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단기투자 부추기는 IPO 시장의 문제점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IPO 시장 개선해야

‘상장대박’ ‘따상’ 등으로 불리는 기업공개(IPO) 시장이 뜨겁다. 공모주 배정에 성공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 흐름이 부진해서다. 그러자 IPO 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정의정 한국투자자연합회 대표에게 IPO 시장의 문제점을 물었다.

IPO 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IPO 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IPO 시장의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 IPO가 투자시장이 지향해야 할 장기투자 문화를 훼손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 왜 그런가.
“IPO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주식시장에 소개하는 제도다. 하지만 지금의 IPO는 이른바 ‘상장대박’을 노리는 한탕주의의 온상이 됐다. IPO 직전 투자금이 유입되고 상장과 동시에 급격하게 빠지는 단기투자만 부추기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떴다방’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 IPO 시장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다. 누구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보는가.
“IPO를 주관하는 증권사의 책임이 크다. 주관사는 성공적인 IPO를 위해 흥행몰이에 나선다. 높은 공모가를 책정받기 위해 IPO 붐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공모가가 높을수록 주관사인 증권사가 가져가는 수수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IPO가 끝나면 그만이다. IPO 이후 주가가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다. 문제는 IPO 이후 주가가 크게 출렁이면서 이른바 개미들만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 IPO 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렇다. 공매도와 함께 IPO 시장도 기울어진 운동장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는 대부분 의무보유확약 기간을 설정하지 않고도 많은 양의 공모주를 배정받는다. 하지만 일반투자자는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고작 몇주를 배정받는 게 전부다. 처음부터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우 유리한 시장이라는 거다. 이게 불공정이고 불평등 아니겠는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 외국인 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 이슈만이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 기관투자자의 문제점도 숱하다. 허수청약이 대표적이다. 수요예측 단계에는 증거금이 필요 없다. 허수청약을 통한 공모가 부풀리기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는 기업의 적정 가치를 찾아야 할 기관투자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의 기관수요예측에선 자본금이 50억원에 불과한 투자자문사가 7조원을 베팅했다. ‘기관투자자는 청약증거금이 필요 없다’는 제도적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기관투자자의 허수청약 문제도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 허수청약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청약 열풍으로 공모주를 받으면 대박을 터트릴 수 있다는 공식이 생겨났다. IPO마다 청약 열풍이 불고 있는 이유다. 기관투자자의 청약 경쟁도 치열해졌다. 기관투자자가 공모가를 높이고, 허수청약을 해서라도 많은 물량을 배정받으려고 하는 이유다.”

✚ IPO에 열광하는 개인투자자도 문제점이 많아 보인다.
“물론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는 시장에서 약자에 가깝다. 정보가 부족한 개인투자자는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 성적표를 믿을 수밖에 없다. 대형 공모주의 경우 기관과 외국인이 청약에 대거 참여하면서 ‘흥행불패’라는 공식이 만들어졌다. 공매도 등으로 피해를 보면서 IPO는 안전한 시장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IPO 시장을 향한 왜곡된 시각을 누가 만들었는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 단기차익을 노리는 한탕주의가 문제라는 얘기인가.
“그렇다. 물론 IPO는 필요하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발굴하고, 시장에 소개하는 좋은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이 돼야 한다. 합리적이고 평등한 시장으로 탈바꿈해야 국내 투자 시장도 발전할 수 있다. 지금처럼 단기차익을 노리는 시장으로 변질하면 외국인과 몇몇 큰손만 돈을 버는 마켓이 될 것이다.”

✚ 공모가의 90~200% 범위에서 결정되는 시초가가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장일 시초가는 단일가 방식으로 호가를 접수한 뒤 시초가가 결정된다. 여기에도 단기차익을 노린 세력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 대부분은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시초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상장일 호가를 높게 지시하는 방식으로 시초가를 부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역시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IPO는 장기투자자에겐 독인가.
“지금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이 계속된다면 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개선이 필요하다. IPO를 통해 상장한 기업의 공모가와 시초가 등을 분석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면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근거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 LG엔솔처럼 IPO의 문제점이 자주 나타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불합리한 제도는 바로잡는 게 맞다. IPO 시장에 문제가 있다는 건 시장과 금융당국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IPO 시장이 기울어지면서 단기투자에 승부를 거는 사람이 너무 많다. 기업의 먼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장기투자자에겐 불리한 시장이 된다. 건전한 투자문화를 정착하고,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장기투자 문화가 활성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 단기 투자를 무조건 나쁘다고 보는 건 무리가 있지 않은가.
“주식시장은 자본시장의 산물이다. 다양한 투자가 있고, 각기 다른 방법으로 수익을 추구한다. 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나친 단기투자는 주가의 변동성만 키운다. 투자자가 기업의 성장성보다는 단기 이슈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투자가 아닌 도박을 하는 셈이다. 한탕주의를 부채질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안타까운 것은 정치권이든 금융당국이든 장기투자 문화를 정착시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IPO 시장을 규제하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국인 자금 중 단기자본이 많은지 장기투자 자금이 많은지 살펴야 한다. IPO 시장만 두고 보면 단기투자 자금이 많아 보인다. 이런 자금이 많은 게 증시에 도움이 되는지도 의문이다. 금융당국은 우리나라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돼야 외국인 자본이 유입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하지만 최근 주요 증권사의 보고서를 보면 MSCI에 편입되면 외국인 자본이 되레 유출된다는 분석이 있다. 외국인 자본의 유입을 장담할 수 없다는 거다. 외국인 자본에 목매는 이유를 모르겠다.”

✚ 외국인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건가.
“그렇다. 국내에도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넘쳐난다. 이런 자금이 증시로 흘러들지 않는 것은 시장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시장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국내 시장을 키워야 할 때다.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라면 외국인 자본은 알아서 들어올 것이다.”

✚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장기투자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기업에도 장기투자를 하는 주주가 많은 것이 좋다. 기존 주주가 받쳐주고 기업의 성장성을 본 신규 투자자가 유입돼야 안정적인 기업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눈앞의 이익만 보고 도박을 하듯이 베팅한다. 투자문화는 없고 돈만 좇는 세력들이 넘쳐나는 이유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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