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시스템 이중화 안 했다” 뒤늦은 사과

카카오 같은 대형 플랫폼의 데이터센터를 국가 기간시설에 준해 관리하는 것은 절실하고 시급한 과제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서둘러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사진=연합뉴스]
카카오 같은 대형 플랫폼의 데이터센터를 국가 기간시설에 준해 관리하는 것은 절실하고 시급한 과제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서둘러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사진=연합뉴스]

카카오 먹통 사태가 터진 지 나흘 만에 카카오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다. 복구가 늦어진 이유가 데이터와 프로그램 등을 다른 곳에 복제해 두는 ‘이중화’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데이터와 서비스 응용 프로그램의 이중화 조치는 했는데, 개발자들의 작업 및 운영 도구는 이중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래서 화재가 발생해 전원이 차단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내에 있는 3만2000대 서버를 일일이 수동으로 부팅하느라 복구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것이다. 

또한 트래픽 폭증에 대비하는 훈련은 했지만, 데이터센터 셧다운 사태는 대비한 적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누적 가입자가 3800만명에 이르는 카카오페이를 운영하는 거대 플랫폼 기업의 위기관리치곤 너무 허술하다. 또한 사태의 원인을 설명하고 사과하는 데 나흘이나 걸린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카카오는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 등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4600억원을 들여 내년 중 경기도 안산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완공하고, 시흥에도 2024년 데이터센터를 착공하기로 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시기가 늦어 기회가 없었음을 아쉬워하는 한탄)이 아닐 수 없다. 

이참에 기업 규모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 정보보호 전담 인력도 확충해야 마땅하다. 메인 서버를 강원도 춘천 소재 자체 데이터센터에 두고 일부 서버는 다른 여러 곳에 분산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서비스 장애가 적었던 경쟁업체 네이버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도 초연결사회의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는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카카오·네이버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에도 데이터 이중화 조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실 데이터센터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네이버·카카오톡 같은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일명 데이터센터법)은 2020년 발의됐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리가 불발됐다. 박선숙 민생당 의원(이하 당시 직함)이 발의한 법안에 최기영 과학기술부 장관도 “데이터센터 재난에 대비하지 않으면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입법을 촉구했다. 

하지만 업계의 ‘과잉 이중 규제’라는 반발에 동조한 여야 의원들의 반대로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한 채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당시 정치권이 이 사안을 적극 다뤘더라면 이번 사태와 같은 혼란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 정치권 행태는 미리 대비하자는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가 큰일이 터진 뒤 호들갑 떠는 격이다.

이번 사태는 플랫폼 기업들에도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각성을 요구한다. 카카오는 지난해 문어발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계열사를 대폭 정리하고 상생 모델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작 138개 계열사 가운데 10개를 줄이는 데 그쳤다. 

또한 각종 사업을 분할 상장시켜 임직원과 초기 투자자에게 보상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했다. 돈 되는 사업에는 인수·합병(M&A)을 통해 공격적으로 뛰어들면서도 데이터와 서비스 이중화 및 분산 등 기본적인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은 소홀히 했다. 플랫폼 기업들은 구호로만 ESG(환경보호·사회공헌·지배구조 개선) 경영을 외치지 않고 실행해야 한다. 

카카오는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 등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발 늦은 조치라는 지적이 많다.[사진=연합뉴스]
카카오는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 등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발 늦은 조치라는 지적이 많다.[사진=연합뉴스]

현대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모든 정보가 인터넷 통신망으로 촘촘하게 연결된 초연결사회다. 연결망이 촘촘하고 특정한 곳에 집중될수록 돌발 사태 발생으로 인한 리스크가 커지고 확산 속도 또한 빨라진다. 전시에 카카오 먹통 사태와 같은 ‘디지털 블랙아웃’이 발생하면 사회가 큰 혼란을 겪고 국가적 존폐가 위협받을 수 있다.

카카오 같은 대형 플랫폼의 데이터센터를 국가 기간시설에 준해 관리하는 것은 절실하고 시급하다. 여야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등 관련 법을 정교하게 보완해야 할 것이다. 입법 보완 과정에서 전문가와 기업들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해 무리한 과잉 입법이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카카오 먹통 사태의 본질은 마땅히 해야 할 시스템 이중화를 소홀히 한 것이다. 독과점 때문에 문제가 터졌다는 시각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자칫 플랫폼 등 인터넷 기업을 옥죄는 지나친 규제는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데 장애가 되고 혁신의 날개를 꺾을 수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시대에 기업들의 혁신은 살리면서 꼭 필요한 규제로 초연결사회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합리적 대안을 내놓기 바란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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