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상장폐지를 결정했나
가맹점주 ‘깜깜이 운영’ 우려
본사와 가맹점, 충분한 소통 필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로는 드물게 상장(2016년)에 성공한 맘스터치. 그런 맘스터치가 최근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맘스터치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한국에프앤비홀딩스는 시장에 유통되는 맘스터치 지분 15.8%를 시가 대비 비싼 가격에 공개매수했다. 주주들은 환호했다. “계모터치”라는 비판을 받던 맘스터치가 다시 “혜자롭다”는 평가를 받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맘스터치 본사의 파격 행보를 바라보는 상당수 가맹점주들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더스쿠프가 맘스터치 상장폐지에 숨은 이야기를 취재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 맘스터치가 상장폐지를 위해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사진=뉴시스]
햄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 맘스터치가 상장폐지를 위해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사진=뉴시스]

“보기 드문 주주 친화적 경영이다” “모범적 상장폐지 사례다”…. 지난 1월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 ‘맘스터치(맘스터치앤컴퍼니)’를 두고 미디어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맘스터치가 ‘상장폐지=휴지조각’이란 뻔한 공식을 뒤로한 채 상장폐지를 위한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맘스터치의 최대주주인 한국에프앤비홀딩스는 지난 1월 20일 시장에 유통되는 맘스터치 주식 전량(15.8%·1608만주)을 1주당 6200원에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전날 종가(5200원) 대비 19.2% 높은 가격에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주주들의 환영을 받은 셈이었다.[※참고: 한국에프앤비홀딩스는 사모펀드 케이엘앤파트너스가 2019년 맘스터치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다.] 

현재 한국에프앤비홀딩스와 맘스터치앤컴퍼니가 보유한 지분은 각각 67.49%, 16.71%로 총 84.20%다.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95% 이상이면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할 수 있다. 2월 15일 공개매수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맘스터치는 향후 상장폐지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은 997억원가량이다. 

그렇다면 맘스터치는 정말 ‘착한 상장폐지’ 사례로 남을 수 있을까. 주주에겐 그럴지 몰라도 가맹점주나 소비자에겐 아닐 수도 있다. 무엇보다 상장폐지 추진을 두고 가맹점주 사이에선 “‘깜깜이 경영’을 통해 가맹점주와의 마찰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상장폐지가 상장사로서 공시 의무 등을 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거다.

[※참고: 맘스터치는 가맹점주와 갈등을 빚고 있다. 맘스터치가 2020년 메뉴 개편·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가맹점에 납품하는 ‘싸이패티’ 가격을 인상한 게 발단이 됐다. 이에 반발해 가맹점주협의회를 꾸려 대응하려던 상도역점에 대해 맘스터치는 가맹계약을 해지하고, 물품 공급을 중단했다. 현재 맘스터치와 상도역점의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문제는 후술한다.]

공교롭게도 맘스터치 경영진이 상장폐지를 발표한 시기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점주 단체 활동 방해’ 혐의로 맘스터치 본사를 현장조사(1월 17일)한 직후이기도 했다. 맘스터치 측은 “곡해曲解”라는 입장을 밝혔다.

“상장사 특성상 주주의 관심을 많이 받다 보니 부정적인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가맹점주들이 동요하고 매출과 수익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외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프랜차이즈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상장폐지를 추진했다. 한편의 주장과 달리 공시 의무를 피하고 정보를 차단하기 위함이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중요한 건 파트너(가맹점)와의 신뢰다. 그런 면에서 맘스터치는 시장의 선례가 될 수 있었다. 상장사는 공시 의무가 있고 그에 따른 책임과 신뢰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부정적인 이슈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상장폐지를 한다는 건 이례적이고, 그리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맘스터치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모펀드에 인수된 이후 맘스터치의 행보를 추적하면서 ‘상장폐지 이슈’를 하나씩 풀어보자. 사실 맘스터치는 최근 ‘내실보다 외형’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 왔다. ‘스타 마케팅’을 통해 매출을 키우고, 기존 맘스터치와 다른 콘셉트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점하는 등 화려한 마케팅 경영을 펼치고 있다는 거다. 문제는 그런 외형적 성장이 맘스터치 가맹점주에게 어떤 실익을 가져다 줬느냐다. 

맘스터치는 일방적인 납품 단가 인상 등으로 가맹점과 갈등을 빚었다.[사진=뉴시스]
맘스터치는 일방적인 납품 단가 인상 등으로 가맹점과 갈등을 빚었다.[사진=뉴시스]

■이슈❶ 스타 마케팅 허와 실 = 맘스터치는 지난해 4월 톱스타 송중기를 모델로 기용한 데 이어 12월에는 송중기와 조민수, 정웅인, 엄혜란 등 영화배우가 대거 출연한 광고 캠페인 ‘엄마를 찾아서’를 진행했다. 맘스터치는 여기에 많은 광고비를 책정했다. 지난해(이하 3분기 누적 기준) 광고비는 전년 동기 대비 64.1%(53억원→87억원) 증가했다.[※참고: 맘스터치는 광고비 100%를 본사가 부담하고 있다.]

맘스터치 측은 이런 마케팅 효과로 실적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숫자만 보면 틀리지 않은 주장이다. 맘스터치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영업이익 증가율이 도드라졌다. 2021년 매출액은 3008억원으로 전년(2860억원) 대비 5.2%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402억원으로 같은 기간 53.3% 늘었다. 

하지만 속을 뜯어보면 다른 숫자가 나온다. 맘스터치는 매출액의 92.5%(이하 2021년 3분기 기준)가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0.6%가 로열티에서 발생한다. 이는 가맹점에 제공하는 원재료 등 물류를 통해 벌어들인 매출이 맘스터치 본사에 중요하다는 걸 잘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주목할 건 앞서 언급했던 실적이다. 본사 매출이 늘어난 것보다 영업이익이 훨씬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면 따져봐야 할 게 있다. 

익명을 원한 맘스터치 점주 A씨는 이렇게 지적했다. “지난해 가맹점은 코로나19로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도 본사 영업이익은 대폭 증가했다. 저렴한 원재료를 공급받아 비용을 줄였거나, 가맹점에 비싸게 재료를 공급했거나 둘 중 하나 아니겠나.” 결국 스타 마케팅을 통해 맘스터치 실적이 가파르게 늘었을지 몰라도, 가맹점에는 그만큼의 결실을 가져다주진 못했다는 거다. 

■이슈❷ 신사업 허와 실 = 맘스터치가 추진 중인 신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맘스터치는 최근 플래그십 스토어 ‘맘스터치 랩’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 역시 기존 맘스터치 가맹점의 경쟁력 제고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맘스터치는 지난해 6월 서울 송파구에 맘스터치 랩 1호점 ‘맘스치킨’을 열었다. 기존 맘스터치와 달리 치킨 메뉴를 특화해 배달·포장을 전문으로 하는 매장이다. 10월에는 화랑대역 인근에 한국식 피자를 표방한 ‘맘스피자’를 개점했다. 

11월엔 역삼역 인근에 직장인을 타깃으로 ‘베이글+커피’ ‘치킨차우더 수프’ 등을 판매하는 ‘가든 역삼점’을, 12월에는 ‘버거+맥주’를 콘셉트로 한 펍(pub) 형태의 ‘테라스 용산점’도 열었다. 맘스터치 측은 “새로운 메뉴·서비스를 평가하는 공간으로 가맹점의 경쟁력 강화와 중장기 사업동력 확보를 위한 테스트 베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신사업이 기존 맘스터치 사업과 얼마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맘스터치가 운영 중인 플래그십 스토어는 ‘피자’ ‘베이글’ 등 기존 햄버거 사업과는 거리가 있는 업종이다. 정체성이 모호한 신사업이 어떤 결과를 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맘스터치는 햄버거란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기존에 펼쳐왔던 신사업도 시장에 쉽게 정착하지 못했다.” 

사실 맘스터치는 그동안 신사업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일례로 맘스터치가 2017년 새롭게 추진한 피자 프랜차이즈 브랜드 ‘붐바타’는 현재 점포 수가 6개에 머무는 등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맘스터치는 지난해부터 새로운 메뉴 · 서비스를 테스트하는 ‘맘스터치 랩’을 확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맘스터치는 지난해부터 새로운 메뉴 · 서비스를 테스트하는 ‘맘스터치 랩’을 확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맘스터치가 몸값을 높이기 위해 ‘신사업’을 줄줄이 론칭한다는 비판에 시달리는 이유다. 이정희 교수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건 긍정적이다”면서도 “프랜차이즈 시장 경쟁이 치열한 만큼 가맹점과 이해상충이 되지 않으면서도 가맹점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슈❸ 가맹점과의 갈등 = 내실보단 외형에 치중해 맘스터치 본사만 수혜를 누렸기 때문인지 가맹점주와 맘스터치의 관계는 삐걱거렸다. 가맹점주협의회와는 지난 2020년 ‘패티 납품 단가 인상’ 문제로 부딪쳤고, 그게 발단이 돼 지금까지 소송전(상도역점)을 벌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런 상황은 맘스터치 본사가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것과 연결된다.

사모펀드의 목적은 인수기업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비싼 값에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데 있다. 큰돈을 쏟아붓고, 그럴 듯한 신사업을 펼쳐놔야 ‘비싼 값’에 맘스터치를 매각할 수 있는 맘스터치 경영진으로선 사사건건 문제를 제기하는 가맹점주들이 부담스러웠을 가능성이 높다. 

가맹점주들이 ‘맘스터치가 상장폐지를 통해 숱한 경영정보를 숨기고, 몸값을 높이기 위해 외형을 키우는 데 주력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건 어쩌면 합리적인 의심이다.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정보공개 의무 등 상장사엔 부담스러운 절차가 많다. 매각 등 딜을 추진할 때 절차도 복잡하다. 사모펀드(한국에프앤비홀딩스)로선 향후 ‘엑시트(투자회수)’ 과정을 염두에 두고 상장폐지를 결정했을 것이다. 문제는 원재료 가격 등 경영 관련 자료를 공시할 의무가 사라지면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커졌다는 점이다.” 

맘스터치는 가성비 높은 햄버거 브랜드로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었다.[사진=뉴시스]
맘스터치는 가성비 높은 햄버거 브랜드로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었다.[사진=뉴시스]

맘스터치 측은 “비상장사로 전환하더라도 매출 규모에 따른 공시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필요한 공시를 원천 차단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맘스터치의 주장과 달리 가맹점주들의 마음은 조금씩 떠나고 있다. 최근 맘스터치를 이탈하려는 가맹점주가 늘고 있어서다.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올해 1월부터 현재(2월 16일)까지 맘스터치 점포 매매·양도를 원하는 맘스터치 점주의 게시글이 30여개가 올라왔다. 

가맹계약기간 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경쟁 브랜드 대비 30배가량 많은 양인 건 사실이다. 이는 맘스터치에 나쁜 시그널임은 분명하다. 

오세조 연세대(경영학) 교수는 “사모펀드로선 자본의 흐름이나 투자 가치를 따질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면서도 “상장폐지가 프랜차이즈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가맹점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소통을 통해 잘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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