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등록금 인상 기조 괜찮나 

정책을 결정할 때는 과학적인 분석이 먼저다. 가령, 정부가 재정을 운용할 때는 세수부터 정확히 추계해야 하고, 세율을 조정할 때는 그 여파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대학의 등록금 인상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학 재정이 어렵다”는 일부 대학 경영자의 말만 들을 게 아니라 정말 어려운지, 학부모와 학생이 등록금 인상을 감당할 수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과정을 거쳐 ‘등록금 인상’이란 방향성을 설정한 걸까. 

‘대학등록금 인상’이라는 방향성을 잡기 전에 제대로 된 분석부터 하는 게 순서다. 사진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사진=뉴시스]
‘대학등록금 인상’이라는 방향성을 잡기 전에 제대로 된 분석부터 하는 게 순서다. 사진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사진=뉴시스]

# “대학등록금 규제 완화 필요성에 관한 교육당국과 재정당국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난 6월 23일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대구에서 열린 대학 총장 세미나(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최)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2009년부터 동결되다시피 했던 등록금의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 그로부터 10여일 후 다른 발언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장 대학등록금을 올리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물가가 너무 올랐기 때문에 등록금 인상이 시행되는 시기까지는 여유가 있어야 할 거 같다”는 게 이유였다.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올린다고 했던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겠다니 좋아해야 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박 장관의 말은 ‘올리긴 올리되 당장은 아니다’는 의미일 뿐이다. 일정을 뒤로 늦춘 것뿐이니 좋아할 일이 아니란 거다.

 여기서 중요한 건 교육당국자들이 등록금 인상을 운운하기에 앞서 대학의 현주소를 제대로 분석했느냐다. 먼저 현황부터 살펴보자. 표➊에 따르면 국내 대학은 381개(2021년 기준)다. 설립유형별 대학 비중을 보면, 사립대가 326개로 비중은 85.6%에 달한다. 국ㆍ공립대는 전체의 14.4%에 해당하는 55개다. 대학 재학생 비중 역시 사립대(225만8339명)가 78.6%로 압도적으로 많다. 국ㆍ공립대의 학생 수는 61만5747명(21.4%)이다. 

등록금은 어떨까. 표➋에서처럼 국립대 평균 등록금은 404만5000원(한국장학재단자료ㆍ2021년 기준), 사립대는 719만5000원이다. 사립대 평균 등록금이 국립대 평균 등록금의 1.8배에 달한다. 많은 대학생이 대출로 학비를 마련하는 것도 그래서다. 표➌에 따르면 2020년 1학기에만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이 26만4888명(대학원 제외)을 기록했다. 

그해 전국 대학 입학자가 59만9924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44.2%가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학자금 대출 규모는 6860억원이었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 1명이 한 학기에 평균 259만원의 빚을 졌다는 거다. 대학생과 학부모들이 그동안 ‘반값등록금’을 외쳐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대학 재정 상황이다. 상당수 학생이 ‘학자금 대출’을 받는다고 대학들에 손해를 감수하라고 주장할 순 없다. 이 역시 정부가 살펴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면 2009년 이후 13년간 사실상 동결된 등록금 때문에 대학 재정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까. 

표➍에서 보듯 2021년 사립대 전체의 총 부채는 1조17억원, 기본금(수익금을 포함한 기본 자산)은 42조7697억원이었다. 평균 부채비율은 2.3%다. 4년제 사립대로 기준을 좁혀보면, 총 부채가 8966억원, 총 기본금은 32조6902억원이다. 평균 부채비율은 2.7%다. 

2012년 4년제 사립대의 총 부채는 5조5866억원, 총 기본금은 31조9422억원, 평균 부채비율은 17.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0년 만에 부채는 84.0% 줄고, 기본금은 2.3% 늘어난 셈이다.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14.9%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정부의 등록금 인상 억제정책 때문에 대학 재정이 어려워졌다’는 걸 정면으로 뒤집는 결과다. 

물론 사립대들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구조조정 등을 꾀한 결과일 순 있다. 하지만 역으로 보면 ‘등록금 인상 억제책이 사립대가 재정을 건전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윤석열 정부가 잡은 ‘등록금 인상’이란 방향성은 옳게 설정된 걸까. 통계만 보면 그렇지 않다. ‘등록금 인상’이란 전제를 내려놓고 정확한 분석을 해봐야 하는 이유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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