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불안한 도전
트위터 인수 전후 각종 잡음
머스크식 경영 전략 통할까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에 ‘해고 폭풍’이 불고 있다.[사진=뉴시스]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에 ‘해고 폭풍’이 불고 있다.[사진=뉴시스]

인수 시도부터 합의, 번복과 재결정.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올해 가장 주목받는 인수ㆍ합병(M&A)이지만, 시작하기 전부터 인수 이후까지 잡음이 가장 많은 딜이기도 하다. 머스크라는 경영자의 모든 장점과 단점을 집대성한 듯한 이번 트위터 인수 과정을 통해서 ‘머스크식 트위터’의 미래를 점쳐본다.

일론 머스크는 올해 초부터 트위터 인수를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처음부터 ‘처음 같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머스크가 처음으로 트위터 인수에 관심을 표한 것은 2017년이다.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의 “트위터를 사랑한다”는 트윗에 “나도(same)”라고 답했는데, 머스크는 다시 잭 도시의 트윗에 “얼마예요?”라고 응했다. 

머스크는 지난 10여년간 트위터로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했다. 사업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항상 트윗을 통해 발표했다. 머스크는 2019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 “어떤 사람들은 헤어스타일로 자신을 표현하지만, 나는 트위터를 사용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      

머스크는 2020년부터 트위터라는 회사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트위터가 개발 능력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트위터의 알고리즘을 “오픈소스로 운영하라”고 충고했다. 머스크가 트위터의 외부인으로서 마지막으로 한 트윗은 ‘표현의 자유’에 관한 얘기였다. 트위터가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었다.  

사람들이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건 올해 3월 26일이다.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내 소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와 미 증권거래위원회가 합의한 ‘사업 관련 사실을 트위터에서 공개하기 전에 회사가 미리 검열해야 한다’는 내용이 외부로 알려진 직후였다. 

트위터와 머스크의 기싸움은 치열했다. 올해 4월 4일 머스크는 자신이 지난 3월 트위터 주식 9.1%를 26억4000만 달러에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트위터 이사회는 4월 5일 머스크를 이사회에 초대했는데, 이는 트위터 이사회에 합류하면 머스크가 지분을 14.9% 이상 소유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머스크는 이사회에 합류하지 않겠다고 결정을 번복했다. 

머스크가 트위터 지분을 1월부터 매입했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머스크는 결국 4월 14일 트위터를 43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상장폐지하고, 경영 정상화를 이룬 후 3년 이내에 재상장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트위터는 명성에 비해 영업 성적은 초라하다. 트위터의 2021년 연매출은 51억 달러이고, 영업손실은 2억7300만 달러다.  

머스크의 전략이 트위터에서도 먹힐지 지켜볼 만하다.[사진=뉴시스]
머스크의 전략이 트위터에서도 먹힐지 지켜볼 만하다.[사진=뉴시스]

최대주주인 머스크와 트위터의 싸움은 인수 결정 후에도 계속됐다. 트위터는 4월 15일 적대적 인수가 시작되면 주주들이 추가로 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포이즌 필’ 전략을 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머스크는 트위터 공개매수를 선언하고 자금 출처를 공개했다. 트위터 이사회는 4월 25일 최종적으로 440억 달러 인수 제안을 수락했다. 곧이어 머스크는 알고리즘을 오픈소스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트위터 직원들은 동요했다. 머스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는 이들도 많았다. 

번복에 번복의 반복 

다 끝난 것처럼 보였던 인수ㆍ합병(M&A) 잡음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은 머스크였다. 그는 올해 7월 트위터가 가짜 계정의 정보를 자신에게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며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트위터는 곧장 소송을 제기했다. 위약금 규모는 10억 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이 소송의 첫 재판이 열리는 10월 17일을 2주 남겨 놓고 다시 입장을 바꿔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10월 28일 트위터 인수가 완료됐다는 뜻으로 “새가 자유를 얻었다”는 트윗을 올렸다.

트위터의 로고는 파란 새다. ‘자유’라는 말과는 다르게 트위터 직원들은 대거 해고됐다. 파라그 아그라왈 CEO를 비롯한 경영진들은 물론이고 직원들도 함께 집으로 보내졌다. 11월 16일 현재까지 트위터 정규직 직원 7500명 중에서 절반가량인 3700명이 해고됐고, 계약직 직원 5500명 가운데 4400명이 계약을 해지당했다. 

머스크의 트위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도 있었다. 지난 11월 13일 머스크는 트위터 앱의 속도가 느린 이유가 “잘못된 원격 절차 호출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트윗을 올렸다. 이를 두고 트위터의 엔지니어가 머스크와 설전을 벌였다. 이 직원은 이날 해고됐다. 이 논쟁에 참여한 다른 엔지니어도 함께 해고됐다.

11월 13일에는 머스크가 인수 후 처음으로 선보였던 ‘트위터 블루’가 출시 일주일 만에 논란만 일으키고 중지되는 일도 생겼다. 

트위터 블루는 월 구독료 7.99달러를 내는 유료 계정 구독 서비스다. 기존에 유명인사나 기업들의 공식 계정을 확인해주는 파란색 체크 표시를 월 구독료만 내면 특별한 확인 절차 없이 계정에 달아주는 것인데, 허위 계정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논란을 초래했다. 주요 기업들을 사칭한 계정에서 사실과 다른 글을 게재했기 때문에 피해 보상 문제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후 첫 시도이자 첫 실패가 ‘허위 계정’의 발생과 이로 인한 브랜드 신뢰 하락이었다는 점은 의미가 깊어 보인다. 머스크는 올해 내내 트위터가 신뢰를 잃고 있으며, 자신에게 가짜 계정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자신의 첫 시도가 돈을 받고 가짜 계정을 만들어준 것과 같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과정에서 각종 잡음을 내며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사진=연합뉴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과정에서 각종 잡음을 내며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사진=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머스크의 반응이다. 그는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와 함께 열린 비즈니스20(B20)에 화상으로 참석해 “일이 너무 많다”며 “아침, 저녁으로 일주일에 7일을 일하고 있다”고 투덜거렸다. 그는 “지금도 트위터의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밤을 새우고 있다”며 트위터 조직을 고칠 때까지 회사에서 잠을 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트위터에는 머스크의 실수를 지적할 직원이 남아있지 않은 것도 같다. 연쇄 창업가로 이름을 날린 머스크는 어쩌면 이미 조직이 구축된 사업을 진행하는 데는 소질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에게는 상장사가 아닌 비상장 개인회사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빠르게 결정하고, 최대한 시끄럽게 노이즈 마케팅도 불사한다는 머스크의 경영철학이 산업계에 뚜렷한 발자취를 이미 남긴 트위터에도 통할지는 의문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ayhan090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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