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발전량 별로 안 늘어
반면 석탄과 LNG 발전량은 급증
태양광 발전은 환경파괴 논란도
소통 없는 친환경 정책이 화근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공약을 내놨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의지였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비중은 약 15%에 달한다. 언뜻 목표치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전체 발전량 대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5%대에 불과하다. 석탄과 LNG 발전량은 되레 늘었다. 정부의 탈탄소 정책엔 어떤 허점이 있었던 걸까. 

정부는 탈탄소 정책을 펼치면서도 기존의 석탄발전소 폐기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탈탄소 정책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이유다.[사진=뉴시스]
정부는 탈탄소 정책을 펼치면서도 기존의 석탄발전소 폐기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탈탄소 정책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이유다.[사진=뉴시스]

5월 30~31일 이틀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선 화상으로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개회식에서 “한국은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극복 노력에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2023년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한국 유치 추진을 선언하고,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 조정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31일엔 회의 참석 국가들과 함께 ▲녹색회복을 통한 코로나19 극복 ▲지구온도 상승 1.5도 이내 억제 지향 ▲탈석탄을 향한 에너지 전환 가속화 ▲해양플라스틱 대응 ▲각 나라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 등을 담은 서울선언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탄소배출을 줄여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이런 문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과연 진정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지적이 나오는 이유를 짚어보기 위해 시계추를 4년 전으로 돌려보자. 2017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은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면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과연 이 약속은 지켜지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정부의 당초 약속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우선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늘었는지부터 살펴보자. 주요 재생에너지(태양+풍력+수력+바이오로 한정ㆍ이하 기준 동일) 발전 설비는 2016년 6906㎿에서 2020년 2만752㎿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태양에너지(태양광+태양열) 발전 설비는 같은 기간 3716㎿에서 1만5927㎿로 4.3배가 됐다. 

이로써 전체 발전 설비 대비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비중은 2016년 6.2%에서 2020년 15.0%로 8.8%포인트 커졌다(소수점 두 자릿수 반올림ㆍ이하 동일).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목표치인 20%에도 조만간 도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선 따져봐야 할 게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늘리는 게 정부의 당초 공약이었느냐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20%’라는 목표치는 저탄소를 통해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20%에 숫자에 담긴 함의含意를 봐야 한다는 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따져봐야 한다고 꼬집는다. 그럼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어떨까. 관련 통계를 분석해 보면, 재생에너지 발전량도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발전량 대비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비중은 2016년 2.8%에서 2019년 4.9%로 2.1%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연평균 0.7%포인트).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증가폭의 3분의 1 수준이다. 

짚어봐야 할 건 또 있다. 석탄의 증가세다. 석탄 발전량은 2016년 20만9199GWh에서 2019년 21만9075GWh로 4.7% 늘었다(한국전력거래소 자료 기준). 원자력 발전량이 같은 기간 9.9% 감소하긴 했지만 이를 메운 게 LNG 발전이라는 건 또다른 문제다. LNG 발전량은 2016년 11만1814GWh에서 2019년 14만1077GWh로 26.2%나 증가했다. 우리나라가 여전히 석탄과 LNG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탈탄소’를 외친 정책 기조와는 정반대의 결과다.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의 문재인 대통령 발언을 두고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한국은 과학적 분석과 시민사회의 권고에 따른 ‘2030 탈석탄’에 기반한 석탄 퇴출 로드맵을 내놓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도 2040년 최대 35%로 매우 미약한 수준”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서울선언문을 채택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물론 정부는 ‘그래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난 건 사실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문제는 전체 에너지 발전량 대비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비중이 고작 0.7%포인트(연평균) 커지는 동안 너무나 많은 논란이 터졌다는 점이다. 태양광 발전이 대표적이다. 산간지방의 산을 깎아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바람에 외려 산림을 훼손하고 있다는 논란은 뜨거운 이슈다. 폐태양광 패널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환경오염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왜 이렇게 뒤죽박죽이 된 걸까. 먼저 정책의 정교함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에 환경 전문가들은 “태양광 발전은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다”면서 “부지 선정에 관한 고민도 해야 하고, 분산형 에너지를 늘리는 방식도 숙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너지 정책을 짤 때 국토 이용 계획은 물론, 전력 체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거였다. 하지만 정부는 세심한 정책을 펴지 않았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를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공급량을 늘리기 바빴다.[※참고: RPS는 일정 수준의 발전사업자에게 일정 비율만큼 신재생에너지로 생성한 전기를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시장에만 맡겨두다 보니 툭하면 잡음(RPS 비율 산정이나 발전기업들의 부담 증가 논란 등)이 터져 나왔다. 

특히 보조금 지원에 치중한 태양광 발전 산업 육성 정책은 뜻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발전소를 지으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던 태양광 사업자들은 값싼 산간지역을 찾아 건설을 시작했다. 부지 선정 기준이 없었으니, 규제도 없었다. 당연히 폐패널의 재활용 시스템도 없었다. 

집권 초 탈원전 논란도 정교한 대책 없이 원전 폐쇄를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집권 초 탈원전 논란도 정교한 대책 없이 원전 폐쇄를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사진=뉴시스]

반면 탄소배출을 내뿜는 석탄 발전을 억제하는 전략은 “더 이상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게 전부였고, 기존 석탄 발전소의 퇴출 계획은 전무했다. 석탄 발전량이 늘어나는 덴 이렇게 앞뒤 없는 공허한 전략이 한몫한 건 사실이다. 

환경단체도 모르는 친에너지 정책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정부의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서 이렇게 꼬집었다.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탄소배출 감축을 주장하는 이들의 제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의제를 던져 놓고는 심판처럼 물러나 있었던 게 한두번이 아니다. 집권 초기 원전 폐쇄 논란도 그렇게 시작됐다. 시민사회(과학자나 환경운동단체 등)의 조언을 듣지 않는다. 간담회나 공청회를 자주 열긴 하지만, 친정부 성향의 학자나 산업계 전문가의 의견만 반영해 만든 정부안을 들고 나온다. 그다음 그 정부안에 관여한 이들의 의견이 전부인 양 밀어붙인다. 이래서야 정부가 말하는 에너지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겠는가. 문 대통령은 이번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운운했는데, 그 내용을 아는 환경단체가 단 1곳도 없다면 말 다 한 것 아니겠는가.” 

문재인 정부는 이제 1년 남았다. 하지만 친환경 에너지 정책은 문재인 정부가 막을 내린 이후에도 계속돼야 한다. 환경단체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친환경 에너지 정책, 괜찮은 걸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