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문학상 폐지 운동

11월 14일 친일파 김동인을 기념하는 ‘동인문학상’ 수상 거부자를 위한 ‘인동문학상’ 제정 기자회견이 열렸다.[사진=이용빈 의원실 제공]
11월 14일 친일파 김동인을 기념하는 ‘동인문학상’ 수상 거부자를 위한 ‘인동문학상’ 제정 기자회견이 열렸다.[사진=이용빈 의원실 제공]

1955년 제정돼 조선일보가 시상하는 ‘동인문학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친일파 문인 김동인의 이름을 딴 ‘동인문학상’은 국내 문학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다. 올해 53번째 수상 후보자로는 조해진 소설가를 선정했다.

이 상은 친일파인 김동인을 기념한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2009년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김동인을 친일인명사전에 등재했다. 당시 김동인의 아들이 반발해 행정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2011년 서울고등법원은 “김동인이 매일신보에 글을 연재하며 전국적 차원에서 징용을 선전, 선동한 것으로 보인다”는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동인문학상 같은 친일파 문인 기념상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1980년대부터 이어져 왔다. 진전도 있었다. 동인문학상을 제외한 다른 친일파 문인 기념상은 사실상 폐지된 상태다. 한국일보는 올해 팔봉비평문학상(김기진)을 시상하지 않기로 했다. 중앙일보는 2018년 미당문학상(서정주)을 사실상 폐지했다.

11월 14일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문학연구회, 시민주권운동중점, 이용빈 의원실(더불어민주당), 한국작가회의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인문학상 수상 후보자인 조해진 작가에게 동인문학상을 거부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동인문학상 수상 후보자가 수상을 거부할 경우 시민이 만든 문학상을 시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시민단체들은 3일부터 9일까지 동인문학상 수상 거부자를 위한 문학상 이름을 만들기 위해 시민 공모를 진행했고 시민 658명이 참여했다. 공모 결과 선정된 이름은 인동忍冬문학상이다. 인동은 동인의 역어逆語이자 힘든 시기를 견딘다는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용빈 의원은 “문학계 친일파로 대표적인 인물인 김동인을 기념한 문학상을 민족 문제를 다룬 작가들에게 수상하고 있는 비통한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시민들이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동인문학상 거부 운동을 시작한 시민주권운동중점 측은 “동인문학상을 주관하는 조선일보에 동인문학상 폐지를 요구하거나 명칭 변경을 요구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며 “문학상을 폐지하지 않는다면 수상자가 거부해야 상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상자에게 상을 거부하라는 요구는 또다른 불편함이란 비판도 나온다. 박일환 시인은 본인의 SNS를 통해 “누구는 신박한 방식이라고 하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폭력적이다”라며 “동인문학상 폐지를 위해 힘을 보태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동문학상이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동인문학상의 대척점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일침이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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