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탈원전 정책
국내 풍토 맞는 에너지 정책 필요
해답은 원전과 재생에너지 양립

탈원전 정책은 현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지난 5년간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논란이 숱했다. 정권이 끝나가는 현시점에도 “무리한 정책이었다”는 비판과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는 주장이 부닥치고 있다. 하지만 원전은 옳고 그름을 가리는 가치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지금은 에너지 정책이라는 총체적인 틀에서 원전을 논해야 할 때다.

탈원전 정책을 두고 정치권의 논란과 사회적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탈원전 정책을 두고 정치권의 논란과 사회적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는 3월로 예정된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대선후보가 서로 다른 원전 정책을 내놓으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원전을 부활시키겠다”는 후보가 있는가 하면 “탈원전이 아닌 감원전이 해법”이라고 주장하는 후보도 있다. 

오랜 시간 자동차 산업에 종사한 필자로선 역시 ‘자동차의 눈’으로 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정책을 조망하게 된다. 전기차ㆍ수소차 등 무공해차가 자동차 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자동차에 에너지를 조달하는 방식도 변화하고 있어서다. 

자동차의 눈으로 바라보면 기존 정책이 갖는 한계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핵심은 ‘에너지의 공급’이다. 그동안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표방하며 저탄소ㆍ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왔다. 결과는 아쉽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총발전량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6.6%에 불과하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말 이 수치가 5.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3년 동안 고작 1.0%포인트 늘어났다는 얘기다. 이는 신재생에너지의 명확한 한계를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럼 정부가 그린 뉴딜의 양축으로 삼고 있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현주소를 살펴보자. 먼저, 국토 면적이 좁은 우리나라에서 태양광을 발전원으로 사용하려면 태양전지를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부작용이 숱하다. 태양광 보급량을 늘리기 위해 좁은 산비탈을 깎아 억지로 공간을 만든 뒤 태양전지를 설치하는 무리수가 늘고 있어서다. 인재人災로 인한 천재지변이 우려될 정도다. 

현시점에선 태양전지의 발전 효율성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빛 에너지가 아무리 커도 알갱이(광자) 단위에서 운반할 수 있는 전하(물체가 띠고 있는 정전기의 양)에 한계가 있어서다. 아울러 태양전지는 날씨와 시간의 영향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까지만 봐도 태양전지를 주력 발전원으로 사용하기에는 제약이 숱해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후 태양전지의 폐기 문제도 골칫덩이다. 폐기 처리 과정에서 태양전지에 포함돼 있는 납, 카드뮴 등의 독성물질이 방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태양전지를 효율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수밖에 없는데 아직까지는 그 길이 요원해 보인다. 

그렇다고 풍력 발전의 사정이 나은 것도 아니다. 풍력 발전은 바람의 세기가 너무 세도, 약해도 안 된다. ‘적절한’ 강도의 바람이 지속적으로 불어야 하는데, 바람의 세기를 인위적으로 조정하기란 불가능하다. 

풍력 발전의 한계는 전력을 발전하는 과정에서 상시적인 리스크로 작용한다. 영국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영국은 2020년 12월 기준 하루 전력 발전량의 50.7%를 풍력이 차지할 정도로 풍력 발전의 비중이 높은 국가다.

하지만 지난해 기후변화로 인해 풍속이 약해지면서 발전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 여파는 전력 대란과 전기요금의 폭등으로 이어졌다. 풍력 발전을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춰진 영국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 하물며 풍량과 풍속 모두 영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나라는 어떻겠는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결국 태양광이나 풍력은 자연환경의 제약, 기술적 한계 탓에 아직은 보조 에너지원에 머물 수밖에 없다. 정부도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국내 풍토에 최적화한 재생에너지 모델을 설계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탄소중립이란 미명 아래 재생에너지에 올인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 방법론 중 하나가 바로 ‘탈원전’이었던 거다. 자, 그렇다면 이제 어떤 전략으로 에너지 정책을 풀어가야 할까. 답은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양립이다.

국제사회의 동향을 살펴보면 원전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친환경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유럽연합(EU)에서는 지난해 12월 31일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경제활동 분야를 정하는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 nomyㆍ녹색 분류 체계)’의 초안에 원자력 발전을 넣었다. 

대신 그 조건이 무척 까다롭다. 원전을 지을 때 방사성 폐기물에 관한 처분 계획은 물론 폐처리에 사용할 자금과 부지까지 확보해야 신설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할 때도 그 시점에서 달성 가능한 최고 수준의 안전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유럽연합은 그린 택소노미 초안에 원전을 포함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럽연합은 그린 택소노미 초안에 원전을 포함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세계 에너지 정책을 주도하는 EU의 행보를 살펴보면 앞으로 각국 정부는 ‘대안적 원전’에 초점을 맞춰 자국의 에너지 전략을 수립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무조건 재생에너지만을 고집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에너지 공급 불안에 시달리며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잃을 거다.

지난해 8월 우리나라는 ‘친환경차 100만대’ 시대를 열었다. 머지않아 하루에 200만대 이상의 전기차가 도로를 누비는 세상이 올 것이다. 그만큼 에너지 공급은 미래의 한국 사회를 위해 지금부터 풀어가야 할 중요한 숙제다. 관건은 어떤 관점에서 이 문제를 풀어가느냐다.

에너지 정책을 설계할 때 친환경과 효율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필자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 마리 토끼만 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다양한 시각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국내 환경에 맞는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에너지 정책은 옳고 그름이 아닌 ‘필요’와 ‘중요성’의 문제다. 이는 대선 레이스에 여념 없는 후보들 중 누가 정권을 잡아도 변하지 않는 명제이기도 하다. 

글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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