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대종 세종대 교수
미국 금리인상은 제조업 위협할 변수
2022년 제조업 경기 낙관해선 안돼

2021년 우리나라는 사상 최대 수출액을 달성하는 쾌거를 올렸다. 많은 이가 놀라운 수출기록을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경제가 되살아났다’는 시그널로 해석했다. 그런데 일부에선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보낸다. 한국 경제, 특히 제조업을 둘러싼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2월 열린 산업발전포럼에서 ‘제조업의 위기’를 우려한 김대종 세종대(경영학부) 교수에게 한국 제조업의 현주소를 물어봤다. 

김대종 교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급등하는 환율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사진=뉴시스]
김대종 교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급등하는 환율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사진=뉴시스]

✚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제조업 국가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무역의존도도 매우 높습니다. 무려 65%(GDP 대비 수출ㆍ수입액)에 달하는데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죠.” 

✚ 국내 제조업의 현 상황은 어떤가요.
“2021년엔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면서 세계 경제가 조금씩 회복했고, 무역도 살아났어요. 당연히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큰 수혜를 입었죠. 2020년 대비 30% 가까이 수출액이 증가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통계입니다.”

✚ 그렇다면 국내 제조업의 상황이 호전됐다고 봐도 괜찮은가요. 
“그렇게 보긴 어렵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우리나라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닙니다. 일례로 2020년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는 549억 달러(약 65조6879억원)였는데, 외국인 직접투자는 111억 달러에 불과했죠. 국내 기업들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지만,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은 적다는 겁니다.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어 아쉬운 대목입니다.”

✚ 2022년 전망은 어떤가요. 우려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기업의 경영 환경을 위협할 만한 변수가 많습니다. 그중 하나는 환율 변동성입니다.”

 

✚ 결국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큰 변수로 작용할 듯합니다. 
“맞습니다. 2022년에만 세차례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힌 미국은 당장 3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듯합니다. 우리에겐 좋지 않은 시그널입니다.”

✚ 또 환율 문제군요. 
“그렇습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최근 환율이 1200원 안팎으로 치솟았는데,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더 오를 공산이 큽니다.” 

✚ 원론적인 얘기지만,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제조업 환경이 악화할 텐데요. 
“제조업 수출 환경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국내 기업은 대부분 원자재ㆍ중간재를 수입해 최종재를 만들어 다시 수출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글로벌 공급망, 원자재 가격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환율 변동성까지 높아지면 기업으로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환율이 급등하면 신흥국 자금이 유출돼 금융위기로 번질 수도 있는데, 우리나라도 안전지대로 볼 순 없습니다.” 

✚ 무슨 뜻인가요?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기준금리 인상 발표 이후 신흥국의 환율이 급등하고, 우리나라도 환율이 상승하면서 위기의 징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환율은 금융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땐 환율이 2000원까지 올랐고, 2008년 금융위기 때도 1600원까지 상승했죠. 지금 환율 수준이 심상치 않은 이유입니다.” 

 

✚ 한미통화스와프가 종료됐다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을까요? 
“당연합니다. 방어막 역할을 했던 한미통화스와프가 2021년 12월 31일부로 만료됐다는 점은 불안정을 부추기는 변수입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정하다는 것도 문제죠.” 

✚ 불확실성을 줄이고 위기를 극복할 만한 대책은 없나요?
“일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CP)에 가입해 무역영토를 다변화하고, 금융시장을 안정화할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적정 수준의 외환보유고를 비축하는 것도 대비책이 될 수 있죠. 현재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적정외환보유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 2022년 상황이 생각보다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선진국의 경제가 활성화하고 있습니다만 낙관해선 안 됩니다. 지표는 아직 빨간불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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