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원한 채권시장 정상화

정부가 채권시장 안정화 정책을 사용하고 있지만, 회사채 금리는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채권시장 안정화 정책을 사용하고 있지만, 회사채 금리는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이 1조8000억원 규모의 ‘제2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의 매입에 나섰지만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시장은 살아나지 않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채권(한전채) 등 우량 채권 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된 탓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17일 2년물(5.6%)과 3년물(5.7%)의 한전채를 각각 4600억원과 1000억원에 발행했다. 지난 8일 금리가 6%대에 육박했다는 걸 감안하면 금리가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채권시장이 안정화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보긴 어렵다. 회사채 3년물과 국고채 3년물의 차이를 보여주는 신용 스프레드는 지난 22일 1.672%포인트(회사채 5.516%-국고채 3.844%)로 벌어졌다. 회사채 금리는 오르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채 금리는 하락한 탓인데 신용 스프레드가 1.67%포인트 이상 벌어진 건 1999년 5월 25일(1.67%포인트) 이후 23년 만이다.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할수록 기업이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다는 걸 감안하면 긍정적인 시그널은 아니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10월 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레고랜드 사태로 발생한 채권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50조원+α 규모’로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놓은 이후에도 신용 스프레드의 간극이 줄지 않는다는 건 문제다(10월 24일 1.287%포인트→11월 22일 1.672%포인트).

실제로 같은 기간 단기 자금시장 금리인 기업어음(CP)금리 91일물도 4.42%에서 5.45%로 1.03%포인트 상승했다. 정부가 채권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을 사용했지만 먹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정부 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의 유동성이 줄어든 데다 레고랜드 사태 등의 영향이 남아있어서다.

공동락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자금경색과 위축된 채권시장이 정상화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기업의 자금 조달 상황이 얼마나 원활한지 보여주는 신용 스프레드가 안정세를 보이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고 평가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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