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이의 숲, 케키바이고미, 한톨상점
일러스트 작가 3人 인터뷰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용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작가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면서 온·오프라인몰에 입점해 소비자를 만난다. 그렇다면 창작자 입장에서 보는 꾸미기 시장은 과연 어떨까. 젤리크루 소속 인기 작가인 ‘영이의 숲’ ‘케키바이고미’ ‘한톨상점’ 세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들여다봤다.[※참고: 젤리크루는 작가의 판매와 유통을 돕는 크리에이터 플랫폼이다.]

스티커·마스킹테이프·메모지 등 귀엽고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그려진 다꾸 용품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티커·마스킹테이프·메모지 등 귀엽고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그려진 다꾸 용품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일상에 작은 힐링을 선물’하는 ‘영이의 숲’ 작가(이하 영이)는 2019년부터 브랜드 운영을 시작했다. 늘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는 ‘꽃카’가 그의 대표 캐릭터다. 꽃카는 기분 좋게 따라 웃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인 ‘쿼카’와 행복한 일에 빠질 수 없는 꽃을 함께 그리면서 만들어졌다.

# 캐릭터 ‘빵고미’ 삼형제를 탄생시킨 케키바이고미 작가(이하 고미)는 2019년 11월 서울문구축제에 참가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배경지와 스티커를 함께 제공하는 ‘키트팩’ 시리즈가 대표 제품 중 하나다. 디저트를 굽기도 먹기도 하는 빵고미 삼형제 캐릭터는 ‘빵빵한 곰돌이’ ‘빵 먹는 곰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 2018년도부터 브랜드를 운영해온 ‘한톨상점’ 작가(이하 한톨)는 구매자의 마음에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주고자 했다. 대표 캐릭터에도 이런 마음을 담았다. 반짝반짝 곰돌이라는 뜻의 ‘반곰이’ 캐릭터는 ‘반곰이와 함께하는 모든 분의 매일이 반짝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탄생했다. ‘몽실이’는 작가의 반려견(토리)을 반영했는데, 팬들과 함께 이름을 지은 캐릭터다. ‘돌맹쓰’는 하찮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작가의 취향이 반영된 캐릭터로 돌멩이처럼 다양한 모양을 갖췄다. 

이들 세사람은 인스타그램에서 수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일러스트 작가다. 특히 스티커·형광펜 등 다양한 용품으로 다이어리를 꾸미는 이른바 ‘다꾸족’ 사이에선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럼 귀여운 캐릭터를 만드는 작가들은 어떻게 작업을 하는 걸까. 숨은 애환과 고민은 없을까. 더스쿠프(The SCOOP)는 고미, 영이, 한톨 작가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참고: 세 작가의 일정이 맞지 않아 대면·서면으로 각각 인터뷰를 진행했으나 독자 편의를 위해 간담회 형식으로 정리했다.]

✚ 어떻게 일러스트 작가가 되셨나요?
고미 : “어릴 때부터 편지지를 만들어서 쓸 정도로 그림을 좋아했어요. 성인이 된 후 인스타그램에서 그림일기나 웹툰을 간간이 그렸죠. 그러다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 문구 축제에 나갔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점점 캐릭터 관련 일이 늘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작가로 전향했죠.”

한톨 : “저도 어릴 때부터 소품이나 스티커를 좋아했어요. 20대 초반 보컬학원에서 일했는데, 다꾸에 열중하다가 원하는 스티커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내 취향을 다른 사람도 좋아해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인스타그램에서 작가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영이 : “취미로 SNS에 그림을 올리다가 내 캐릭터로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것에 매력을 느껴 직장을 그만두고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 작가님들처럼 꾸미기를 좋아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데요. 창작자 관점에서 봤을 때 꾸미기 용품 시장 분위기는 어떤가요?
영이 : “사람들이 유튜브 등 SNS에 꾸미는 영상이나 사진을 올려 소통하면서 굉장히 활성화했어요. 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이 시장이 크는 것 같아요.” 

한톨 : “맞아요. 3~4년 전보다 꾸미기 문화가 활발해졌어요. 문구를 좋아하는 분은 원래 많았지만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공유하면서 더욱 이슈가 됐죠.”

고미 : “신제품 주기가 엄청 빨라요. 신상품을 낼 때마다 소비자가 몰려와요. 작가 제품은 공산품과 달리 희소성이 크기 때문인지 같은 제품을 여러 개 사는 사람도 많아요. 그만큼 소비자 니즈가 큰 시장이라고 느껴요. 작은 스티커 하나가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기 때문인 것 같아요.”

✚ 일상을 기록하고, 취향을 공유하면서 시장이 더욱 커졌군요. 그럼 작가님 제품의 주요 소비층과 판매처는 어떻게 되나요?
고미 : “신상품 소개, 팬과의 소통 등 활동은 주로 인스타그램에서 해요. 소품숍·백화점·온라인몰·서점 등에 다양하게 입점했고요. 소비자는 20대가 가장 많아요. 흥미로운 건 소비자들이 가격을 중요하게 생각하긴 하는데, 소품숍을 찾는 분들은 비싸도 감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에요.” 

한톨 : “주요 소비층은 10~20대 여성이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찾아오세요. 나이에 상관없이 귀엽고 행복을 주는 물건은 누구나 좋아하는 것 같아요. 어릴 때 맘 편히 못 샀던 문구제품을 성인이 돼 마음껏 사는 분도 많고요. 판매처로는 오프라인 매장 세곳(인천 부평점·만수점·강릉점)이 있어요. 온라인으로도 판매해요.”

영이 : “20대 여성이 주요 소비자고, 핫트랙스·텐바이텐 같은 대형 문구업체와 개인 소품숍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젤리크루를 통해 다양한 온·오프라인 판매처에도 입점해 있죠.”

✚ 의외로 성인 소비자가 많네요. 그렇다면 꾸미기 용품 창작자로서 장점은 무엇인가요?
영이 : “타인의 참견 없이 원하는 대로 창작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에요.”
한톨 : “내가 쓰고 싶은 것을 만들어 쓸 수 있다는 점이죠. 다이어리를 꾸미다가도 ‘아, 이런 스티커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마음먹으면 언제든 제작을 할 수 있어요.”
고미 : “내 개성을 담은 작품을 만드는 게 정말 좋아요. 제가 만든 캐릭터를 좋아하는 분들이 있다는 게 영광이고, 너무 행복하죠.”

✚ 창작자로서 고충도 클 것 같은데요. 
한톨 : “작가 혼자 모든 것을 해야 하는 게 가장 어려워요.” 
고미 : “잘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빠요. 저는 목 디스크까지 생겼어요. 하하.”

 

캐릭터 작가들은 꾸미기 시장은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캐릭터 작가들은 꾸미기 시장은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구체적으로 어떤 일 때문에 바쁜 건가요?
한톨 : “디자인~발주~라벨 제작~포장~분류에 CS(고객 서비스) 업무까지, 쉬워 보이지만 손이 가는 일들이 정말 많아요. 쉬는 날 없이 매일 일하는 것 같아요.”

고미 : “물품 제작이나 택배 계약은 작가 혼자 하는 게 쉽지 않아요. 그래서 플랫폼(젤리크루)과 CS·배송 등을 분담하고 저는 창작활동의 질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한장의 스티커가 나오기까지 많은 정성이 필요하네요. 다른 어려움은 없나요?
영이 : “새롭고도 익숙하되, 나만의 특별함까지 담은 무언가를 만드는 게 늘 어려워요.”

고미 : “창작의 고통이 커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일상을 탐색해요. 어린이의 웃는 모습을 보고 캐릭터에 반영하기도 하죠. 저는 주요 테마가 베이커리라서, 실제로 아기자기한 카페나 디저트를 찾아다니기도 해요.”

✚ 쉽지 않네요. 그럼 작가님이 보시는 꾸미기 시장의 트렌드나 전망은 어떤가요?
고미 : “꾸미기 용품 시장은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아요. 마스킹테이프만 봐도 전문적인 디자인이 쏟아져 나와요. 과거와 달리 스티커와 마스킹테이프를 만드는 공장도 많아졌고요. 소비자가 기성품 대신 세세한 디자인까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쓰고 싶어 하자 소량 제작이 가능한 곳도 생겼어요.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는 순환인 거죠.”  

영이 : “꾸미는 대상만 바뀔 뿐 시장은 계속 발전할 것 같아요. 향후 트렌드는 ‘방 꾸미기’라고 생각해요. 코로나19 여파로 실내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작은 것으로 실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을 향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어요.” 

✚ 그렇군요.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들려주세요.
한톨 : “제 제품을 구매하는 분들에게 행복과 사랑과 행운이 가득했으면 좋겠어요.”
영이 : “귀엽고 쓸모 있는 제품으로 꾸준히 많은 분들께 힐링을 선물해 드리고 싶어요.”
고미 : “제가 그린 그림이 브랜드가 되고 팬이 생기는 게 신기해요. 이모티콘, 단독 매장 등 브랜드를 더 확장하고 싶어요. 언젠간 빵고미가 디즈니에 나오는 날을 꿈꾸며 더 열심히 활동할 거예요.”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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