섈 위 아트 | 변치 않는 관계

Woman with Cat - 파블로피카소_wikiart
Woman with Cat - 파블로피카소_wikiart

온종일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은 대개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처럼 한 공간에 오랫동안 머문다. 그래서 작업 관련 요소를 고려해 작업실과 그 주변 환경을 선택하는 이들이 숱하다. 가령, 아티스트 토크(Artist talk)를 즐기는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실을 ‘고깃집’ 주변에 마련하는 식이다. 대화에 술 한잔을 곁들이기 위해서다. 성수동, 문래동이나 홍대 근처에 화가들의 작업실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렇게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작업실엔 공통점도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작업할 때 찾아오는 고독감을 떼어내기 위함이거나 영감을 얻기 위해서일텐데, 그런 작가들은 대부분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운다. 

사실 기록을 살펴보면 새삼스러울 건 없다.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고양이는 신의 걸작이다”고 말할 정도로 반려묘를 좋아했다.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은 25마리의 반려묘를 키우는 ‘집사’였다. 그 고양이들을 얼마나 사랑했던지 자신의 작품에 담기도 했다. 

앤디 워홀의 조카 제임스 워홀라가 「우리 삼촌 앤디 워홀의 고양이들(한국어판 제목)」이라는 책을 집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참고: 흥미롭게도 앤디 워홀은 반려묘 25마리의 이름을 모두 ‘샘’이라 지었다. 작가의 독특한 센스가 작동한 모양이다.] 

파블로 피카소도 유명하지 않았던 젊은 시절 고양이를 키웠다. 프랑스 화가이자 야수파를 창시한 앙리 마티스도 고양이를 좋아했는데, 두 거장 모두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그린 작품을 그렸다.

Gleaming - Cover heart_정우재
Gleaming - Cover heart_정우재

고양이만큼 작가들의 사랑을 받는 반려동물은 다름 아닌 강아지인데, 그 사례는 국내에서 찾을 수 있다. 소녀와 강아지를 화폭에 담은 정우재 작가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그의 작품은 봄바람처럼 따스하다. 집만큼 커다란 강아지가 소녀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어서다. 

독립적인 성향이 강한 고양이와는 달리 강아지는 주인을 비롯한 사람들과 폭넓은 유대감을 형성한다. 그래서인지 정 작가의 작품 속 강아지는 그렇게도 따뜻한 눈빛을 사람들에게 보낸다. 배경이 한겨울이든 여름이든 정겹기만 하다. 

정 작가는 필자에게 강아지와 소녀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녀는 강아지를 통해 위안받는 모든 사람을 상징합니다. 강아지는 그런 사람들과 교감하는 ‘변치 않는 관계’를 상징하죠.” 위안, 교감, 그리고 관계를 ‘소녀와 강아지’를 통해 형상화한 셈이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으로 마음이나 감성보단 지성과 통계가 강조된다. 누구든 고독해질 수 있는 시대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위로해주는 반려동물이 유독 사랑 받는 모양이다. 피카소의 고양이, 정우재의 강아지를 보면서 필자도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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