섈 위 아트 | 디지털 미술작품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_크리스티온라인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_크리스티온라인

2021년 3월 11일 미국 크리스티 경매장에선 국제 미술계의 시선이 하나로 모이는 중요한 일이 일어났다. 비플 작가(Michael Jos eph Winkelmann)의 디지털 미술작품이 820억원에 낙찰됐던 거다. 디지털 작품이 현물 작품처럼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의 작품 ‘5000일의 첫날(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은 2007년 5월 1일부터 2021년 1월 7일까지 5000일, 약 13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디지털 아트를 그린 끝에 완성한 것이다. 이 작품은 비플 작가가 문화·개념·철학·정치 등 다양한 주제로 그린 5000개의 이미지 파일을 ‘콜라주 형태’로 구성했다. 300MB 용량의 JPG 파일로 만들었는데, 지금도 크리스티사이트에 접속하면 감상할 수 있다(https://onlineonly.christies.com/s/beeple-first-5000-days/beeple-b-1981-1/112924). 

이같은 디지털 미술작품엔 전세계가 주목하는 개념이 적용돼 있다. 바로 NFT(Non-fungible tokens)이다. 제2의 비트코인이라 불릴 정도로 이슈를 끌고 있는 NFT는 쉽게 말해 ‘디지털 인증기술’이다. NFT를 적용한 디지털자산은 유일성을 인정받는데, 이는 디지털 미술작품도 마찬가지다. 

소더비즈메타버스의 콜렉터들_소더비메타버스온라인
소더비즈메타버스의 콜렉터들_소더비메타버스온라인

일례로 NFT를 통해 오리지널 가치를 인정받은 작품은 가격이 껑충 뛰고 글로벌마켓에 소개할 수도 있다. 많은 사업가들이 NFT 미술시장에 뛰어드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대표적인 곳은 소더비 경매소다. 이들은 소더비즈 메타버스 플랫폼(https://metaverse.sothe bys.com/natively-digital)을 공개하고 디지털 아트 비즈니스에 힘을 쏟아붓고 있다. 놀랍게도 이곳의 큐레이터는 패리스 힐튼이다. 

필자는 IT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했다. 아트 분야에선 칼럼, 인터뷰, 전시기획, 아키비스트, 아트플랫폼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양쪽 분야에서 20여년 일을 해본 입장에서 지금 상황은 감회가 남다르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디지털 작품은 작품으로서 어떤 지위도 인정받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디지털아티스트비플의 온라인갤러리
디지털아티스트비플의 온라인갤러리

그랬던 디지털 작품들이 최근 들어 주목을 받는 건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인기가 시들해지던 만화가 ‘웹툰’이란 디지털만화로 재도약한 과정과 유사해 보이기도 하다. 물론 NFT를 둘러싼 사건사고가 숱하게 터질지 모른다. 진통이 수년간 계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시장은 안착할 것이다. 

다만, 경계해야 할 건 있다. NFT는 사진이나 페인팅처럼 하나의 가치를 드러내는 방법론이지 작품을 표현하는 양식은 아니다. 이 때문에 NFT 아티스트란 용어는 성립 자체가 안 된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코로나19와 맞물리면서 변화의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그 속에서 디지털 미술도, 크리에이터들도 큰 기회를 잡았다. 그들은 이제 인공지능(AI)이 만들 수 없는 유일성과 창조적 가치를 통해 명성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디지털 아트 혁명을 즐길 일만 남았을지 모른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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