 증언하기 어렵다”며 “전체 고객이 환불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머지포인트 피해자는 답답하기만 하다. 어떤 기준으로 환불이 이뤄지고 있는지도 알 수 없어서다. 늦게 환불 요청을 하고도 돈을 돌려받은 고객과 사태가 터진 직후 환불을 요청했지만 돈을 돌려받지 못한 고객이 뒤섞여 있는 것도 문제다. 머지포인트 피해자 사이에서 머지포인트 환불을 두고 ‘로또에 당첨됐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머지플러스가 밝힌 순차적인 환불은 피해자에겐 기약 없는 약속이 됐다는 거다.

그렇다고 남아 있는 머지포인트를 쉽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머지포인트를 쓸 수 있는 곳은 프랜차이즈 3곳을 포함해 수십곳에 불과하다. 프랜차이즈 3곳의 사용 한도는 고작 월 1만원이다. 그마저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방에 사는 사용자가 포인트를 쓰는 건 더 어렵다. 이 때문에 머지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머지투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전자금융업 등록 이슈 = 머지포인트 사태의 단초가 된 전자금융업 등록 이슈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은 머지플러스가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전자금융업에 등록하라는 시정권고를 내렸다.[※참고: 현행법상 ▲선불전자지급 수단 발행업 ▲직불전자지급 수단 발행업 ▲전자지급결제 대행업(PG) ▲결제대금예치업(ESCROW) ▲전자고지결제업(EBPP) 등은 전자금융거래 등록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머지포인트를 2개 이상의 업종에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선불식전자지급 수단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권고 때문인지 머지플러스도 사태가 터진 직후 전자금융법 등록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이내 태도를 바꿨다. 권 대표는 국정감사장에서 “변호인으로부터 전자금융법 등록이 필요 없다는 의견을 받았고, 거기에 동의하고 있다”며 “현재 사업구조로는 전자금융법에 등록하지 않고 사업영업 영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권 대표의 이 주장은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머지플러스가 전자금융법 등록 대상이란 의견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머지포인트가 전자금융법 등록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 주장하는 것은 그들의 생각일 뿐이다. 논란 이후 사업을 축소했으니까 전자금융법 등록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서비스 정상화 약속 지켜질까

머지포인트 사태가 터진 후 100여일이 지났지만 속 시원하게 해소된 논란은 하나도 없다. 그러는 사이 환불을 받지 못한 피해자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머지플러스의 정상화를 기대했던 소비자의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시장에서 머지플러스의 정상화를 회의적으로 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핀테크와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신뢰”라며 “믿기 어려운 기업에 돈을 쓸 소비자는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사태가 터진 이후 100여일이 지났지만 머지포인트 고객의 불안을 해소해줄 만한 소식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며 “4개월 내 서비스를 복구하겠다던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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