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조 재취업 후 이야기 2편

은퇴를 앞둔 이들이 제게 꼭 묻는 게 있습니다. “금융계에서 일해오셨는데, 은퇴 후 선택한 현장 일은 어떤가요?” 평생 화이트칼라로 살아왔는데 몸이 버텨주냐는 질문입니다. 전 이렇게 답합니다. “현장에서 일하면 건강이 더 좋아집니다. ‘주주야야비비’란 독특한 근무패턴도 나이 든 은퇴자에게 훨씬 더 유리합니다.” 화이트칼라에서 블루칼라 되기. 이번엔 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은퇴 후 재취업했을 때 만족도가 크면 삶의 질도 높아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은퇴 후 재취업했을 때 만족도가 크면 삶의 질도 높아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주야야비비. ‘이틀 주간, 이틀 야간, 이틀 휴무’란 스케줄로 돌아가는 근무 패턴입니다. 주말이나 연휴에는 규칙적으로 쉬는 게 힘들지만, 대개의 경우엔 자유시간이 많습니다. 물론 이 평가는 60세를 넘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필자만의 생각에 기반한 것일지 모릅니다.

 규칙적인 삶을 원하는 젊은층은 이 패턴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죠.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나이가 많은 이들에게도 유리한 직종이 있을 겁니다. 불규칙한 근무 패턴을 지닌, 젊은이들이 원하지 않는 그런 직종들이 좋은 예가 되겠군요.[※참고: 지난해 전 물류센터 시설팀에 재취업했습니다. ‘높이 400m 너비 200m’에 이르는 물류센터의 전기·기계·시설 등을 관리하는 게 제 업무입니다. 저의 재취업 성공기는 이전편(더스쿠프 508호·주주야야비비서 찾은 작은 행복)에서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주주야야비비란 근무 패턴이 제게 기회를 준 건 확실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출발이 쉬웠던 건 아닙니다. 이틀의 주간을 끝내고 야간 근무로 들어갈 땐 여유가 많아 좋았습니다. 참고로 주간 근무는 오후 6시에 끝납니다. 야간 근무는 오후 6시에 시작하고요. 주간에서 야간으로 바뀔 땐 시간이 제법 남습니다. 

하지만 이틀의 야간 근무를 마치고, 이틀의 휴무로 돌입하는 첫날엔 ‘낮과 밤’이 뒤바뀌는 현상이 나타나 곤욕을 치렀죠. 이쯤에서 몇몇 독자는 ‘건강 관리는 어떻게 했을까’란 의문을 가질 겁니다. 지금부터 주주야야비비 속 건강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은퇴 후 마음 = 각론을 말하기 전에 일단 원론을 살펴보겠습니다. 뻔한 답일지 모르지만, 제2의 인생을 살아갈 땐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 합니다. 필자처럼 60대가 넘어 재취업에 나선 사람들은 현실을 인정할 줄도, 현실에 만족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왕년에 내가…’ ‘내가 누군지 알아…’ ‘나보고 이런 일을 하라고?’란 마음을 먹는 순간 스트레스만 쌓일 뿐입니다. 그저 일하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만큼 제2의 인생을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건 힘듭니다. 특히 60대가 넘어가면 재취업도 어렵지만, 정규직으로 일하는 건 더더욱 힘듭니다. 통계 하나를 보실까요?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806만6000명 중 60세 이상 노동자는 240만3000명에 이릅니다(2021년 8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의 29.7%가 60세 이상이라는 겁니다. 60세 이상인 노동자에 초점을 맞춰보면, 이 연령대의 비정규직 비율은 70%를 훌쩍 넘습니다(2021년 기준).

임금 수준도 높지 않습니다. 비정규직이 지난해 6~8월 받은 월평균 임금이 176만900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60세 이상 노동자 중에서 월 200만원을 받는 이는 드물 겁니다. 이런 이유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이라면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부터 해야 합니다. 어쩌면 이게 행복의 첫걸음일지도 모릅니다. 

■스케줄 적응 = 자! 이제 저만의 건강 관리법을 살펴볼까요? 언급한 것처럼 필자는 5층 규모의 물류센터에서 일합니다. 전기·기계·시설 등을 살피려면 물류센터 구석구석을 돌아야 합니다. 거리가 만만찮아 하루에 1만보는 거뜬히 걷죠. 일이 많은 주간 근무일에는 하루에 두세번은 땀으로 샤워할 정도입니다. 반강제로 운동하고 있는 셈이죠. 가끔은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걷기의 효과는 탁월했습니다. 

실제로 재취업 전과 비교하면 제 건강 상태는 훨씬 더 좋아졌습니다. 하루에 1만보 이상 걸어서인지 집사람이 걱정할 정도로 나왔던 배가 제법 들어갔습니다. 체중이 줄고, 다리에 근력도 붙었죠.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제 건강 상태는 재취업을 준비하는 60대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평생 ‘화이트칼라’로 살아온 은퇴자는 몸을 이용하는 현장을 꺼립니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현장에 일자리가 많을 뿐만 아니라, 몸을 이용하는 직업이 그리 나쁜 것도 아닙니다. 금융계에서만 일해온 저처럼 건강이 좋아질 수도 있으니까요. 다 마음먹기 나름이란 겁니다. 

그럼 주주야야비비의 극복법을 말해볼까요? 이 불규칙한 근무 패턴은 나름의 루틴을 통해 극복했습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야간 근무는 전날 6시부터 다음날 9시까지입니다. 밤을 꼬박 새워야 하기 때문에 생체리듬이 깨질 수밖에 없죠. 

이틀의 야간 근무가 끝난 다음에 ‘휴무’라곤 하지만, 밤을 새운 여파가 다음날, 때론 그다음 날까지 이어질 수 있죠. 그래서 전 첫번째 휴무일의 기상시간을 ‘낮 12시’로 정했습니다. 이렇게 잠을 짧게 자고 일어나 일상을 보내니까 그날 잠에 일찍 빠져들었고, 휴무 이틀째가 편해졌습니다. 60대쯤 되면 몸과 시간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주주야야비비, 걱정 마세요. 당신의 지혜라면 어떤 근무 패턴에도 능히 적응할 수 있을 겁니다. 

[사진=게이이미지뱅크, 그래프=더스쿠프]
[사진=게이이미지뱅크, 그래프=더스쿠프]

필자는 요즘 휴무일이면 텃밭에 갑니다. 올여름엔 오이·호박·고추·참외 등 직접 키운 작물을 동료들에게 선물하며 수확의 기쁨을 느꼈죠. 일주일에 5일은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 이틀의 시간은 온전히 저를 위해 쓰면서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주주야야비비’란 독특한 근무 패턴에서 시작된 변화입니다. 

그래서 제2의 인생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틀 밤을 새우는 일이든 지게차·굴삭기·전기기능사 자격증이든 저처럼 해내면 그만입니다. 몸을 쓰는 일도 건강에 되레 도움을 줍니다. 필자도 해낸 일이니, 은퇴를 준비하는 여러분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겁니다. 나이가 들어도 인재는 인재니까요.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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