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컨설턴트의 은퇴편지⓮
은퇴 후 삶 좌우하는 건강
건강 위한 나만의 해법
건강과 활력 가져다준 라이딩
나이 들수록 하체 건강 중요해

많은 사람이 노년을 걱정합니다. 대부분 무엇부터 챙겨야 하는지 그 대상을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 미래를 향한 막연한 두려움만 갖고 있죠. 이렇게 앞날이 불투명하니, 미래를 준비한다는 건 쉬울 리 없습니다. 아무리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도 노년은 처음 겪어보는 일일 테니까요. 그렇다면 행복한 노년을 위한 준비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건강은 행복한 노후생활의 필수 요소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는 지난해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두 친구를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보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저보다 훨씬 젊은 나이였기에 영영 이별하기 전까진 대수롭지 않게 얼굴을 보던 사이였죠. 두 친구와의 갑작스러운 이별을 겪은 후 저는 한동안 가슴이 먹먹하고, 기분이 울적했습니다. 

삶과 죽음에 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한가지 보고서를 접했습니다. 미래에셋투자와 연금센터가 도시에 사는 4050세대 직장인 2000명에게 은퇴를 향한 자신감이 어느 정도인지 물어본 결과를 담은 보고서였습니다. 살펴보니 눈여겨볼 만한 결과가 나왔더군요. 

평균 연령 48세의 응답자들 중 은퇴 후 삶에 자신감이 있다고 말한 상위 30%는 하위 30%보다 재무적으로 안정적이었습니다. 현재의 가계소득이나 순자산이 높은 수준인 데다, 국민연금 예상수령액도 많고 은퇴 후 노후소득원도 더 다양한 경향이 두드러졌죠.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은퇴 후 자신감이 높은 층이나 낮은 층이나 구분 없이 나타나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은퇴 자신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적 요소로 건강을 꼽은 겁니다. 은퇴 후 행복한 노년을 위해선 탄탄한 노후경비가 뒷받침돼야 하는 건 물론 건강이란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방증입니다. 

이는 노령층의 의료비 지출 현황을 보면 더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21년 통계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에 지급한 요양급여비용은 40조4347억원이었습니다. 전년 동기(36조6766억원) 대비 10.2%(3조7581억원) 늘어난 수치입니다. 2021년 지출한 전체 요양급여비용이 95조4802억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65세 인상 인구가 요양급여의 42.3%를 받아쓰고 있는 셈입니다.

이 통계는 은퇴 후 건강이 나빠지면 재무적 안정성도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자, 어떻습니까. 노년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건강관리에 힘써야 하겠죠?

그러고 보니 저 또한 부쩍 건강에 신경을 기울이게 되는 나이가 됐습니다. 어느날 대중목욕탕에서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니 상체는 비만하고 하체는 걱정이 될 정도로 바짝 마른 동년배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더군요. ‘혹시 나도 저런 모습이 아닐까’란 생각에 자꾸만 거울에 제 모습을 비춰보게 되더군요. 

사실 노년층에게 하체는 매우 중요합니다. 하체가 부실하면 쉽게 낙상사고를 당할 수 있습니다. 낙상사고는 65세 이상 인구 3명 중 1명이 겪을 만큼 흔하게 발생합니다. 낙상사고의 가장 큰 문제는 심하게 다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주요 손상 원인 중 낙상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52.5%)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구나 낙상사고로 병원을 찾는 노인의 20~30%는 뇌출혈이나 엉덩이뼈 골절로 고생한다고 하니, 나이가 들수록 하체 운동을 게을리해선 안 되겠죠. 필자가 하체 운동에 나서기로 결심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나름대로 치열한 고민을 거쳐 시작한 운동이 바로 자전거 라이딩(Riding)입니다. 

지난해 전 당근마켓에서 20만원대의 자전거를 한대를 구입해 라이딩에 입문했습니다. 처음엔 가까운 동네를 한바퀴 도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라이딩이 점차 익숙해지자 장거리 코스를 달려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10월 초 비번인 날을 택해 시골집에서 충주 탄금대까지 왕복 75㎞ 거리를 자전거로 이동해보자는 계획을 세웠죠. 계산해보니 시속 15㎞로 달리면 5시간 내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준비물은 중고 자전거와 헬멧, 실장갑, 작은 가방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오전 9시에 출발한 자전거 여행은 생각보다 더 상쾌했습니다. 남한강을 따라 달리는 자전거 전용도로는 길의 높낮이나 굴곡이 심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저같은 라이딩 초보도 순탄하게 달릴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계절이 계절인지라 기온이 높지도 않았고, 강변을 따라 변하는 풍경도 너무나 아름다워 신나는 라이딩을 할 수 있었죠. 

저만의 자전거 여행은 한강 자전거도로를 거쳐 탄금대 반환점을 돌아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꼬박 6시간의 여정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장시간 라이딩 후 다음날 근육통이 오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이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별탈이 없었습니다. 

남쪽으로 시도한 첫번째 장거리 라이딩 이후 전 북쪽 여주 지역으로 또한번 자전거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때 성공적으로 라이딩을 마치면서 저에겐 작은 꿈이 하나 생겼습니다. 서해를 시작으로 한국의 해안가를 일주하는 라이딩에 도전해 보는 것입니다. 대략 1000㎞쯤 되는 거리이니, 하루에 100㎞씩 열흘간 달리면 되지 않을까요? 

70㎞를 넘는 장거리 라이딩은 저에게 많은 자신감을 북돋아줬습니다. 장거리 라이딩 소식을 SNS에 올렸더니 많은 친구들이 박수를 보내주기도 했죠. 이미 자전거 라이딩의 고수인 친구들은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자린이’에게 격려를 쏟아냈습니다. 저의 새로운 시도를 접하곤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다리 힘을 기르고 하체를 튼튼히 단련하려는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이제 라이딩은 저의 새로운 취미이자 ‘도전’ 종목이 됐습니다. 60대 초반의 나이에 열정과 집념을 불태울 수 있는 대상을 찾았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라이딩을 통해 얻는 건강과 활력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은퇴를 걱정하는 당신은 지금 건강한 몸을 위해 무엇을 실천하고 계신가요? 아직까지 뾰족한 묘수를 찾지 못하셨다면,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바퀴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골린이, 테린이보다 자린이도 괜찮을 듯합니다.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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