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씨엔씨 현주소
흑자 전환은 성공했지만
지분 가치 제고도 가능할까

2017년 창업주(서영필 전 회장)의 손을 떠난 화장품 전문기업 에이블씨엔씨.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또 한번 바뀔 전망이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IMM PE가 에이블씨엔씨 지분(59.2%)을 매각할 방침을 세우고 있어서다. 관건은 ‘차익을 남겨야 하는’ 사모펀드의 계획이 뜻대로 이뤄지느냐다. 현재로선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에이블씨엔씨는 IMM PE에 인수된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사진=뉴시스]
에이블씨엔씨는 IMM PE에 인수된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사진=뉴시스]

“3분기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화장품 브랜드 ‘미샤’로 잘 알려진 에이블씨엔씨에 모처럼 낭보가 날아들었다. 에이블씨엔씨 측은 “지난해 6월 김유진 대표 취임 이후 ▲멀티 브랜드 강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해외 시장 확대 등 3대 전략을 추진한 게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앞서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1분기에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9년 4분기 이후 9분기 만이었다. 이후 3분기 연속 흑자(누적 기준 35억원)를 달성했다. 에이블씨엔씨는 2017년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 인수된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2018년 3455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2629억원으로 23.9% 감소했고, 2019년(18억원)을 제외하곤 매년 영업적자(2018년 189억원, 2020년 680억원, 2021년 244억원)를 기록했다. 그러던 에이블씨엔씨가 김유진 대표 취임 1년여 만에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셈이다.

김 대표는 IMM PE가 보유하고 있던 커피전문점 할리스를 성공적으로 매각한 주역이다. 2017년 할리스 대표로 부임한 그는 할리스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이후 3년 만인 2020년, IMM PE는 투자금 대비 100% 가까운 수익을 내고 KG그룹에 지분(93.8%·1450억원)을 매각했다. 김 대표가 수장에 오르자 ‘에이블씨엔씨가 제2의 할리스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던 이유다. 

그런데 연이은 흑자 달성에도 시장 안팎에선 에이블씨엔씨가 IMM PE의 ‘아픈 손가락’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IMM PE는 현재 에이블씨엔씨 지분(59.2%)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원하는 몸값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단기간에 지분 가치를 끌어올리면 몸값이 상승하겠지만, 현재로선 뚜렷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일본·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전세계에 불고 있는 ‘K-콘텐츠’ 붐이 ‘K-뷰티’의 인기로 이어진 결과다. 이는 에이블씨엔씨의 해외법인 실적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올해 3분기 미국법인의 매출액은 115억원으로 전년 동기(69억원) 대비 6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법인 매출액도 3.6%(303억원→314억원) 늘었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이 몸값까지 끌어올리긴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손성민 컨설팅그룹 리이치24시코리아 대표는 “K-뷰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면서도 “코로나19가 지속하고,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 드라마틱한 성장을 기대하기엔 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대표 브랜드 ‘미샤’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에이블씨엔씨의 한계로 꼽힌다. 일례로 미샤 브랜드의 매출은 에이블씨엔씨 전체의 80%(하나증권 추정치)를 차지하고 있다. 에이블씨엔씨가 미샤뿐만 아니라 ‘어퓨’ ‘초공진’ ‘스틸라’ ‘셀라피’ ‘라포티셀’ 등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지만 소비자에게 닿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안승호 숭실대(경영학) 교수는 “MZ세대에게 미샤는 ‘올드한’ 브랜드가 된 지 오래다”면서 “젊은층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한계다”고 지적했다. 손성민 대표도 “‘ESG경영’ ‘클린 뷰티’ 등 화장품 시장의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지만, 에이블씨엔씨는 이를 뒷받침할 브랜드를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10월 신규 사업 목적으로 ‘전화권유판매업’ ‘방문판매업’을 등록했다. 회사 측은 “새로운 판매 경로를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아직 구체적인 전략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벌써부터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일례로 방문 판매는 고전적인 화장품 판매 방식이다. 온라인 소비가 활성화하면서 아모레퍼시픽도 방판 조직을 축소했다. 

이 때문인지 한편에선 ‘에이블씨엔씨가 신사업 실패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사실 에이블씨엔씨는 그동안 떨어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시도해왔다. 단일 브랜드 로드숍인 ‘미샤’를 멀티숍 ‘눙크(2019년 론칭·2021년 철수)’로 전환했고, 올해에는 자사 브랜드를 모은 온라인몰 ‘에이블샵’을 론칭했다. 

하지만 대부분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고꾸라진 주가는 반등하지 않았다. IMM PE 인수 직후인 2017년 2만원대이던 주가는 현재 4920원(11월 17일 기준)에 머물러 있다. 수익성 개선이라는 과제를 푼 김유진 대표, 그는 외형적 성장을 이뤄 지분 가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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