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上
여러 목표 동시 달성해야 하는 40대
짜임새 있는 솔루션 필요해

“올해 안에 증여세를 내고, 자녀 학자금을 마련해야 해요. 노후 준비가 잘됐는지도 고민이에요. 어찌해야 할까요.” 어느 부부의 하소연이다. 맞벌이인 이 부부가 저축도 꽤 많이 하고 자산도 적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걱정거리가 있을까 싶지만, 그렇지 않다. 부부는 한달에 1000만원을 넘게 쓰는 등 지출을 전혀 통제하지 못했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지출 부메랑에 시달리는 부부의 사연을 들어봤다.

자녀의 미래와 노후를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40대는 고민거리가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녀의 미래와 노후를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40대는 고민거리가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견기업에 다니는 이정하(가명·49)씨는 요즘 세금 공부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씨 부모님이 갖고 있던 땅을 팔아 자식들에게 나눠주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소유한 땅의 매매가는 10억원. 이를 팔아 이씨를 포함한 세 자녀에게 3억원씩 나눠주길 원한다.

현금으로 증여를 받는 경우 증여세를 내야 하는데, 지인들로부터 “내야 할 세금이 만만치 않을 거다”는 얘기를 들은 이씨는 덜컥 겁이 났다. 어떻게 해야 세금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유튜브 등을 통해 세금 공부를 시작했지만 전문분야여서 그런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씨의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10년 뒤 은퇴를 하면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 안태형(가명·49)씨와 함께 전원생활을 하며 노후를 보내길 원한다. 두 사람의 계획대로라면 은퇴 후 생활비가 월 200만원 정도 필요한데, 과연 이 금액이 적절한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자신들의 현재 씀씀이를 보면 분명 턱없이 부족한 액수임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적금 외에 별다른 재테크를 해본 적 없는 이 부부에게 효율적인 재무 솔루션이 필요해 보였다.

부부는 내년에 고3이 되는 아들(18)의 대학자금과 결혼자금도 마련하고 싶어 한다. 대학자금은 둘째치고 결혼자금의 경우 “아파트 전세 정도의 금액을 준비하면 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을 하곤 있지만, 이 또한 세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어떤 방식으로 준비해야 할까 생각하니 막막하기만 하다.

마지막 고민은 대출금이다. 얼마 전까지 전세 아파트에 살던 부부는 경기도에 위치한 7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했는데, 이를 위해 20년 만기로 주택담보대출(2억원·연이율 2.9%)을 받았다. 부부는 가능하면 은퇴 전에 전부 갚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려면 재무 설계는 필수였다.

얘기를 들어보니 이 부부의 사례는 여태까지 필자가 상담한 이들의 고민을 한데 모아놓은 ‘종합병원’ 같았다. 이씨는 “다니는 회사 월급이 꽤 세서인지 회사 업무가 굉장히 많다”면서 “이런 고민들을 혼자서 해결할 만큼의 시간이 없다”고 털어놨다.

남편 또한 업무 강도가 만만찮은 탓에 부부는 서로가 고민을 해결해 주길 내심 기대했고, 이런 상태가 수년간 지속됐다. 더는 미룰 수 없었기에 부부는 고민을 한보따리 짊어진 채 필자의 상담실을 찾았다.

고민은 전부 들었으니 이제 부부의 가계부를 한번 살펴보자. 부부의 월 소득은 1050 만원이다. 누가 얼마나 버는지는 알 수 없다. 부부가 밝히길 꺼렸기 때문이다. 다만, 중견기업에 다니는 이씨가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 안씨보다 조금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 같다.

이번엔 지출을 살펴보자. 정기지출로는 공과금 22만원, 생활비 160만원, 통신비 29만원, 교통비·유류비 27만원, 부부 용돈 30만원, 자녀 용돈 9만원, 자녀 교육비 170만원, 영양제 구입비 7만원, 문화생활비 20만원, 의류비 25만원, 보험료 53만원, 대출 원리금(110만원) 등 662만원이다.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은 각종 세금(연 60만원·이하 1년 기준), 자동차 관련 비용(90만원), 명절비(150만원), 경조사비(400만원), 의류비(80만원), 휴가비(300만원), 양가 부모님 용돈(1000만원) 등 2080만원이다. 한달에 173만원씩 쓴다고 보면 된다. 금융성 상품으로는 적금(150만원)과 예금(30만원)이 전부다. 이렇게 한달에 1015만원을 쓰고 35만원이 남는다. 이밖에 입출금통장에 2200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이 부부는 다른 상담자들보다 재무 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무엇보다 소득이 많고, 적자가 거의 없는 데다 수익률이 낮다곤 하지만 적금·예금 통장에 총 180만원씩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그래서 1차 상담에선 통신비(29만원)만 살펴봤다. 부부는 요즘 스마트폰에 푹 빠져 있다. 유튜브를 보는 게 부부의 취미 중 하나인데, 이를 위해 얼마 전 최신 폴더블폰도 구입했다. 문제는 그러면서 기기값과 함께 고가의 스마트폰 요금제도 쓰게 됐다는 점이다.

살펴보니 안씨 부부는 주로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본다. 와이파이를 이용하기 때문에 비싼 요금제를 쓸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요금제를 싼 걸로 바꾸면 약정 조약에 위배돼 수수료를 물게 될 수 있으니 기기값부터 한번에 갚기로 했다. 기기값을 완납하면 할부금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니 여러모로 이득이다.

부부는 보유 자산 중 하나인 입출금통장(2200만원)에 있는 300만원을 사용해 스마트폰 기기값을 완납했다. 동시에 요금제 가격도 기존 9만원대에서 6만원대로 낮췄다. 이를 통해 통신비는 29만원에서 16만원으로 13만원 절감했다.

이렇게 부부의 1차 상담이 모두 끝났다. 두 사람은 통신비 13만원을 줄여 지출을 1015만원에서 1002만원으로 줄였고, 잉여자금은 35만원에서 48만원으로 늘었다. 그럼에도 월 1000만원이 넘는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미래 목표를 달성하긴 어려웠다. 따라서 2차 상담에선 몇가지 지출을 조금 더 줄이고 부부의 재무 목표를 준비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자세한 방법은 다음 시간에 소개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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