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원 후폭풍
수수료 부담 커지는 자영업자
제품·서비스 가격 인상 가능성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들이 중개수수료 체계를 손보고 있다. 사실상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익이 줄어들 게 뻔한 자영업자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제품 가격 등을 올려서 부담을 덜어내는 거다. 중개수수료 조정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배달음식을 종종 시켜 먹는 30대 맞벌이 전영섭씨 부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수수료가 올랐을 때 자영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사진=뉴시스]
수수료가 올랐을 때 자영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사진=뉴시스]

결혼 3년 차인 전영섭(가명·35)씨와 한주연(가명·33)씨는 맞벌이 부부다. 아침엔 일어나 출근하기 바쁘고, 점심은 회사에서 해결한다.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식사를 하는 유일한 시간은 저녁 시간뿐이다. 요리에 관심이 없는 부부는 평일엔 주로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주말엔 밖에서 해결한다. “결혼 초기에 몇번 요리를 했는데, 재료도 많이 남고, 설거지하는 것도 번거로워서 그냥 사 먹기로 했다. 이것저것 따져보니 경제적으로도 그게 낫더라.”

얼마 전엔 부부가 사이좋게 코로나19에 확진되는 통에 주문 횟수가 훌쩍 늘었다. 갑작스럽게 확진되다 보니 미리 구비해 놓은 식량이 없었던 탓에 매 끼니를 배달음식에만 의존해야 했다. “먼저 확진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잘 먹어야 빨리 낫는다더라”라며 두 사람은 출출하다 싶으면 배달앱을 들락거렸다.

그렇게 격리해제 전날, 카드사 앱에 접속한 주연씨는 ‘생각보다 큰 결제금액’에 깜짝 놀랐다. 격리기간에 원 없이 배달음식을 주문해 먹었던 터라 식비가 많을 거란 예상은 어느 정도 했다. 그래도 어쩐지 과하다 싶어 영섭씨에게 카드 사용 내역을 보여줬고, 꼼꼼한 그는 스마트폰 계산기 앱을 열어 하나씩 분석에 들어갔다.

“아뿔싸!” 영섭씨가 탄식을 터뜨렸다. “우리가 배달팁에만 3만원 넘게 썼네?” 그간 “2000~3000원 정도야”라며 별 저항 없이 배달팁을 지불해 왔는데, 막상 모아놓고 보니 만만찮은 돈이었던 거다.[※참고: 배달비에는 식당 주인인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금액과 소비자가 부담하는 금액이 따로 있는데, 배달의민족은 그중 소비자가 내는 비용을 ‘배달팁’이라고 부른다. 요기요는 ‘배달요금’, 쿠팡이츠는 ‘배달비’라고 하는 등 업체마다 지칭하는 단어가 조금씩 다르다.]

영섭씨와 주연씨는 둘 다 편리함과 효율성을 추구한다. 그들이 배달음식 애호가를 자처한 것도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 요리하고 남는 처치 곤란한 식재료, 오며 가며 쓰는 시간과 기름값을 생각해 내린 결론이었다. 그런 이유로 1000원만 내면 되던 배달팁이 점점 오를 때도 “이 정도쯤이야”하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부부가 몇년째 지켜온 그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배민의 중개수수료 개편 뉴스를 보고 난 후다. 두 사람이 주로 이용하는 배민이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수수료 체계를 바꿨다는 건데, 이렇게 되면 자영업자들이 떠안는 부담이 커지고, 그것이 결국 소비자에게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의 뉴스였다.

그렇다. 그림➊처럼 배달의민족이 단건 배달 서비스인 ‘배민원(배민1)’의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그동안 배달 1건당 ‘중개수수료 1000원+배달비 5000원’을 적용하던 요금제가 음식값에 비례하는 정률제로 바뀌었다. 자영업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기본형 요금제로 보면 수수료 6.8%에 배달비 6000원을 적용한다. 사실상 배달비가 1000원 오른 거다.

실제로 최근에 포장·방문 주문한 치킨을 찾으러 갔을 때 단골 프랜차이즈 치킨전문점 사장님도 그런 고통을 호소했다. 오랜만에 마주한 사장님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해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으니 “수수료가 올라서 걱정이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치킨 가격도 오르는 거냐”고 묻자, 주방에 있던 사장님이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손님, 제 말 좀 들어보시라”며 봇물 터지듯 말을 쏟아냈다.

“지금 상황이 어떤 줄 아세요? 주문 중개수수료 따로, 배달수수료 따로입니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다들 떼돈 버는 줄 알아요. 돈이요? 벌죠. 매출도 늘긴 했어요. 그러면 뭐합니까. 수익이 안 나요. 본사에서 물건 받고, 이것저것 수수료 떼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어요. 20% 남으면 많이 남는 거였는데, 수수료가 올랐으니 답답하죠.”

“어디 그것뿐이게요?” 사장님이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도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만 있을 순 없잖아요. 다 돈 벌자고 장사하는 건데, 계속 이런 상태면 하나둘 배달료를 올리거나 참다못해 본사에 가격 올려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단 말이죠. 그래서 가격이 인상되잖아요? 우린 우리대로 욕먹고, 손님은 더 비싼 치킨을 드셔야 해요. 아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밥을 먹어도 모래를 씹는 거 같아요.”

그림➋와 같이 이번 수수료 개편으로 자영업자가 짊어져야 할 수수료 부담은 더 커졌다. 수수료 부담이 커지는 자영업자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팁을 인상하거나 메뉴 가격을 올려 수익성을 챙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결국엔 그림➌처럼 소비자에게도 그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는 거다.

“손님도 좋고, 저도 좋으려면 다시 옛날로 돌아가야죠. 좀 귀찮으시겠지만 전화로 주문하고, 오늘처럼 찾으러 오세요.” 배민 수수료 개편의 그림자가 영섭씨 부부를 엄습해오고 있는 탓이었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솔솔 풍기는 치킨 냄새가 여느 때와 달랐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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