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책임 조달 공약
관건은 기업 신용도

주택은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수년이 걸리는 제품이다. 그 때문에 안정적으로 자금을 끌어오는 게 중요하다. 한남 2구역 주택재개발 사업을 수주한 대우건설은 ‘안정적인 자금’으로 총회에서 의결한 사업비를 책임 조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공언이 가능했던 건 대우건설이 자신들의 신용도에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은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대우건설이 한남2구역에 계획한 한남써밋 전경.[사진=대우건설 제공]
대우건설이 한남2구역에 계획한 한남써밋 전경.[사진=대우건설 제공]

눈덩이처럼 커진 금리 부담 탓에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건설사의 약속이 더 거대해졌다.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더 좋은 조건을 내거는 건설사가 많아졌다는 거다. 대표적인 곳은 대우건설이다. 이 회사는 공사비 7908억원 규모의 한남2구역 주택재개발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큰 부담을 짊어지겠다고 공언했다. 

재개발로 만들어질 아파트 분양가 보증, 이주비 지원뿐만 아니라 사업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보증하겠다는 약속을 한 거다. 이를테면 사업비를 책임지고 조달하겠다는 걸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삼성물산도 2020년 반포1단지 3주구 재건축 사업을 수주할 때 ‘사업비 책임 조달’ 공약을 내걸었다. 건설사 입장에서 사업비 책임 조달은 사업 의지를 보여주는 카드 중 하나다.

대우건설이 사업비 책임 조달을 약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올 수 있다는 확신이다. 1차 사업비의 조달을 보증하는 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다. 일반 은행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HUG는 대우건설이 보증받아야 할 우선순위에 올라와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은 장기간 이뤄지는 사업이기 때문에 당장 보증 절차를 거치는 건 아니다”면서 “HUG에서 대우건설의 신용 등급을 높게 평가하고 있어 HUG 안에서 사업비를 책임 조달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한남2구역의 전체 사업비가 1조여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대우건설이 HUG의 보증을 받은 뒤 추가 사업비가 필요하다면 일반 은행을 통해 신용 공여 과정을 거쳐야 한다. 

관건은 대우건설의 신용도다. 수주 시점에 사업비 보증을 받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보증받는 시점의 신용도가 ‘사업비 책임 조달’의 열쇠로 작용할 것이다. 신용평가회사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2022년 1월 회사채, 무보증사채에서 신용등급 A(긍정적)를 받았다. 

그다음 달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작업이 끝나자 한국기업평가는 대우건설의 회사채,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로 상향했다(2022년 6월). 국내외 사업에서 대우건설이 수익성을 개선했고 현금 창출력을 높여 재무안전성을 제고했다는 게 신용등급 상향의 근거였다. 

하지만 상황이 변하면 신용도도 바뀐다. 대우건설이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사업비 책임 조달’이란 약속도 지킬 수 있다. 대우건설의 공언은 현실화할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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