섈 위 아트 | BE_ING_LY 기획전 리뷰

Austyn Taylor, Shy Cat, Friendly Cat, Friendly Bear, Shy Bear, Rabbit #365, Stoneware, 2022.[사진=FFF갤러리 제공]
Austyn Taylor, Shy Cat, Friendly Cat, Friendly Bear, Shy Bear, Rabbit #365, Stoneware, 2022.[사진=FFF갤러리 제공]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는 나름의 스타일을 갖고 있다. 갤러리 대표, 디렉터 혹은 기획자의 성향이 전시에 반영돼서다. 종종 자본과 비용에 따라 스타일이 달라지기도 한다. 컬렉터, 평단, 국내외 작가 등이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 갤러리 입장에서 경제적인 부분을 감안하지 않을 순 없다. 이 때문에 필자는 ‘그냥 소개되는 예술’은 없다고 생각한다. 

가령, 한남동ㆍ삼청동ㆍ평창동 등에 둥지를 틀고 있는 갤러리들은 유지관리비용이나 인적네트워크가 없으면 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 필자가 인사동에서 수십년간 운영해온 ‘선화랑’ ‘관훈갤러리’ 같은 곳의 뿌리를 존중하는 이유다. 

이렇게 자본을 운운하면 ‘부글부글’할 예술계 분들에게 한두마디 건네면, 상업이든 공공이든 예술이든 농축된 자본과 권력이 투영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런 견해는 비판이 아니라 그저 현실을 얘기한 것뿐이다. 

각설하고, 이제 본론을 이야기해보자. 최근 개관한 전시공간 중에 FFF갤러리(이하 FFF) 라는 곳이 있다. 부담없이 즐기면서 관람을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공간이다. 칼럼을 통해 처음 언급하는 것 같아서 FFF를 짧게 소개하고자 한다. 


올 4월 서울 한남동에서 문을 연 FFF는 세계에서 활동하는 젊은 미술가의 작품 세계를 기획 전시하는 곳이다. 개관 이후 6번의 기획전시를 통해 NKSIN(일본), Arkiv Vilm ansa(인도네시아), Tide(일본), Anju Shimoie (일본), Wada Chizu(일본), Anna Nero(독일), Fortune Hunter(독일), Austyn Talyor(미국), Frafile(일본) 등 해외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아울러 Tingky(한국), 장예린(한국) 등 신예 한국작가들을 발굴하는 기획 전시도 열었다. 이중 10월 29일 막을 내린 FFF의 해외 작가 2인전 ‘BE_ING_LY’은 우아한 작품 세계의 진수를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Austyn Taylor, Friendly Bear, 33×34.3×15.3㎝, Stoneware, 2022.[사진=FFF갤러리 제공]
Austyn Taylor, Friendly Bear, 33×34.3×15.3㎝, Stoneware, 2022.[사진=FFF갤러리 제공]

이 전시엔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오스틴 테일러(Austyn Taylor)와 일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프래즐(Fragile)이 참여해 현실주의와 낙관주의적 시각을 아우르는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통해 유머ㆍ공감ㆍ사유를 이끌어내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두 작가는 미국ㆍ일본뿐만 아니라 유럽ㆍ아시아 등 글로벌 컨템포러리 아트신에서 주목받는 젊은 작가인데, FFF가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오스틴 테일러는 여러 장소와 시간의 문화를 혼합해 조각을 만든다. 초기 작업에선 고대 문화와 현시대의 아이콘을 절충했고, 근래 작품에선 다문화 요소를 교묘하면서도 세심하게 혼합했다. 

그의 작품은 고대 조각과 현대 미술의 이미지, 민속미술과 팝아트, 캐릭터 애니메이션과 손으로 빚은 조각물의 집합체로서 오묘한 유머를 불러일으킨다. 


프래즐의 ‘Fragile Creatures’ 시리즈는 생명의 연약함이란 공통의 주제를 담고 있다. 프래즐(Fragile)의 뜻은 ‘깨지기 쉬운’ ‘다치기 쉬운’이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프래즐은 모든 생명을 물리적ㆍ정서적으로 섬세하게 다뤄져야 할 존재로 묘사한다. 그는 이런 개념을 형상화하는 방법으로 ‘풍선’이란 소재를 활용한다. 

Fragile, Stray cat boss_Gure,100×100㎝, Acrylic on Canvas, 2022.[사진=FFF갤러리 제공]
Fragile, Stray cat boss_Gure,100×100㎝, Acrylic on Canvas, 2022.[사진=FFF갤러리 제공]

풍선은 공기로 채워진 얇은 막이 형태를 지지한다. 우연하고 작은 자극에도 해를 입기 쉽고 불안정한 균형 속에서 존재한다. 이 때문에 연약하고 위태롭다. 프래즐이 풍선을 통해 표현하는 생명의 불안정함은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을 상징한다. 

이번 ‘BE_ING_LY’ 기획전에서 FFF는 두 작가의 조형 작품과 페인팅 작품을 차분하게 보여줬다. 어둡고 어려운 것들로 가득 찬 것만이 예술의 소재가 아니라는 걸 그대로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이번 전시를 기획했던 FFF에 더 큰 기대를 품은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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