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中
밀키트 배달음식보다 저렴해
요리할 시간 부족한 직장인에게 인기

배달앱은 현대인의 식생활에 큰 편리함을 가져다줬다. 하지만 가격이 비싼 탓에 그에 못지않은 지출 부담도 안겨줬다. 식비를 줄이겠다며 이제 와서 배달앱을 지우고 매번 요리하는 일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럴 땐 배달음식처럼 간편하면서도 값이 꽤 저렴한 걸 이용하면 된다. 바로 ‘밀키트’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손쉽게 식비를 줄이는 법을 소개한다.

요새는 1인 가구를 타깃으로 적당한 양과 가격을 갖춘 밀키트가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요새는 1인 가구를 타깃으로 적당한 양과 가격을 갖춘 밀키트가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년이면 50세가 되는 안태형(가명·49)씨와 이정하(가명·49)씨 부부. 남들이 보기엔 아무 문제 없이 사는 듯했지만 상담실을 찾아온 두 사람의 머릿속은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부부가 가장 먼저 꺼낸 고민은 ‘세금’이다. 얼마 전 아내 이씨는 자신의 부모님으로부터 “땅을 매매하고 받은 돈 중 3억원을 증여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현금으로 증여를 받는 경우 증여세를 내야 하는데, 과세표준에 따르면 1억원 초과 5억원 미만이면 20%의 세율이 적용된다. 누진공제 1000만원을 빼더라도 50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 부부는 이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었다.

은퇴를 준비하는 일도 부부에겐 쉬운 일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은퇴 후 전원생활을 하면서 월 200만원씩 수령하고 싶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200만원이 적정 금액이 맞느냐”는 필자의 질문엔 확답을 하지 못했다. 막연한 것도 문제였지만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한달에 예·적금을 총 180만원씩 하고는 있지만 부부는 좀 더 계획적이고 수익률이 높은 재테크를 하길 원했다.

부부가 준비해야 할 재무 이벤트는 이뿐만이 아니다. 예비 고3인 자녀의 대학 학자금과 결혼자금, 얼마 전 더 좋은 조건의 집(매매가 7억원)으로 이사하느라 빌린 주택담보대출 2억원(연이율 2.9%)도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

필자는 3차 상담에서 부부의 고민들을 하나씩 풀어보기로 했다. 그러려면 부부가 충분한 여유자금을 확보하는 일이 필수였다. 다행인 건 부부의 소득이 꽤 넉넉하다는 점이다. 지난 상담에서 안씨 부부가 밝힌 월 소득은 1050만원에 달했다.[※참고: 부부가 각자의 소득을 밝히길 꺼렸기에 누가 얼마나 버는지는 알 수 없다.]

문제는 소득만큼이나 지출도 많다는 점이다. 부부는 정기지출 662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2080만원(월평균 173만원), 금융성 상품 180만원 등 한달에 1015만원을 쓰고 있었다. 잉여자금이 35만원 남고, 1차 상담에서 통신비를 13만원(29만→16만원) 줄여 이를 48만원으로 늘렸지만 부부 앞에 놓인 재무 이벤트를 전부 소화하려면 이 정도 액수론 어림도 없었다.

그렇기에 2차 상담에선 지출을 대폭 줄이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먼저 월 160만원씩 쓰는 식비다. 맞벌이를 하는 부부는 아들에게 직접 요리를 해주지 못하는 게 미안해서인지 “먹고 싶은 건 뭐든 시켜 먹어라”고 말하며 카드를 쥐여줬다. 자신들도 대부분의 끼니는 배달음식과 외식으로 해결했다. 

그래서인지 3인 가구임에도 한달 식비가 어마어마했다. 이씨는 그나마 주말에는 요리를 해주려고 노력하려고 한다. 하지만 일주일에 2번만 요리를 하다 보니 식재료를 냉장고에 묵혀두는 경우가 숱했다. 자연히 식재료가 상해 버려야 했고, 다시 새로 주문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식비가 부풀었다.

요새는 1인 가구를 겨냥한 밀키트 상품이 꽤 괜찮다. 1인이 먹기에 적당한 양인 데다 가격도 배송비 등이 포함된 배달음식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앞으로 세 사람은 직접 요리를 할 수 없는 날엔 밀키트로 식사를 대체하기로 했다. 또 주변 전통시장에서 반찬을 사다 먹으면 요리를 하지 않고도 식비를 꽤 아낄 수 있으므로 이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부부는 일단 160만원에서 90만원까지 70만원을 줄여보기로 결정했다.

다음은 자녀 교육비(170만원)다. 필자는 가능하면 자녀들을 위해 쓰는 돈은 건드리지 않으려고 한다. 상담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출항목이기도 하고, 자녀에게 좋은 것만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적은 액수가 아니었기에 필자는 교육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컨설팅을 했고, 부부가 이를 받아들여 100만원(170만원→70만원)을 줄였다.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부부가 모아놓은 비상금(예금 1900만원)에서 차출해 쓰기로 했다. 부부의 문제는 또 있었는데, 그건 보험이었다.

부부처럼 50대에 접어드는 이들은 병원비나 수술비를 지원하는 등 질병에 걸렸을 경우를 담보해 주는 보험 위주로 보험을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부부의 보험(월 53만원)은 건강보험과 회사보험·종신보험 2개·치매보험·자녀 보험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앞서 말한 대로라면 종신보험 2개 중 하나는 해지를 할 필요가 있었다. 종신보험은 사망보험금만 지급하기 때문이다. 다만, 자녀 보험이나 치매를 대비한 치매보험은 부부 나이를 생각하면 필요한 보험이므로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보험료는 53만원에서 33만원으로 20만원 줄었다.

마지막으로 비정기 지출 중에선 명절비(연 150만원)를 30만원, 휴가비(300만원)를 50만원씩 줄이기로 했다. 1년에 걸쳐 쓰는 비용이기에 정확하게 비용을 줄이는 게 아마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일단 부부는 두 지출항목의 목표 금액(120만·250만원)을 미리 정해 놓고 명절비와 휴가비를 그때그때 계산하기로 했다. 부족할 경우 이 역시 비상금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따라서 월평균 173만원씩 쓰던 비정기 지출은 166만원으로 7만원 줄어들었다.

이제 부부의 지출 줄이기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식비 70만원, 교육비 100만원, 보험료 20만원, 비정기 지출 7만원 등 197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48만원이었던 여유자금은 245만원으로 불어났다. 이제 부부의 재무 이벤트를 대비하는 일만 남았다. 그 방법은 마지막 상담에서 상세히 소개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 더스쿠프 전문기자 
shnok@hanmail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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