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과 함께 돌아온 서울항
한강 기준에 맞는 여객선 없어
서울항은 정말 필요한 사업될까

서울에서 한강을 따라 서해로 나간다는 발상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구체화한 건 2010년이었다. 여의도에 만들어질 계획이던 항구 이름은 ‘서울항’이었다. 하지만 사업성 문제로 이 계획은 백지화됐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올해 오세훈 시장이 컴백하면서 서울항 프로젝트도 부활했다. 문제는 10년 전 고민거리도 함께 달려왔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2010년 추진했다가 백지화했던 서울항 사업을 2022년 다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사진=뉴시스]
서울시는 2010년 추진했다가 백지화했던 서울항 사업을 2022년 다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사진=뉴시스]

서해로 이어지는 한강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있었다. 서울은 바다와 연결될 수 있는 도시였지만 시민들은 물 대신 땅을 이용해 서해까지 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 지금까지 아무런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한강에서 인천을 지나 백령도까지 갔던 시기가 있었고, 김포아라뱃길을 통하면 인천항을 지나 중국까지 가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았다. 

다만,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서해에서 한강으로 들어오는 배들은 좁은 김포 아라뱃길의 폭보다 작고 서해보다 수심이 얕은 한강에서도 항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배를 띄운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란 거다. 

2010년 서울항 프로젝트는 서해와 한강을 연결해 국내ㆍ국제 관광객을 유치하고 한강을 활용한다는 목표로 출발한 사업이었다. 이를 위해선 선착장을 늘리고 물길을 확보하기 위한 공사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서울항은 숱한 지적에 시달렸다. 사업성이 없다는 지적에 기반 시설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환경이 파괴될 것이란 비판이 곁들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울항을 추진하던 오세훈 시장이 2011년 사퇴하자 서울항은 서울시의 계획에서 사라졌다.

2022년 서울항이 다시 추진된 건 ‘돌아온’ 오세훈 시장의 의지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2023년 전체 예산으로 47조2025억원을 편성했다. 여기엔 서울항 기초계획과 예비타당성 조사를 위한 예산 6억원이 포함됐다. 2010년 당시 서울항 추진을 위해 서울시가 편성했던 예산은 약 2250억원이다.

실제로 세금을 이미 투입한 사업도 있다. 여객선이 드나들기에 양화대교의 교각기둥 간 폭이 너무 좁았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기둥 간 간격을 넓히기 위한 경간확대공사를 2010년 2월부터 시작했다. 그 결과, 기둥 간격이 35m에서 112m로 늘어났다. 2022년 9월엔 김포에서 한강으로 들어오는 배를 위해 한강 수심을 3.5m로 만드는 공사가 이뤄졌다.

이처럼 물리적 방해 요소는 일부 해결했지만, 서울항 프로젝트를 향한 비판은 여전하다. 당시 지적받았던 다른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다. 환경단체들의 반발도 거세다. 11월 22일 서울환경연합을 포함한 서울항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서울시의회에 사업을 반대하는 의견을 전달했다.

시민단체 측은 “CIQ(세관ㆍ출입국관리ㆍ검역)와 수상호텔까지 짓기 때문에 수질과 수생태계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서울은 이미 지금도 복잡해 미어터질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만이 문제는 아니다. 서울항의 경제성 논란도 여전하다. 환경단체가 우려하는 CIQ와 수상 호텔은 서울항 사업의 궁극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다. 서울시는 2023년부터 서울과 김포를 오가는 여객선을 띄우고 이르면 2026년 국제선을 운영해 서울에서 중국 등 다른 나라를 오가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당분간은 국내선 위주로 운영하지만 여건이 허락한다면 해외 관광객을 받겠다는 거다. 검역소가 당연히 필요할 수밖에 없고 수상 호텔도 해외 관광객의 체류를 늘리려면 필요한 시설이다.

그럼 서울항의 최종 목표인 ‘해외 관광객 유치’는 정말 경제적 성과를 낳을 수 있는 걸까. 관건은 한강에 들어올 수 있는 배의 크기에 달려 있다. 현재 김포에서 서울을 오가는 유람선은 1000t(톤)급이다. 서울시가 규정한 한강 맞춤형 선박은 무게 5000t, 길이 130m, 수면에서부터의 높이 10m, 선폭은 20m를 넘어서는 안 된다. 물에 떠 있을 때 잠기는 부분(흘수)도 4.5m를 초과할 수 없다. 한강의 수심 때문이다.

한강의 선박 기준과 서울항 사업이 목표하는 바를 나란히 놓고 보자. 인천에서 중국을 오가는 여객선은 모두 9종류다. 9종류의 여객선 중 한강 맞춤형 선박 기준을 통과하는 건 없다. 

일반적으로 여객선은 2000t 이상일 경우 대형 여객선으로 분류되지만 우리나라와 중국을 오가는 여객선 중 가장 작은 것도 5000t을 넘는다. 1급 항해사만 선장을 맡는 제도 또한 6000t 이상의 대형 여객선부터 적용된다.

서울시 한강사업부 관계자는 “한강 맞춤형 선박의 기준은 바꿀 계획이 없다”며 “제시한 기준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항이 생기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중국을 오가던 배로는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거다. 

결국 한강에서 외국으로 나가려면 새롭게 배를 사들이거나 만들어야 한다. 2010년 서울항에서 여객사업을 준비하던 당시에도 민간업체는 국제선ㆍ국내선 선박을 따로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제선으로 운영할 선박은 850억원을 투입해 새롭게 건조하고 100억원으로는 중고 유람선을 도입해 국내선으로 운영할 계획이었다. 이렇게 되면 민간도 초기에 투자할 금액이 늘어나는 만큼 수익 창출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자!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 큰 배가 아닌 5000t급의 여객선으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적자를 피하기 쉽지 않다. 당시 서울항 사업에 뛰어들었던 민간업체는 국제선에서 발생하는 25억원의 적자를 터미널 운영, 호텔 사업에서 나오는 50억원의 흑자로 메꿀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감사원은 서울항 사업의 비용편익분석 결과를 0.5로 내놨다. 1이 넘지 않아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종 목표는 해외와 국내를 오가는 것이지만 1차적 목표는 한강에 유람선을 띄우는 것”이라며 “서울항을 통한 해외 관광객 유치는 아직 먼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10년 만에 다시 논의되는 서울항은 여전히 같은 문제를 끌어안고 있다. 이번에는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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