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지역에서 떨어진 최저 시세
기대감 반영한 최고가
서울 지역별 차이 벌어져

서울 아파트 시장의 거래가 굳었다. 지난해보다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내놨지만, 거래되지 않은 집이 적지 않았다. 그 때문에 매물이 쌓였고, 가격은 하락세를 탔다. 그런 와중에도 2021년보다 더 비싼 가격에 집을 내놓는 사람들이 있었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지만 시장에서 그 기대감을 받아주는 일은 없었다. 더스쿠프가 지역별 무거래 아파트 시세를 통해 시장의 분위기를 살펴봤다. 

부동산 시장이 불확실할수록 집주인과 수요자의 시각은 엇갈린다.[사진=뉴시스]
부동산 시장이 불확실할수록 집주인과 수요자의 시각은 엇갈린다.[사진=뉴시스]

커버 파트1(시장은 이미 침체로 방향을 틀었다)에서 우리는 ‘무거래 아파트’의 현주소를 분석했다. 분석 절차를 복기하면 다음과 같다. 일단 2021년 1월~9월 15일과 2022년 1월~9월 15일 거래된 아파트를 모두 정리했다. 그다음 2021년엔 거래됐지만 2022년에 거래되지 않은 아파트를 따로 분류했다.

그 결과, 2021년 거래가 이뤄진 아파트 단지는 5287개였다. 그중 2022년에 거래되지 않은 아파트는 39.1%에 해당하는 2066개였고, 우린 이를 ‘무거래 아파트’라고 규정했다. 

그다음 ‘무거래 아파트’가 거래가 되지 않은 이유를 찾아봤다. 가정은 ▲집주인이 팔 생각이 없었다 ▲팔고 싶었지만 현재 시세와 집주인이 생각하는 가격이 안 맞아 거래가 진행되지 않았다 ▲팔고 싶어 시장에 내놨지만 아무도 사지 않았다 등 세가지다. 

첫번째를 제외한 나머지 가정들은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었다. 두번째 가정은 집주인이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를 품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했다. 거래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이런 상황은 ‘침체’라기보단 ‘기다림’과 ‘기대감’으로 봐야 한다. 세번째 가정은 명백하게 매물 적체를 뜻하는데, 쉽게 설명하면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이처럼 설령 거래가 되지 않더라도 그 아파트를 통해 부동산 시장의 현주소를 얼마든지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역별 상황은 어땠을까.

‘무거래 아파트’ 2066개 중 온라인에 매물로 올라왔지만 거래가 진행되지 않은 아파트 1167개의 시세時勢를 지역별로 따져봤다.[※참고: 약간 복잡한 내용이어서 다시 한번 설명해 본다. 여기서 2066개는 2021년 거래됐지만 2022년엔 거래가 진행되지 않은 아파트의 숫자다. 1167개는 거래되진 않았지만 집주인이 거래를 시도한 곳이다. 이에 따라 1167개는 2021년 최종 거래금액이 있고, 2022년엔 시세가 존재한다. 우리는 그 둘의 가치를 따져봤다.] 

■분석➊ 매물 적체 가능성 = 먼저 2022년 최저 시세가 2021년 최종 가격보다 떨어진 곳을 살펴보자. 이는 2021년보다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내놨지만 팔리지 않았다는 가정이 가능한 곳들이다. 다시 말해 매물 적체로 가격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조사 결과, 가장 많이 떨어진 건 강동구였다. 2021년 마지막 거래에서 ‘9억1186만원’에 팔렸던 강동구 아파트의 2022년 최저 시세는 평균 8억215만원이었다. 13.7% 떨어진 셈이다.

반면 하락폭이 가장 작았던 곳은 강남구다. 2021년 최종 평균 매매가격이 23억3814만원이었던 강남구 아파트의 최저 평균 시세는 23억2267만원으로 0.67%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이는 모든 아파트 단지에서 ‘전년’보다 더 싸게 팔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걸 의미한다.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믿음에 금이 간 셈인데, 이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로 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다만, 하락폭에 거의 변화가 없었던 강남구 아파트의 사례는 조금 다르다.

언급했듯 강남구 아파트의 2021년 최종 평균 가격은 23억3814만원이다. 이 가격에 강남구 아파트를 사들인 사람들은 가격이 일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시장에 쉽게 내놓지 않을 거다. 보유 부담이 없고, 다시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어서다.

■분석➋ 집주인과 수요자의 시각차 = 이번엔 2022년 최고 시세가 2021년 최종 매매가보다 오른 곳을 살펴보자. 흥미롭게도 이 역시 강남구였다. 2021년 강남구 아파트의 평균 최종 매매가는 언급했듯 23억3814만원이었지만 2022년 최고 시세는 이보다 6.3% 올라간 24억8617만원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선 집주인과 수요자의 시각차를 엿볼 수 있다. 집주인은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높은 시세’를 불렀을 거다. 하지만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 수요자는 집주인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강남구 아파트의 최고 시세인 ‘24억8617만원’은 시세로만 남았을 뿐 ‘실거래가’가 되지 못했다. 이는 2022년 부동산 시장이 미래를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할 수 있다. 

커버 파트1에서도 설명했듯 서울 무거래 아파트의 최저 시세는 2021년 최종 매매가보다 낮았다. 싼값에 내놨지만 팔리지 않았다는 거다. 하지만 최고 시세만은 지역별로 달랐다. 최고 시세가 곧 ‘집주인의 기대감’이라는 걸 감안하면 서울 25개 자치구별 기대감은 차이가 있었다.

2021년 최종 매매가보다 2022년 최고 시세가 6.3% 높았던 강남구를 포함한 서울 19개 지역은 여전히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강북구(–13.13%) ▲종로구(–2.22%) ▲서대문구(–2.07%) ▲용산구(–1.78%) ▲강서구(–1.09%) ▲송파구(–0.42%) 6개 구는 2022년 최고 시세가 2021년 최종 매매가격보다 낮아 그 기대감마저 한풀 꺾인 상태였다.

무거래 아파트를 중심에 놓으면 시장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그 시장 위로 고금리의 무게까지 얹혔다. 아직 기대감이 높은 아파트들이 있지만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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