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은행 예·적금 금리 분석

# 한국은행이 지난 7월에 이어 두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한은은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2.50%에서 3.00%로 0.5%포인트 인상했습니다.

기준금리가 3.00%를 기록한 건 2012년 10월(3.00%) 이후 10년 만입니다. 기준금리를 5차례 연속 인상한 것도 한은 72년 역사상 처음입니다. 한은은 이번에도 물가상승률을 금리인상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 문제는 서민입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대출금리를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아서입니다. 더스쿠프가 통권 513호에서 보도한 ‘국내 5대 은행 예·적금 금리 분석-이자장사의 달인들’이란 기사를 다시 한번 살펴보시죠. 서민을 고려하지 않는 국내 시중은행의 행보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양재찬의 프리즘(‘경제 겨울’ 채비, 모두의 몫이다)
에서 분석했습니다.  

시중은행이 예·적금 금리 인상엔 여전히 인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고금리 시대 딱 하나 좋은 건 예·적금 금리가 오른다는 것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면 돈을 모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국내 은행은 여전히 예·적금 금리를 올리는 데 인색하다. 특히 국내 5대 은행의 예·적금 금리 수준은 심각하다. 5대 은행의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들이 ‘이자장사’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초저금리와 이로 인한 유동성 파티는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후유증과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주요국은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올 2월까지 제로금리(0.00~0.25%)였던 기준금리를 9월 3.00~3.25%로 3.0%포인트 인상했다. 이 과정에서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라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남겼다. 

한국은행도 마찬가지다. 한은은 지난해 8월 0.5%였던 기준금리를 1년 만에 2.50%로 인상했다. 1년 새 기준금리가 5배나 오른 셈이다. 앞으로도 기준금리는 더 인상될 전망이다.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전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의 금리 인상세가 가파르다. 미 연준은 3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고도 모자라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한은도 기준금리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다. 강달러로 인한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를 안정시키기 위해선 금리를 인상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문제는 금리 인상으로 나타나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대출금리다. 기준금리와 함께 대출금리가 치솟으면서 차주借主가 내야 할 원리금이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고 있어서다. 

물론 금리 상승이 나쁜 파급효과만 일으키는 건 아니다. 예·적금 금리가 오르는 건 반가운 일이다. 은행에 돈을 맡기고 받는 이자가 조금이라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내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7월 0.97%에서 올해 7월 2.93%로 1.96%포인트 상승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기예금 금리가 지난해 7월 0.92%에서 올해 7월 2.83%로 1.91%포인트 올랐고, 정기적금 금리는 같은 기간 1.15%포인트(1.14%→2.29%) 상승했다. 

예·적금 금리가 오르자 저축성예금도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1444조8812억원이었던 시중은행의 저축성예금(말기 잔액 기준)은 올 7월 1560조1764억원으로 115조2952억원 늘었다. 특히 가계의 저축성 예금 잔액이 631조3670억원에서 677조9542억원으로 46조5872억원(7.3%) 증가했다. 

그렇다면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얼마나 올랐을까. 이를 위해 금융감독원의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에서 확인할 수 있는 64개의 적금 상품과 40개의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살폈다.[※참고: 가입대상에 따른 금리차를 제외하기 위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예·적금 상품의 기본금리를 비교했다.] 

우선 적금 금리부터 살펴보자. 가장 높은 금리는 KDB산업은행의 ‘KDBdream 자유적금’이었다. 이 상품의 금리는 4.20%로 시중은행 적금 중 유일하게 4%대 금리를 기록했다. 그 뒤를 케이뱅크의 ‘코드K 자유적금(3.70%)’ ‘NH농협은행 e금리우대적금(3.66%)’ 등이 이었다.

64개 적금 상품 가운데 금리가 3%대를 넘는 건 29개(자유적립·정액정립 포함)였다. 지난해 9월 금리가 2%대를 넘는 적금 상품이 손에 꼽힐 정도였다는 걸 감안하면 적금 금리가 크게 오른 건 맞다. 

그럼에도 충분한 이자를 제공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국내 은행업계를 선도하는 국내 주요 은행이 금리 인상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국내 5대 은행의 적금 상품 16개 중 금리가 기준금리(2.50 %)를 밑도는 상품은 7개였다. 절반에 가까운 적금의 금리가 기준금리보다도 낮았다는 거다. 

기준을 바꿔도 5대 은행의 적금 금리는 낮은 수준이었다. 일례로, 전체 64개 적금 가운데 17개 적금 상품의 금리가 기준금리와 같거나(5개) 낮았다(12개). 공교롭게도 적금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은 12개 중 절반이 국내 5대 은행의 상품이었다. 

국내 5대 은행의 적금 금리가 낮은 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대금리를 높게 책정했다는 점이다. 사례를 들어보자. 하나은행의 ‘내집마련 더블업적금’은 기본금리가 1.75%에 불과하지만 우대금리를 모두 적용하면 금리가 5.50%로 3.75%포인트나 올라간다. 문제는 우대금리를 모두 챙기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거다. 

‘내집마련 더블업적금’의 경우, 적금에 들면서 주택청약종합저축을 신규로 가입한 경우에만 우대금리(1.75%)를 받을 수 있다. 또다른 혜택인 이벤트 적금 2%를 받으려면 1년제로 가입하고, 선착순 격인 ‘5만 구좌’란 가입한도 내에 들어야 한다. 3.75%의 우대금리를 받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거다. 

신한은행의 ‘신한 안녕, 반가워 적금’도 비슷하다. 이 상품의 기본금리는 1.80%, 우대금리는 3.0%다. 우대금리를 모두 받으려면 ▲신한은행 적금 신규 가입 ▲신한은행 첫 급여 이체 ▲신한카드를 신규로 발급하고 결제계좌를 신한은행으로 지정 등의 조건 중 2개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 

정기예금 금리도 사정은 비슷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기준금리와 같거나 낮은 상품 6개 가운데 국내 5대 은행의 상품이 차지하는 수는 60%를 넘어서는 4개였다. 5대 은행이 예·적금 금리 인상에 더 인색하다는 거다. 

이렇게 국내 5대 은행이 예·적금 금리 인상에 인색하게 구는 사이 예대금리차는 더 커졌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의 예대마진(가계 기준)은 7월 1.40%에서 8월 1.76%로 0.36%포인트 커졌다. 신한은행(0.03%포인트), 우리은행(0.17%포인트), 하나은행(0.08%포인트), KB국민은행(0.05%포인트) 등도 예대마진이 벌어졌다. 5대 은행이 여전히 이자장사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은행별 예대금리차를 비교 공시한 이후에도 은행의 예대마진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며 “대출금리가 오르는 속도를 여전히 예·적금 금리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중은행들이 예·적금 금리 상승을 이유로 대출금리를 올리려 하고 있다”며 “은행에 돈을 맡길 수 있는 사람들만 혜택을 보고, 그렇지 않은 서민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더 힘들어지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