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본 대우조선해양의 미래
정상화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하청노동자 없으면 수주도 무용지물

대우조선해양을 위기로 몰았던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은 끝났다. 하지만 이번 파업을 계기로 대우조선해양의 미래를 우려하는 이들이 더 늘어났다. 대규모 공적자금을 받고도 20년 넘게 정상화하지 못한 기업이 시끌벅적한 ‘불법파업’ 논란에 휘말린 데다, 일감이 있어도 일할 사람은 적다는 점이 사실상 입증됐기 때문이다. 그럼 대우조선해양은 어떤 상태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객관적 숫자로 대우조선해양을 분석해봤다.

국내 조선업계는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조선업계는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사진=연합뉴스]

9조9000억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015년부터 지금까지 대우조선해양에 쏟아부은 돈의 규모다. 이는 순수 지원과 대출, 출자전환, 영구채 매입 등을 모두 포함한 액수다. 어떤 항목을 넣고 빼느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9조9000억원에서 출자전환이나 영구채 매입 등을 뺀 7조1000억원을 공적자금으로 분류하고 있다.

다만, 외환위기 당시 대우그룹 해체 과정에서 받은 자금(2조9000억원)까지 포함하면 대우조선해양에 총 투입된 자금은 12조8000억원에 달한다.

어쨌거나 2015년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의 자금을 처음 투입한 산업은행은 “2019년이면 정상화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우여곡절 끝에 2019년 12월 체결한 현대중공업과의 ‘M&A 계약’도 올해 1월 유럽연합(EU)이 기업결합을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그러자 대우조선해양의 미래를 놓고 “분할매각을 해야 한다” “공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에 매각해야 한다” 등 숱한 주장이 난무한다. 이 주장들의 공통점은 대우조선해양이 자력갱생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체 대우조선해양은 어떤 상황인 걸까. 

우선 대우조선해양의 실적부터 보자.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의 데이터를 비교해봤다(표❶). 단순 수치만 보면 절망적인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의 2021년 매출은 4조4866억원, 영업손실은 1조7547억원, 당기순손실은 1조6998억원이었다.

2012년 대비 매출(13조5435억원)은 3분의 1로 줄어든 반면 영업손실(721억원)은 24배, 당기순손실(2788억원)은 6배나 늘었다. 지난 10년간 누적 영업손실은 4조8480억원, 누적 당기순손실은 7조7444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눈여겨볼 점이 있다.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저가경쟁을 펼치다 큰 손실을 냈던 2015~2016년 이후 실적이 조금씩 개선됐다는 거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손실을 입은 지난해를 제외하면 2017~2020년 누적 영업이익은 2조2040억원,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60억원이었다.

이 기간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 평균치는 5.7%, 순이익률 평균치는 2.5%였다. 대우조선해양이 정상화하려면 갈 길이 아직 멀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대우조선해양의 가능성은 재무 상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기업의 타인자본 의존도를 가늠할 수 있는 부채비율(표❷)을 보자. 2012년 301.2%였던 부채비율은 2015년 2950.6%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점차 하락해 2020년에는 166.8%까지 떨어졌다. 이 정도라면 양호한 부채비율이다.

2021년 다시 379.0%로 오르긴 했지만,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다. 조선업은 상품을 제공한 후 곧바로 대금(전액)을 받는 구조가 아니다. 수주 계약 시 일부(선수금), 건조 과정에서 또 일부, 선박을 인도할 때 잔금을 받는다. 조선사들이 선수금을 이익으로 잡지 않고 ‘계약부채’로 잡는 이유인데, 이 때문에 어떤 부채가 늘었는지를 살펴봐야 부채비율이 뜻하는 함의를 확인할 수 있다. 

일례로 올해 2분기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676.6%로 지난해 말(379.0%)보다 2배가량 상승했지만, 계약부채도 2조942억원에서 3조1681억원으로 51.3% 증가했다. 반면 이 기간 금융성 부채(장ㆍ단기차입금이나 사채 등)는 3조1040억원에서 2조9798억원으로 4.0% 줄었다. 이런 맥락에서 일감이 늘어나 부채가 증가했다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대우조선해양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는 또 있다. 기업의 자금 지급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유동자산 대비 유동부채)이다(표❸). 

이 비율은 높을수록 기업의 재무유동성도 크다는 뜻인데, 대우조선해양의 유동비율은 2012년 79.3%에서 2015~2016년 60%대까지 떨어졌다가 2017~2020년 평균 129.0%로 개선됐다. 2021년과 올 2분기엔 각각 86.8%, 81.8%로 하락했지만, 2021년이나 2015~2016년보단 좋다. 

수주 상황도 대우조선해양의 나쁘지 않은 미래를 짐작하게 하는 요인이다. 2014년 40조538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수주 잔고는 2020년 8조6405억원까지 줄었다가 지난해(18조9970억원)를 기점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 2분기 기준 수주잔고는 24조9599억원에 이른다. 새 일감이 많다는 거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를 막는 변수도 숱하다. 대표적인 건 인력이다(표❹).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 종사자는 2014년 기준 20만3441명에 달했지만, 이후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에는 10만명 아래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9만2687명(감소율 -54.4%ㆍ이하 2014년 대비)을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직원(기간제 포함)은 2014년(1만3602명)에 정점을 찍은 후 줄어들기 시작해 2021년 기준 8802명(-35.3%)만 남았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수는 협력업체를 포함해 2만1000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청노동자가 전체 대우조선해양 노동자의 절반을 넘는 셈이다. 

이 말은 대우조선해양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을 나름대로 해왔지만, 하청노동자들과의 소통 없이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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