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프랜차이즈 상장사 현황
“사라지거나 발 뺐거나 부진하거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식 열풍에 힘입어 기업공개(IPO)에 나선 기업이 숱하다. 공모주로 한몫 벌려는 투자자의 심리와 주식 열풍이 맞물리면서 적지 않은 기업이 IPO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그런데 IPO를 시도하는 기업 중에서 외식 프랜차이즈는 찾아볼 수 없다. 최근 커피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가 상장을 시도했지만 “가맹점과 브랜드 강화에 집중하겠다”며 돌연 발을 뺐다. IPO 시장에서 외식 프랜차이즈가 소외된 이유는 뭘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상장에 성공한 외식 프랜차이즈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IPO에 나선 기업 중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는 찾기 힘들다. [사진=뉴시스]
IPO에 나선 기업 중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는 찾기 힘들다. [사진=뉴시스]

기업공개(IPO) 시장이 여전히 뜨겁다. 올해만 해도 SK바이오사이언스·SKIET·크래프톤·카카오뱅크 등 ‘대어’로 불리는 여러 기업이 IPO에 나섰다. 반응도 좋다. 국내 수제맥주 업체 중 최초로 상장한 제주맥주의 공모주 청약의 경쟁률은 무려 1748대1, 증거금은 5조8000억원에 달했다.

그렇다고 IPO를 모두가 반기는 것만은 아니다. 지난 6월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는 “IPO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5월 IPO를 발표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뜻밖의 선언이었다. 더구나 투썸플레이스로선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중 유일한 상장사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투썸플레이스는 입장문을 통해 “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투자 계획을 달성하는 데 무리가 없다”며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IPO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투썸플레이스는 향후 가맹점 성장과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투썸플레이스의 상장 철회는 의외의 소식이긴 하지만, 이례적인 건 아니다. 프랜차이즈 식음료 업계에서 IPO는 워낙 쉽지 않은 일이라서다. 야심 차게 상장을 선언했지만 끝내 무산되거나, 상장을 하고도 고전을 면치 못한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들은 숱하다.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는 불안정한 성장과 모호한 비전으로 주식시장에 쉽게 들어서지 못한다. [사진=뉴시스]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는 불안정한 성장과 모호한 비전으로 주식시장에 쉽게 들어서지 못한다. [사진=뉴시스] 

시계추를 10년 전으로 돌려보자. 2011년 카페베네는 IPO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듬해 수익성을 이유로 상장을 미뤘다. 공교롭게도 카페베네는 IPO 철회 이후 부채가 급증하는 등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상장은커녕 생존을 고민하게 됐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bhc는 2012년 IPO를 시도했지만 복잡한 지배구조와 불안정한 성장성으로 코스닥 시장 상장 예비 심사에서 탈락했다. 

이런 프랜차이즈 업계에 2018년은 ‘전멸의 해’로 기록돼 있다. 그해 내로라하는 외식업체들이 IPO를 시도했지만 한곳도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죽 전문 브랜드 ‘본죽’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는 상장을 선언했지만 “가치를 낮게 평가받았다”는 이유로 연기했다.

‘한신포차’ ‘홍콩반점’ ‘빽다방’ ‘롤링파스타’ 등 수많은 브랜드를 보유한 더본코리아는 주관사(NH투자증권)까지 선정했는데도 미뤄졌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가맹점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하지 않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7년 12월 대표주관사(미래에셋대우)와 계약까지 했던 이디야커피가 상장을 철회한 것도 그해다.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다시금 상장 포부를 밝혔지만, 코로나19로 타격이 큰 탓에 올해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신년사에서의 언급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밝힌 포부에 가깝다”며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은 만큼 올해는 가맹점주 지원에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IPO 시도했지만 줄줄이 실패

그렇다면 지금까지 상장에 성공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의 성적은 어떨까. 2000년대 이후 직상장하거나 우회적으로 상장한 6개 업체(태창파로스·할리스에프앤비·MP그룹·맘스터치·디딤·교촌에프앤비) 중 시장에 남아있는 건 태창파로스와 할리스에프앤비를 제외한 4개 업체뿐이다. 그중에서도 직상장에 성공한 곳은 교촌에프앤비(2020년)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우회상장으로 입성했다.

국내 최초로 상장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는 호프집 ‘쪼끼쪼끼’로 잘 알려진 태창파로스다. 2007년 태창가족은 파로스이앤아이와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고, 그 후 사명을 태창파로스로 바꿨다. 그러나 김서기 전 태창파로스 대표의 횡령·배임 사건,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논란에 적자까지 겹치면서 2015년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됐다. 첫 상장업체였던 만큼 태창파로스의 결말은 프랜차이즈 시장에 충격을 줬다. 

태창파로스의 뒤를 이은 건 할리스에프앤비다. 2008년 할리스에프앤비는 엔터테인먼트 업체 ‘유니버셜씨엠(현 이그잭스)’의 지분 19%가량을 인수하며 우회상장했다. 하지만 2009년 5월 ‘프랜차이즈 사업을 확장하고 본사업 위주로 경영하겠다’며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1년 만에 최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났다. 다소 허무하게 증권시장에서 발을 뺀 셈이다. 


증권시장에 남아있는 업체의 상황도 마냥 좋은 건 아니다.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 미스터피자(당시 사명)는 2009년 반도체 장비업체 ‘메모리앤테스팅’와 M&A해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했다. 당시 미스터피자는 ‘여성들을 위한 피자’ ‘맛있고 건강한 피자’ 콘셉트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해 국내 피자시장서 1위에 오른 데 이어 이듬해엔 미스터피자의 원조인 일본의 상표권까지 역으로 취득했다. 

그러나 피자의 인기가 식으면서 실적이 꺾이기 시작했는데, 결정타는 ‘오너 리스크’였다. 2016년 이후 정우현 전 회장의 경비원 폭행사건과 횡령·배임 혐의에 이어, 가맹점을 향한 ‘갑질’ 논란까지 터지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증권시장에서도 무사할 수 없었다. 2017년 7월~2020년 12월 MP그룹(미스터피자) 주식은 코스닥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됐다. 우여곡절 끝에 거래가 재개되긴 했지만 6년 연속(2015~2020년) 적자를 낸 탓에 지난 2월 17일~5월 2일 또다시 거래가 정지됐다. 당연히 주가는 버티지 못했다. 현재(이하 7월 12일 기준) MP그룹 주가는 927원으로, 상장 첫날(2009년 8월 28일) 종가인 4900원에 비해 무려 81.0%나 감소했다. 

 

국내 프랜차이즈 외식업체 중 상장한 곳은 6개로, 그중 직상장한 곳은 교촌 1개에 불과하다. [사진=뉴시스] 
국내 프랜차이즈 외식업체 중 상장한 곳은 6개로, 그중 직상장한 곳은 교촌 1개에 불과하다. [사진=뉴시스] 

MP그룹은 나름대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화장품 유통업체인 MP한강을 자안그룹에 245억원에 매각했고, 6월에는 신사업을 위해 육류 가공·유통업체 대산포크를 흡수합병했다. 사명도 ‘MP대산’으로 바꿨다. 회사 관계자는 “육가공 관련 프랜차이즈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며 “영업이익 부분에서 흑자 전환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미스터피자 이후 7년 만에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곳은 맘스터치앤컴퍼니(이하 맘스터치·상장 당시 사명 해마로푸드서비스)다. 2016년 10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IPO를 위해 세운 회사) ‘KTB스팩3호’와 합병하며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맘스터치는 ‘저렴하고 맛있는 수제 치킨버거’로 마니아층을 모으며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2017년 1100개였던 맘스터치 매장은 최근 들어 1340개를 넘으며 꾸준히 늘었다. 2019년 12월 사모펀드에 인수된 이후 제품 가격이 오르고 노사 갈등이 심해지는 등 논란을 빚고 있긴 하지만 실적은 꺾이지 않았다.

주가도 전체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6년 10월 상장 첫날 2780원으로 끝났던 주가는 현재 4735원으로 두배 이상 올랐다. 자사주 취득을 위한 신탁 계약을 맺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 6월 28일엔 주가가 장중 5000원을 넘기도 했다. 

명맥 유지했지만 주가는 글쎄 

2017년 8월 31일엔 ‘연안식당’ ‘고래식당’ ‘마포갈매기’ ‘공화춘’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디딤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화ACPC와 스팩 합병)했다. 이후 2017년 디딤은 꼬막비빔밥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연안식당을 론칭했고, 매출도 2017년 688억원, 2018년 970억원, 2019년 1253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하지만 디딤의 진군도 코로나19를 넘어서진 못했다. 매출은 2020년 809억원으로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32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가맹점도 줄었다. 

지난 3월엔 납득하기 힘든 행보도 보였다. 자신보다 규모가 작은 배달전문업체 ‘정담유통’을 새 주인으로 맞은 거다. 뜬금없는 최대주주 교체에서 비롯된 우려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2일 디딤은 공시를 통해 ‘10억여원의 운영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한다’고 밝혔다.

당시 주주들은 “무슨 회사가 10억원도 구하지 못하나”라며 원성을 높였다. 실제로 디딤의 자본력은 우려할 만하다. 1분기 부채 비율이 무려 3124%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디딤의 현재 주가가 6년 전 상장일 종가 2110원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2160원에 머무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상장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는 교촌에프앤비(이하 교촌)다. 교촌은 2020년 11월 12일 증권시장에 입성했다. 교촌은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유일한 코스피 종목인 데다, 국내 최초로 직상장에 성공해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업계 1위 사업자라는 점과 치킨업계 성장성이 나쁘지 않다는 메리트도 맞물리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주가는 의외로 부진하다. 최근 주가는 2만원 초반에서 1만원 후반으로, 상장 첫날 종가(3만1000원)를 밑돈다. 교촌의 주가가 좀처럼 오르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실적이 좋았다’는 점이다. 

치킨업계가 코로나19 사태에도 배달시장의 호황을 등에 업고 살아남은 데다 업계 순위마저 변동이 적은 탓에, 교촌 주가가 반등할 요소가 없다는 거다. 교촌이 과거와 달리 트렌드에 맞는 신제품을 자주 내거나 수제맥주 사업에 진출하는 등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다. 

외식 프랜차이즈는 왜 못 버티나

그렇다면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에 상장은 ‘무모하기만 한’ 시도일까. 김영갑 한양사이버대학교(외식프랜차이즈 MBA) 교수는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가 상장에 성공하고, 주가까지 방어하려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상장한 외식업체가 100개는 넘는다. 우리나라에 상장 업체가 고작 4개밖에 없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왜일까. 아직도 국내에선 ‘상품’에만 집중하지, 이미지나 서비스를 판매하지 않아서다. 주식시장은 미래가치를 향한 기대감으로 움직인다. 매출이 좋은 교촌이 투자자에게 매력을 어필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이상 ‘맛있는 제품’을 파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IT기업처럼 외식업체도 경영진이 전면에 나서 기술력과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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