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알씨테크의 도전

비알씨테크의 산업기능요원 3명은 일과 학업을 병행한다. [사진=비알씨테크 제공]
비알씨테크의 산업기능요원 3명은 일과 학업을 병행한다. [사진=비알씨테크 제공]

# 21세기를 대표하는 ‘혁신 아이콘’ 스티브 잡스는 대학을 중퇴하고 ‘창고’에서 애플을 창업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제국을 만든 빌 게이츠 역시 ‘대학 졸업장’을 갖고 있지 않다.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인재에게 허울 좋은 간판 따윈 아무런 가치가 없을지 모른다. 현장에 투입된 이가 얼마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지,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의지는 있는지 등이 훨씬 더 중요하다. 예년과 달리 ‘특성화고’ ‘마이스터고’를 졸업한 현장형 인재를 원하는 기업이 몰라보게 늘어난 건 어쩌면 이 때문이다. 

# 2016년 창업한 산업용 엣지컴퓨터ㆍ터치모니터 제조업체 ㈜비알씨테크는 이같은 인재를 발탁해 육성하고 있는 기업 중 한곳이다. 이 회사는 2021년 마이스터고등학교를 졸업한 현장형 인재 3명을 영입해 ‘사내 브레인’으로 키우고 있다.

‘젊은피 3인방’이 활약하는 핵심 분야는 ‘스마트파워’다. 스마트파워는 키오스크ㆍ전기차충전기 등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클라우드 환경에서 AIㆍ빅데이터 기반으로 예측ㆍ진단ㆍ조치하는 플랫폼이다. 

신귀현 비알씨테크 대표는 “산업기능요원 제도를 활용해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겸비한 젊은 인재를 수혈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이들을 산업기능요원 기간이 끝난 후에도 책임지고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라가 뽑은 인재상 = 산업기능요원 제도는 병무청장이 선정한 병역지정업체(옛 병역특례업체)가 일부 병역자원을 제조ㆍ생산인력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병무청장은 국가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만한 기업을 산업기능요원이 근무할 수 있는 병역지정업체로 선정한다. 그만큼 병역지정업체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비알씨테크는 ▲꾸준한 산학협력(서울전자고 2018년ㆍ서울로봇고 2019년) ▲기술부설연구소 설립(2019년)에 이어 ▲벤처기업ㆍ이노비즈ㆍ메인비즈(이상 2020년) 등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통과한 결과, 2020년 11월 병역지정업체로 선정됐다.[※참고: 이노비즈와 메인비즈는 각각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경영혁신형 중소기업을 일컫는 용어다.] 

차별화 전략 = 주목할 점은 비알씨테크가 병역지정업체로 선정된 후에도 다른 기업과는 차별화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거다. 대표적인 건 ‘훈련소 임금’ 시스템이다. 산업기능요원은 병영兵營 생활을 하진 않지만, 기초군사훈련만큼은 받는다.

현 제도상 병역지정업체는 이 기간 산업기능요원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지만, 비알씨테크는 그렇지 않다. 자신들이 발탁한 산업기능요원에게 소속감과 함께 안정감을 주기 위해 기초군사훈련 기간에도 임금 100%를 지급한다. 이번에 뽑은 산업기능요원 중 1명도 이 혜택을 받았다. 나머지 2명은 기초군사훈련을 받을 때 지급할 예정이다. 

2020년 1월 시작한 ‘일학습병행’ 프로그램도 차별화 시스템 중 하나다. 이 제도의 목적은 청년근로자가 현장에서 업무를 진행하면서 학습을 함께 하는 것으로, 정부가 지정한 ‘일학습병행업체’라면 추진할 수 있다. 

신귀현 대표는 “현장에서 업무를 진행하면서 4년제 학사를 취득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지원시스템을 구축했다”면서 말을 이었다. “일학습병행이란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기업의 의지가 중요해요. 그래서 장시간 근로관행을 개선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협약을 산업기능요원들과 맺었어요. 이를 통해 잔업도 줄였죠. 여기에 머물지 않고 시차출근제, 선택근무제, 재택근무제 등도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입니다.” 

비알씨테크만의 독특한 시스템은 또 있다. 산업기능요원을 위한 ‘안전관리교육 및 권익침해예방교육’ 정책이다. 이 회사의 일반 직원들은 월 1회 ‘산업기능요원의 권익 침해를 예방하는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산업기능요원을 ‘미래 인재’로 받아들이자는 취지에서다.

박홍익 비알씨테크 산업기능요원은 “회사를 다니면서 아이디어를 개진함과 동시에 업무를 배우고, 일학습병행을 통해 대학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라면서 “비알씨테크에서 ‘최선의 목표’를 세워 하나씩 달성해 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산업기능요원을 ‘군 복무를 대체하는 어쩔 수 없는 기간’으로 여긴다. 병역지정업체로 선정되더라도 산업기능요원을 ‘스쳐가는 사람’쯤으로 생각하는 곳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현장형 인재가 필요한 지금, ‘산업기능요원’은 얼마든지 사내 브레인으로 육성할 수 있다. 비알씨테크의 발걸음은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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