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난희의 Let's make money | 테마주의 속성

아무리 뛰어난 분석력을 갖춘 투자자라도 주식시장에서 항상 승리하기는 어렵다. 기본적ㆍ기술적 분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테마주다. 최근 형성되는 테마는 과거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 시장의 이런 변화를 놓치면 손실을 피하기 쉽지 않다.

▲ 뛰어난 기본적ㆍ기술적 분석 실력을 갖춰도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한다면 투자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성공적인 주식투자자는 크게 두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경제학자를 능가하는 지식을 갖춘 실력파와 자신만의 확고한 원칙과 감각에 의존하는 요령파다. 얼핏 보면 실력파는 주식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둘 것 같다. 그렇지 않다. 아무리 뛰어난 기본적·기술적 분석 실력을 갖춰도 시장의 변화를 놓치면 낭패를 보기 쉽다.

주식투자를 하기 전에 해당기업에 대해 파악해야 할 것은 수도 없이 많다. 주당순자산가치(BPS)·주당순이익(EPS)·주가순자산비율(PBR)·자기자본이익률(ROE)을 분석하는 양적분석 외에도 최고경영자(CEO)와 경영진의 역량, 기술력 보유 여부, 부동산의 환금성 여부 등 질적분석을 해야 한다.

그러나 시간을 아무리 많이 할애해도 양적·질적 분석을 완벽하게 하기 어렵다. 기본적·기술적 분석을 통해 투자한 종목보다 별다른 노력 없이 투자한 소형주가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때도 많다.

추세만 쫓다간 작전세력 먹이로 전락

 
정책주와 같은 테마들을 파악하지 못하면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기란 쉽지 않다. 작전세력들에게 당하기도 쉽다. 작전세력들은 많은 물량을 저가에 매집한 후 개미들이 좋아하는 완벽한 차트를 만든다. 기술적 분석에 뛰어나다는 고수들이 작전세력에게 번번이 당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전세력이 물량을 쏟아내기 시작한 뒤에는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주식시장에 만들어지는 테마는 수도 없이 많다. 2005년 교토의정서(기후변화협약의 부속 의정서)가 발효된 이후엔 대체에너지 테마가 고개를 들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터진 직후에는 지진 관련 테마가 유행했다. 광우병이나 조류독감이 전국을 휩쓸면 관련 수혜주가 급등한다. 방학이나 입시철이 다가오면 교육 관련주가 들썩거린다.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은 최근 주도주 테마를 뜻하는 보통명사로 쓰이고 있다. 이외에도 게임주·음원관련주·복제돼지와 줄기세포 관련주·나노기술 관련주·셰일가스 관련주·대북 관련주 등 테마가 시장변화에 따라 생성되고 사라진다. 특히 대선 이벤트가 있는 해에는 유력 후보자와 관련이 있는 모든 종목들이 급등하게 마련이다.

테마주의 특징은 한번 생성되면 두고두고 다시 떠오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00년 중반 ‘황우석 효과’로 불었던 줄기세포와 바이오 테마 열풍은 잠잠하다가도 관련 뉴스만 나오면 다시 나타난다. 대북 관련주 역시 북한의 정권교체, 미사일 발사 등 사건이 터질 때마다 오름세를 보였다. 한번 만들어진 테마는 쉽게 죽지 않고 순환매의 흐름을 탄다.

일반적으로 테마주는 하락장에서 가파르게 상승한다. 상승장에서는 대부분 실적을 동반한 우량주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때문에 테마주의 상승속도가 크지 않다. 반대로 하락장에서는 테마주의 상승이 눈에 띄기 때문에 쉽게 움직인다.

 
그러나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이런 일반론이 통하지 않고 있다. 하락장에서 테마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체질이 개선된 것인지 아니면 주식투자자들이 테마주에 끌려 다니지 않는 것인지 이유는 불분명하다. 확실한 것은 최근 테마주의 움직임이 과거와 비교했을 때 많은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테마주에 투자할 때는 대장주에 집중하는 게 좋았다. 대장주는 악재가 발생해도 매도할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후발주들은 대장주가 조금만 흔들려도 하한가로 직행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엔 대장주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테마가 형성되면 확실한 대장주가 시장을 이끌고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야 후발주가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테마가 형성되면 관련주들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그만큼 테마를 따라잡는 주식시장의 실력자가 늘었다는 얘기다.

테마주의 상승폭이 작아졌다는 것도 최근에 나타난 특징이다. 주식격언에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아라’ ‘생선의 꼬리와 머리는 다른 사람에게 줘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최근 변화하는 특징 탓인지 어디가 무릎인지, 어디가 머리인지 파악하기 어려워졌다. 과거에 비해 주가의 움직임이 더욱 불규칙해졌다는 방증이다. 이에 따라 테마주에 대한 기술적 분석도 잘 맞지 않고 있다.

보통 개미들은 가치투자보다 테마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가치투자를 할 만한 분석력과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마주 투자야말로 누구보다 빠른 정보력과 판단력 그리고 빠른 손놀림이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차기 국정 운영 방향에 따르면 주시해야 할 정책 테마는 경제민주화를 비롯해 복지, 일자리, 해수부·과기부 부활 등이다. 박 당선인이 건립 지원을 약속한 유니버설스튜디오 테마주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들 정책과 관련한 종목군에는 어김없이 매수가 몰리고 있다.

특히 17대 인수위에서 경제2분과에 배정됐던 과학 분야는 교육 과학 분과로 바뀌었다. 분과 명칭에 과학을 내세운 것은 이공계를 키우겠다는 박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선거유세 기간 과학기술산업에 정보·통신·방송 등을 융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창조경제론’을 내세웠다.

 
대장주 선별 쉽지 않아…

또 1월 9일에는 인수위가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부총리급 격상을 검토한다는 뉴스가 발표됐다. 부총리급 미래창조과학부는 단순한 과학기술부 부활이 아니다. 다른 부처 업무를 대거 이양받아 상당한 권한을 갖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한과학(12.27%), 영인프런티어(9.05%), 서린바이오(5.34%), 다원시스(3.62%) 등 과학기자재주가 크게 올랐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차트가 모두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과학과 영인프런티어가 먼저 상승했고 최근 2차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중에 다원시스가 뒤늦게 상승하고 있다. 아직 어떤 종목이 대장주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올해 상반기는 정책주가 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특정 대형주가 시장을 이끌었던 것과는 달리 정책주를 중심으로 코스닥 시장의 소형주가 살아나 개인투자자들의 환한 미소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난희 이난희아카데미 대표 nanilee04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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