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 여력·분석 능력 점검
금·인프라 등 실물자산도 매력
증시 변동성 감안한 전략 필요

그때는 미처 몰랐다. 뜨겁게 타오르던 불꽃이 순식간에 꺼져버릴 거란 사실을 말이다. 현재의 자산시장을 두고 하는 얘기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시작됐던 ‘유동성 파티’가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함께 막을 내리면서 자산시장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숱한 대외 변수 속에서 개막한 ‘변동성의 시대’, 개인투자자들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깊어지면서 자산시장에도 위기가 찾아왔다.[사진=연합뉴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깊어지면서 자산시장에도 위기가 찾아왔다.[사진=연합뉴스]

성실하게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결과가 생긴다는 교훈은 동화 속 환상일 뿐일까. 최근 들어 ‘내가 투자한 종목은 왜 이럴까’라며 힘들어하고 속상해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덮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우려가 깊어지면서 자산시장의 경기도 얼음장처럼 얼어붙고 있어서다. 

자산시장에 닥친 위기의 근원은 지난 2년간 전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던 코로나19 팬데믹이다. 당시 시장에 어떤 식으로 거품이 쌓였는지 순차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생한 직후 각국 정부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일제히 시장에 돈을 풀었다. 중앙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춰 경기부양을 뒷받침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유동성은 대폭 확대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본격화한 2020년 미국, 유로존 19개국, 한국, 일본 등 주요국의 유동성 총 증가액만 7350조원에 달할 정도였다.

풍부한 유동성은 주식ㆍ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 ‘유동성 파티’의 시대를 열었다. 2021년 미국 증시에선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다우존스30 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고, 국내에서도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돌파하는 등 증시 활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유동성의 반대편에선 ‘침체의 그늘’이 드리우고 있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위기, 글로벌 공급망 마비 등 예상치 못한 대외 변수들이 ‘악재’로 등장하면서 글로벌 경기는 급격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치솟는 유가에 원자재 가격은 가파르게 올랐고, 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폭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중앙은행이 나선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 3월 ‘제로금리’에 종지부를 찍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연준은 지난 5월부터 6월과 7월까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과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연달아 밟으면서 글로벌 시장에 뿌려진 유동성을 회수하고 있다. 국내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한국은행 역시 지난 4~5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7월엔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처럼 세계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코로나19 팬데믹 국면 속) 유동성 파티의 시대에 주식 시장으로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유동성이 줄면 시중의 자금이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면서 상대적으로 증시는 약세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제로 최근 몇개월간 국내 기업들이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는데도 코스피지수는 2300선까지 떨어지며 하락장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이 풍부한 유동성이 뒷받침하는 저금리 상황에서 쉽게 수익을 냈던 과거와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 

지금은 ‘변동성의 시대’다. 시장은 이미 경기침체 상황을 반영하고 있지만 변수는 여전히 숱하다. 장기적 관점에서 앞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 올지 경기가 연착륙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예측불가능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기본적인 전략으로 투자를 감행해야 할까, 더이상의 손실을 막기 위해 ‘손절’을 택해야 할까.


자! 이럴 때는 일단 한발 물러서서 내가 처한 상황은 어떤지, 내 스스로의 판단력은 어떤지부터 파악해보자. 이를 위해선 두가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내게는 장기투자를 위한 시간과 자금 여력이 충분한가?’ ‘나는 정확한 시장 분석 능력을 갖고 있는가?’ 만약 두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다면 눈여겨보던 종목이 ‘저평가’됐다는 주관적 분석만으로 투자에 뛰어들어선 안 된다. 

다음으론 대외 변수를 면밀하게 살펴보며 투자처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해결될 수 있을지, 만약 그렇다면 어디까지 금리를 끌어올릴지 의문인 상황에서 주식과 같은 전통적인 금융자산에만 집중하는 건 또다른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지금은 되레 금ㆍ인프라 등 실물자산 중심의 대체투자가 매력적일 수 있다. 변동성이 큰 시기에 이들 실물자산 투자는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어서다. 물론 금융자산과 실물자산에 분산투자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미 연준은 글로벌 금리인상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사진=연합뉴스]
미 연준은 글로벌 금리인상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사진=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증시 하락장에서의 추가적인 매수 전략도 고려해볼 만하다. 단, 주가가 낮을 때 많은 주식을 매수하고, 주가가 높을 때는 주식을 적게 사는 ‘코스트 애버리징(Cost Averaging)’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주식의 평균 매입단가가 낮아져 증시가 상승장에 들어설 경우 원금회복까지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처럼 증시 변동성이 커서 투자 타이밍을 잡기 어려운 때 유용한 투자 방식이기도 하다. 


다양한 전략과 자신감 필요한 때

변수가 많은 시장에서 당연한 건 없다. 이솝우화 속 ‘토끼와 거북이’를 떠올려보자. 만약 토끼가 낮잠도 자지 않고, 옹달샘의 약수도 그냥 지나치면서 오직 달리기만 했다면 거북이를 이겼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엉금엉금 기어가던 거북이가 때마침 적당한 이동수단을 발견해서 이용한다면, 달리기만 하는 토끼를 쉽게 이길 수도 있다. 

자산시장도 마찬가지다. ‘하면 된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다양한 투자 전략을 세워나간다면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자산동결의 시대, 리스크 관리만큼이나 중요한 건 바로 자신감이다.

김유나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센터장
youi97@kbfg.com | 더스쿠프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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