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사태 30일의 기록

‘무제한 20% 할인’을 앞세워 승승장구하던 머지포인트가 한순간 무너졌다. 공교롭게도 ‘전자금융업에 등록하라’는 금융감독원의 권고가 붕괴의 시발점이 됐다. 머지포인트 자체가 불안전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머지포인트가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금융당국은 뭘 했느냐는 점인데, 이는 다른 금융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원인이기도 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끊임없이 터지는 금융사고의 원인을 역추적해봤다.

무제한 20% 할인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머지포인트가 폰지사기 논란에 휩싸였다.[사진=뉴시스] 
무제한 20% 할인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머지포인트가 폰지사기 논란에 휩싸였다.[사진=뉴시스] 

머지포인트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머지포인트는 ‘20% 무제한 할인’ 서비스를 앞세워 큰 인기를 끌었다. 머지포인트는 일종의 상품권 판매 서비스 플랫폼이다. 소비자는 머지포인트가 20%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한 포인트(머지머니)를 구매해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하면 된다.

10만원어치 포인트를 8만원을 주고 구매할 수 있으니 소비자로선 수지맞는 장사였다. ‘쓸수록 중독되는 할인의 맛’이란 머지포인트의 캐치프레이즈가 빈말이 아니었던 셈이다.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 탓인지 머지포인트의 성장세도 가팔랐다.

머지포인트의 GMV(총 상품 판매액)는 2019년 127억원에서 올해 7월 2110억원으로 몰라보게 늘었다. 그사이 머지포인트를 이용하는 회원은 100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20만명의 고객이 머지포인트 앱에 접속했고, 월평균 결제 고객은 50만명에 달했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마트는 너나 할 것 없이 머지포인트와 제휴를 맺었다.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은 2만개를 훌쩍 넘어섰다. 머지포인트가 입소문을 탄 지 2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참고: 머지포인트를 처음 론칭했던 머지홀딩스는 올해 5월 17일 폐업했다. 머지홀딩스의 서비스는 올해 1월 1일부터 머지플러스(2020년 4월 27일 설립)가 양수했다. 머지홀딩스와 머지플러스의 대표는 권보군씨로, 같은 인물이다. 지난해 12월 대표이사에 물러난 권보군씨는 현재 머지플러스 최고운영책임자(CSO)를 맡고 있다. 더스쿠프는 독자편의를 위해 머지포인트의 사업주체를 ‘머지플러스’로 통일했다.]

하지만 머지포인트가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2주도 되지 않았다. 논란은 8월 초 머지포인트가 전자금융업 등록대상이라는 게 알려진 이후 본격화했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머지포인트 사업을 넘겨받은 머지플러스 측에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자 머지플러스는 8월 11일 돌연 ‘머지머니’와 구독형 서비스인 ‘머지플러스’ 서비스를 중단하고, 머지포인트 사용 대상도 ‘음식업점’으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 발생하자 지난 8월 13일 고객 수백명은 머지플러스에 찾아가 환불을 요구하며 항의하는 사태를 벌였다. 가맹점 이탈 현상도 잇따랐다. 시장은 이 모습을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에 빗대 ‘머지런’이라고 풍자했다.

성난 피해자들은 머지포인트를 이렇게 꼬집고 있다. “전형적인 돌려막기인 폰지사기다.” 머지플러스 측의 주장은 다르다. “절차적 미숙함에서 발생한 논란일 뿐”이라고 일축한다.[※참고: 머지포인트의 사기 여부를 섣불리 판단하기엔 이르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런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짚어봐야 할 문제가 숱하다. 머지포인트를 구매한 소비자와 머지포인트를 받고 상품을 판매한 가맹점들이 입은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느냐가 첫번째 쟁점이다. 또다른 문제는 폰지사기 형태를 띤 금융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머지포인트 사태와 비슷한 ‘TLX패스’의 사례를 살펴보자.

전자금융업 논란에 터진 ‘머지런’

2017년 론칭한 헬스·뷰티 플랫폼 서비스 TLX패스는 멤버십에 가입하면 헬스클럽·마사지숍·네일숍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하지만 과도한 할인율이 시장의 의심을 샀고, 결국 제휴업체 대금 지불에 문제가 생겼다는 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 회사는 끝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2020년 5월)했다. 현재는 매각을 진행 중이다. ‘갑작스러운 성장→우려→ 문제 발생→피해’란 공식이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진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유형의 금융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요인으로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감독 당국의 부실한 관리·감독 시스템을 꼽는다. 실제로 두 요인은 대부분의 금융사고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다시 머지포인트 사태로 돌아가보자. 지난해 3월 19일 머지플러스 측은 ‘대표이사 특별공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지속가능한 시스템 속에서 더 많은 혜택을 드리기 위해 바우처 발행(식권·코드)을 최소한으로 운영하거나 독립적으로 분리할 예정이다. … 기존 11~15%였던 자체 할인율은 5% 수준으로 조정할 예정이다…”[※참고 :머지플러스는 자체할인에 가맹점 할인을 더해 20%의 할인율을 제공했다.]

이 글을 해석하면, 머지플러스 측도 머지포인트의 20% 할인율이 과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머지플러스는 할인율을 조정하겠다는 말을 지키지 않았다. 머지포인트를 분리해 운영하지도 않았다. 머지플러스는 서비스 중단 하루 전까지 20% 할인한 가격으로 상품권을 팔았다. ‘위험’을 볼모로 더 많은 성장을 꾀하겠다는 전략을 사용한 셈이다.

이런 위험한 사업 방식은 아이러니하게도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이기도 하다. 펀드를 설계한 자산운용사는 부실한 투자를 일삼았고, 판매사인 은행과 증권사는 펀드의 위험성을 알고도 이를 숨긴 채 펀드 판매에 열을 올렸다. 그 과정에선 위험성을 알리지 않거나 적합하지 않는 투자자에게 펀드를 파는 불완전판매도 성행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사고의 시작은 기업의 욕심에 있다”며 말을 이었다. “판매 수수료에 목을 맨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는 고객을 기만하면서까지 펀드를 판매했다. 문제가 터지지 않았다면 아무도 모르고 넘어갔을 것이다. 머지포인트 사태도 마찬가지다. 전자금융업 등록이란 이슈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부실한 방식의 영업이 계속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의 피해는 더 커졌을 것이다.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피해를 키운 셈이다.” 기업의 탐욕이 문제를 키웠다는 건데,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금융당국의 책임론을 꼬집는 목소리도 거세다. 일례로 머지포인트 운영사가 지난 2년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영업하는 동안 금융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었다. 금융당국은 머지포인트가 관리 영역 밖에 있었다고 항변했다. 법적 테두리 밖에 있는 미등록업체이기 때문에 손을 쓸 수 없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머지포인트는 등록업체가 아니라 관리·감독할 법적 권한이 없다”며 “머지플러스 측에 전자금융업에 등록할 것을 권고한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사후약방문식 처방 언제까지

하지만 머지포인트를 2년 넘게 내버려뒀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홍성준 약탈경제반대행동 공동대표는 “금융당국 업무의 최우선 순위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제도권·비제도권을 따져가면서 금융소비자를 보호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금융소비자에겐 돈으로 이뤄지는 모든 행위가 금융 활동”이라며 “단순히 기업이 관리 대상인지 아닌지로 나눠 관리·감독하면 관련 기관이 있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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