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난희의 Let's make money | 싸이 젠틀맨과 테마주

▲ 싸이의 후속곡 젠틀맨이 히트를 치면서 테마주‘디아이’주가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열풍이 불 조짐이다. 젠틀맨이 뜨자 싸이 테마주가 또다시 꿈틀대고 있다. 반도체 제조기업 디아이다. 그런데 디아이가 싸이 덕분에 주가가 상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4월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싸이의 주례를 섰다는 이유로 주가가 치솟았다.

젊은 신세대도 아니다. 30대 중반이다. 미남형도 아니고, 근육질 남자도 아니다. 그런 그가 한류 열풍을 전 세계에 일으켰다. 싸이 얘기다. 그는 ‘강남스타일’이라는 어깨춤이 절로 나는 노래로 빌보드 메인차트 2위에 오르는 기적을 연출했다. 2009년 원더걸스의 ‘노바디(76위)’ 기록을 보란 듯이 깼다. 더구나 원더걸스의 노바디는 영어버전이었지만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한국어 노래였다.

싸이 열풍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강남스타일의 후속곡 ‘젠틀맨’이 빌보드 차트 10위권에 또다시 진입했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젠틀맨이 강남스타일이 이루지 못한 ‘1위 꿈’을 달성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난데없이 싸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테마주를 언급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대선 기간 테마주가 난무했다. 대부분 인맥 관련 테마주였는데, 유형은 같은 학교, 같은 산악회 회원, 친인척 등이다. 심지어 안철수 전 교수와 관련이 있는 안랩에 근무했던 직원이 새로 옮긴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기현상까지 발생했다. 우습지만 이게 테마주의 진짜 모습이다.

예를 더 들어보자. 먼저 관계도가 조금 복잡하니 잘 읽기를 바란다. 주인공은 일단 이렇다. 박근혜 대통령 사촌언니의 남편의 형이 운영하는 회사 ‘하츠’다. 이 기업의 주가는 대선기간 상당히 많이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의 올케가 사외이사에 재직했었다는 이유로 상한가를 기록한 기업도 있다. 바로 ‘신우’다.

문재인 전 대선후보의 테마주 역시 마찬가지다. 문재인 전 후보와 사진을 한번 찍었다는 이유로 주가가 치솟은 기업이 있었다. 물론 이 사진이 조작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 기업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될수록 주식시장은 혼탁해진다. ‘작은거 하나’라도 걸려들면 테마주가 양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자! 이제 싸이 얘기를 해보자. 싸이 관련 테마주가 바로 이런 유형에 속한다. ‘디아이’라는 종목을 들어봤을 것이다. 싸이의 부친이 운영하는 반도체기업이다.

디아이가 테마주로 열풍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4월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테마주가 각광을 받으면서 디아이의 주가가 5일 만에 1300원에서 2375원까지 크게 상승했다. 이유는 시시하기 짝이 없는데, 정운찬 전 총리가 싸이 결혼식에서 주례를 봤다는 것이었다. 물론 정 전 총리가 대선에 출마하지 않음으로써 디아이의 주가는 제자리를 찾았다.

그런데 디아이의 주가가 지난해 9월부터 다시 춤추기 시작했는데, 바로 ‘강남스타일’ 때문이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말춤을 출 때 디아이의 주가는 1500원에서 한달 반만에 1만3100원까지 폭등했다. 물론 이때는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1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리고 있었다. 주가가 폭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하지 못하자 디아이의 주가는 가파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한가를 4번이나 기록할 정도였다.

싸이와 테마주의 상관관계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투자자의 행동이다. 디아이가 갑자기 하한가를 기록하자 몇몇 투자자는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몰렸다. 주가가 고점 대비 반토막 난 상황에서 매도버튼을 누를 수 있는 투자자가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1만3000원으로 치솟았던 주가는 다시 3000원까지 떨어졌다. 50% 손실을 봤을 때 팔았더라면 손실폭을 더욱 줄일 수 있었을 게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가 미련을 버리지 못해 손실폭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손실에 신경을 쓰면 쓸수록 손실폭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테마주에 투자를 했다면 유념해야 하는 법칙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3000원에 바닥을 다지고 있던 디아이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싸이의 신곡 ‘젠틀맨’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1만5000원선까지 치솟았다. 더구나 젠틀맨의 뮤직비디오가 최단기간 1억 조회수를 돌파하면서 캐릭터 콘텐트업체인 오로라의 주식마저 연속 5일 동안 상한가 행진을 계속했다. 모바일 게임 ‘윈드러너’에 싸이 캐릭터를 추가한 위메이드라는 종목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디아이를 보면서 주식시장의 불가측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고 있다. 디아이는 여전히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 물론 그럴 법도 하다. 젠틀맨은 아직 시작에 불과해서다. 혹여 빌보트 차트 1위에 오르면 디아이의 주가는 더욱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디아이가 전체시장을 주도할 만큼의 수급능력을 갖고 있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완벽한 이평선의 모습이 그렇고, 재료가치 또한 긍정적이다. 하락포지션에 있는 종목에 비해 매우 강한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주식투자자가 빨려들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는 말이 어디 있는지 보고 올라타라

▲ 다아이는 한때 정운찬 전 총리의 테마주였다. 그런데 싸이와 연관된 이유는 정 전 총리가 싸이의 주례를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가는 미묘하다. 제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저점을 기준으로 너무 많이 오르면 그것만으로도 악재가 될 수 있다. ‘가는 말에 올라타라’는 증시격언도 있지만 가는 말이 어디쯤 있는지도 한번쯤은 살펴봐야 한다. 디아이의 지금 모습을 보면 마지막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때는 솜씨 좋은 투자자도 핸들링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수급을 동반할 수 있는 거래량, 끊임없이 만들지는 재료, 개미들의 매수 등 상승세를 견인하는 변수도 많다.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도 개미들의 관심에서 벗어나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저점을 기준으로 너무 많이 올라 있는 디아이에 투자하는 걸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필자의 바람은 싸이의 젠틀맨이 빌보드 1위에 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디아이의 주가 역시 아름다운 상승세가 계속됐으면 한다. 그러면 디아이가 주식시장에서 새로운 우량주의 반열에 올라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바람이다. 주식시장엔 그만큼 변수가 많다.
이난희 이난희아카데미 대표 nanilee04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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