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왜 영끌할 수밖에 없었나
미래 보이지 않는 청년층 위한 변론

‘영끌’ ‘빚투’ 열풍의 중심에 20대가 있었던 건 부인할 순 없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영끌’ ‘빚투’ 열풍의 중심에 20대가 있었던 건 부인할 순 없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20대’란 단어엔 ‘청춘靑春’이란 두 글자가 따라붙는다.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 같은 나이라는 거다. 하지만 요즘 20대에겐 청춘이란 말이 무색하다. ‘부모 세대보다 못 사는 첫 세대가 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 속에 발버둥을 쳐도 되돌아오는 건 ‘빚’뿐이라서다. 

# 누군가는 ‘영끌’ ‘빚투’의 예고된 대가가 아니냐고 묻는다.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한탕주의에 빠져 ‘투자세계’에 뛰어든 게 부메랑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일침이다. 이 때문에 청년층을 위한 채무조정 제도를 내놓은 정부를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끌’과 ‘빚투’로 주식·가상자산 등에 베팅한 청년의 투자 손실을 세금으로 메꿔줄 필요가 뭐냐는 거다.  


# 정책을 두곤 갑론을박이 벌어질 순 있다. 하지만 20대 청년이 왜 ‘영끌’ ‘빚투’의 늪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는지, 길을 잃은 청년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허약하진 않은지를 살펴보는 건 정부와 사회의 몫이다. 

# 최근 수년간 불어닥친 ‘영끌’ ‘빚투’ 열풍의 중심에 20대가 있었던 건 부인할 순 없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었다. 이들이 빚내서 주식에 베팅하고, 코인에 투자하고, 내집 마련에 사활을 내건 건 계층 이동 사다리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불안감도 이들을 부추겼다. 

# 청년의 빚이 오로지 ‘영끌’과 ‘빚투’ 때문에 늘어난 것도 아니다. 3개월 이상 채무를 연체하고 있는 청년들의 연체 사유 절반 이상은 생계비 지출 증가와 실직이었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빚을 진 청년의 부담이 한층 커졌다. [사진=뉴시스]
대출금리 상승으로 빚을 진 청년의 부담이 한층 커졌다. [사진=뉴시스]

빚을 내 주식을 하는 이른바 ‘빚투’에 따른 연체는 전체 사유의 0.8%에 그쳤다. 정부가 내놓은 청년층 채무조정 제도에 쏟아진 “투자 실패 청년을 왜 지원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편견의 결과물일 수 있다는 거다. 되레 무분별한 ‘도덕적 해이’ 논란이 도움이 필요한 청년층을 향한 지원을 막을 우려도 있다.

# 어쩌면 지금 필요한 건 ‘빚투’와 ‘영끌’의 책임을 따지는 게 아닐지 모른다. 20대 청년의 현실을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해법이 나오고, 또다른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더스쿠프가 스무살을 ‘벼랑’에서 시작하는 첫 세대, 20대 청년의 자화상을 그려봤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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