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 주공 사태가 남긴 질문
둔촌 주공 말 많은 이유와 사업방식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이라고 일컬어지던 둔촌 주공 사업이 한순간에 멈춰 섰다. 3개월이 지나도록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쉽게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있다.[※참고: 둔촌 주공 조합과 정상화위원회, 시공사업단은 10월 중 총회를 거쳐 문제를 봉합하기로 했다.] 갈등을 빚은 요인 중 하나는 ‘사업방식’이었다. 사실 별 것 아닌 일로 다투는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업방식은 분양의 성패를 조합과 시공사 중 누가 책임지는지를 결정해서다. 도급제냐 지분제냐, 더스쿠프가 그 복잡한 갈등에 펜을 집어넣었다. 

사업방식 확약을 둘러싼 갈등 등으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멈춰 섰다.[사진=뉴시스]
사업방식 확약을 둘러싼 갈등 등으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멈춰 섰다.[사진=뉴시스]

# 2022년 4월 15일 아파트 건설 공사가 중단됐다. 토지를 가지고 있던 재건축조합(이하 조합)과 건물 공사를 맡은 시공사업단 간 갈등 때문이었다. 이곳은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고 불리던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이었다.

1000세대가 넘어가면 대단지 아파트로 분류되는데, 이 아파트의 전체 세대 수는 1만2303호, 일반분양 물량만 4786호에 달했다. 최근 4년(2018~2021년) 서울 연평균 일반분양 물량이 1만131호라는 점을 감안하면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에서 나오는 일반분양 물량은 그중 47.2%를 차지했다. 서울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던 사람들이 기다리는 물량 중 절반가량이 멈춰 선 셈이다.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갈등 요소는 다양했다. ▲공사비 재검증 ▲분양가 심의 ▲총회 의결 ▲설계ㆍ계약 변경 ▲합의문 효력ㆍ합의 위반 시 책임 등이 합의 대상이었는데, 이중엔 ‘사업방식’을 확약하는 것도 있었다. 조합에선 시공사업단 측에 ‘도급제 확약’을 시종일관 요구했는데, 시공사가 수용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커졌던 거다.

[※참고: 둔촌주공 조합·정상화위원회, 시공사업단은 10월 중 총회를 열어 새 조합 집행부 선출과 공사재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이 지점에선 의문이 하나 있다. 도급제 등 사업방식의 확약이 얼마나 중요하기에 조합과 시공사가 갈등을 빚은 걸까. 이 질문은 중요한 함의를 갖고 있다. 둔촌주공 현장의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다른 사업장에선 이를 두고 얼마든지 충돌할 수 있다.

누가 위험 부담하느냐의 문제

그럼 도급제 등 사업방식을 하나씩 살펴보자. 우리나라 부동산은 건물을 만든 후 판매하는 ‘후분양’이 아니라 공사비를 충당해나가며 만드는 ‘선분양’ 방식이기 때문에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팔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출을 해가며 공사를 진행했는데 다 만들어진 건물이 팔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토지를 가진 조합 역시 건물을 부수고 다시 만들었을 때 새로 만든 건물이 얼마에 팔릴지 또 얼마나 팔릴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사업방식은 이런 위험을 누가 감당하느냐를 결정한다. 이를 기준으로 도급제와 지분제로 나뉜다. 도급제라면 조합, 지분제라면 시공사가 감당하는 위험 부담이 더 크다.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도급제는 말 그대로 건물을 짓는 시공사에 일정 금액으로 결정된 공사비를 주는 것이다. 조합은 공사비 납부 이후 들어오는 분양 대금 100%를 가져간다. 대신 분양이 되지 않는다면 그 손해도 조합의 몫이다.

신축한 주택이 모두 팔린다면 수익금은 모두 조합에 들어오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부담은 조합이 져야 한다. 공사비가 더 나올 경우에는 추가 분담금도 내야 한다. 간단히 말하면 도급제는 위험 부담을 조합이 지는 방식이다.

지분제는 다르다. 시공사가 조합에는 확정된 지분을 제시하고 나머지는 시공사가 끌어안는 방식이다. 도급제에선 신축 건물의 분양 성패를 조합이 감당하지만 지분제에선 반대로 시공사의 몫이다.

시공사는 조합 구성원에게 가야 할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일반분양 물량과 상가 분양 후 발생하는 수익금을 공사비로 가져갈 수 있다. 일반분양이 잘될수록 시공사에 이득이 되는 셈이다.

다소 복잡하더라도 하나만 더 살펴보자. 지분제는 다시 두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조합에 확정 지분을 보장하는 ‘확정지분제’와 위험 부담을 어느 정도 나눠 가지는 ‘변동지분제’다. 확정지분제는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조합원에게 약속한 지분을 제공하지만 변동지분제의 경우 조건에 따라 지분 비율이 줄거나 늘어날 수 있다. 

이같은 사업방식은 당연히 조합과 시공사가 계약하는 시점에 결정된다. 계약서에 ‘도급제’ ‘확정지분제’ ‘변동지분제’라고 명확히 표기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도 있다. 2000년대(2000년ㆍ2004년) 국토교통부가 배포한 표준계약서인데, 이는 ‘도급제’ ‘지분제’로 나뉘어 있다. 그렇다면 표준계약서는 사업방식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을 막았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더스쿠프가 2018~2022년 ‘도급제’ ‘지분제’가 포함돼 있는 판결문을 확인해보니, 2017년 16건, 2018년 21건, 2019년 17건, 2020년 10건, 2021년 5건 등이 있었다. 표준계약서가 있든 없든 2017~2021년 총 69건의 소송이 벌어졌다는 얘기다. 갈등의 내용도 단순히 지분제냐 도급제냐를 둘러싼 다툼부터 그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이익을 놓고 싸우는 사례까지 다양했다. 


예를 들어보자. A현장의 표준계약서엔 ‘확정지분제’라고 명기돼 있다. 하지만 조합장이 사업설명회에서 조합원들에게 설명한 내용을 보면 ‘도급제’로 혼동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계약서에 분명히 ‘확정지분제’라고 명확하게 표기한 데다 설명하는 사업방식 역시 ‘확정지분제’에 가까웠지만 소송까지 번진 셈이다. 이는 표준계약서를 제대로 사용하더라도 사업 방식에서 기인하는 모든 갈등을 사전에 방지할 수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표준계약서가 있다고 사업방식과 연관된 법적 분쟁이 줄어드는 건 아니었다.[사진=뉴시스]
표준계약서가 있다고 사업방식과 연관된 법적 분쟁이 줄어드는 건 아니었다.[사진=뉴시스]

둔촌 주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가 행정력을 투입한 지 벌써 수개월이 흘렀다. 민간사업이지만 주택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서울시가 나서 합의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판결문의 수를 보면, 부동산 경기가 활황(2017~2019년)일 때 더 많은 갈등이 나타났다. 표준계약서가 있어도 부동산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이 올라가면 갈등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둔촌 주공만의 일이 아니다. 어떤 사업장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갈등을 막을 수 있는 또다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거다. 

서울시 주택정책 관계자는 “재건축 조합 등과 시공사 간 벌어지는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검토 중이다”며 “지금까지는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뾰족한 방도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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