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14년 만의 3개월 연속 무역적자

코로나19 쇼크가 지속되는데도 한국 경제가 버텨낸 건 교역에서 벌어들인 외화 덕분이었다. 정부가 무역적자가 울리는 경고금을 흘려듣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쇼크가 지속되는데도 한국 경제가 버텨낸 건 교역에서 벌어들인 외화 덕분이었다. 정부가 무역적자가 울리는 경고금을 흘려듣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사진=연합뉴스]

나라살림의 건전성 지표인 재정수지와 대외 지불능력 척도인 경상수지가 동시에 적자를 내는 ‘쌍둥이 적자’ 경고등이 켜졌다. 잦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게다가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수출로 벌어들이는 것보다 수입으로 나가는 달러가 많아지면서 무역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를 내게 생겼다. 

정부 수입과 지출의 차이인 통합재정수지는 2019년(-12조원), 2020년(-71조2000억원), 2021년(-30조원)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올해도 1차 추경을 반영해 이미 70조원 적자고, 대선 이후 2차 추경이 나오면 적자가 1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통합재정수지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것도, 100조원대 적자도 사상 처음이다. 

재정건전성이 위협받는 와중에도 기업들의 수출 호조에 따른 무역흑자 덕분에 국가신인도가 유지됐는데 이마저 흔들릴 상황에 처했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4억5000만 달러), 올 1월(-48억8900만 달러)에 이어 2월에도 10일까지 35억 달러 적자를 냈다. 석달 연속 적자가 확실하다. 무역수지 3개월 연속 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무역수지 적자가 곧바로 경상수지(국가 간 상품ㆍ서비스의 수출입과 자본·노동 등 모든 경제적 거래를 합산) 적자를 의미하진 않는다. 아직은 외국과의 서비스 거래와 급료 및 임금 수지, 투자소득 수지가 괜찮아서 무역수지가 적자를 내는데도 경상수지는 흑자를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경상수지에서 무역수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경상수지도 흑자폭이 줄었다. 특히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가격 급등세로 무역수지가 큰폭의 적자를 내고 있어 경상수지도 조만간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재정수지와 무역수지가 동반 적자를 내는 것은 국가신인도에 부담이 된다. 대선 직후인 4~5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평가해 공개한다. 여기서 신용등급 전망이나 한국 재정 상황을 부정적으로 언급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등 후폭풍이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재정수지와 무역수지 적자 모두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은 대선 직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위한 2차 추경을 공론화했다. 추경 규모가 커지면 재정수지 적자도 불어난다.   

무역수지 적자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한국의 항로가 국제유가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및 물류대란의 파도에 직면한 가운데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현실화함으로써 더 위태로워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2월 24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25달러 내지 15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와 있다.

무역수지 적자는 기업과 가계에 연쇄적으로 충격을 주며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무역수지 적자의 핵심 요인이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인 만큼 올해 물가상승률이 정부 전망(2.2%)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은 24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유지하면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을 3.1%로 상향조정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2.0%)보다 1.1%포인트나 높다.

물가 급등은 금리인상 흐름과 맞물려 소비를 억제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고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떠안은 기업들의 실적도 악화할 것이다. 기업 실적이 부진하고 내수 소비가 위축되면 정부가 목표로 잡은 올해 3.1% 성장이 어려워진다.

쌍둥이 적자는 1980년대부터 미국이 겪는 문제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데다 부존자원도 빈약하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쌓이는 무역수지 적자를 간과하다 국가부도 상황에 직면했다. 당시 환란을 짧은 기간에 극복해낸 배경은 건전한 재정이었는데 지금은 그럴 형편도 못 된다.

재정적자가 불어나고 코로나19 쇼크가 3년째 지속되는데도 한국 경제가 버텨낸 것은 교역에서 벌어들인 외화 덕분이었다. 정부는 무역적자가 울리는 경고음을 흘려듣지 말고 기업들의 애로사항 해결 등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선후보들과 정치권은 표를 노린 돈 뿌리기 공약을 자제해야 한다. 국제 정세가 소용돌이치고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할수록 정부와 정치권이 중심을 잡고 경제 펀더멘털을 굳건히 해야 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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