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의 探스러운 소비
MZ세대의 헬시플레저
건강관리하며 재미 추구
효과 높이는 ‘보상’도 필수

운동으로 건강한 신체를 만드는 건 힘들고 고통스럽다. 반복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과정을 참고 견뎌야 한다. 개인의 신체 건강을 넘어 사회적인 기대에 맞는 보기 좋은 몸매를 가지려면 그 과정은 더 지난해진다. 그런데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즐겁게 건강관리를 하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가 확산하고 있다. 그들은 운동을 게임처럼, 패션쇼처럼 즐긴다.

MZ세대들은 건강관리를 즐겁게 하기 위해 ‘재미’ 요소를 찾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MZ세대들은 건강관리를 즐겁게 하기 위해 ‘재미’ 요소를 찾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운완 #어다행다…. 기성세대에겐 의미를 가늠하기 어려운 말이지만 MZ세대에겐 익숙한 해시태그다. ‘오운완’은 ‘오늘의 운동을 완료했다’, ‘어다행다’는 ‘어차피 다이어트를 할 거면 행복하게 다이어트 하자’의 줄임말이다. 과정과 방법을 공유하며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MZ세대의 운동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신조어이기도 하다.

건강관리는 언제나 모든 세대에게 최고의 관심사다. 다른 게 있다면 나이든 세대에게 건강은 매우 절실하고, MZ세대는 상대적으로 질병의 위협을 느낄 일이 적다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MZ세대는 운동 효과를 확실하게 얻는 것보단 운동을 하되, 덜 힘들고, 덜 고통스러운 방법을 찾는다. MZ세대가 일상적으로 운동(exercise)보다 피트니스(fitness)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건강’을 인식하는 것도 변화하고 있는데, 과거엔 ‘질병이 없고 신체적으로 강한 상태’를 건강하다고 표현했다면 지금은 ‘질병이 없고 적당하게 보기 좋은 신체 상태’로 그 의미가 확장하고 있다.

MZ세대의 건강관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재미’다. 그들은 힘들고 지루한 건강관리 과정에서 ‘재미’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런 트렌드는 재미있는 운동(스포테인먼트·sportainment)을 표방한 케이블 TV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이 크다.

TV 속 그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듯 운동하고, SNS에 운동 목표를 고지해 여럿이 함께 진행상황을 공유하며 게임처럼 진행한다. 운동을 덜 힘들게 하기 위해 재미있는 요소를 첨가하는 거다.

즐겁게 건강관리를 하고 싶어 하는 MZ세대를 겨냥하기 위해 관련 업계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운동할 사람을 맺어주거나 그들을 서로 경쟁시키고, 일정 수준을 달성한 참가자에게 포인트를 주는 앱들은 일찌감치 MZ세대의 일상에 자리 잡았다. 

달리기 앱인 ‘런데이’는 이용자들이 앱에서 러닝 크루를 만들어 소통과 경쟁을 통해 꾸준히 러닝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한다. 루틴관리 서비스 앱 ‘마이루틴’은 하루 루틴을 계획하고 실행 여부를 기록한다. 성취율에 따라 배지와 스탬프를 주며 동기를 부여한다.

혼자 운동할 때 운동기록과 성과를 관리해주는 전자제품들도 앞다퉈 출시하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 속에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19년 2조2000억원에서 2024년 4조7000억원으로 144%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 최근엔 가상공간에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자료|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한국보건산업진흥원]

패션 역시 MZ세대에겐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다. 그들에게 운동복은 삼선 트레이닝복이 아니라 멋진 패션이어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평상복이라면 입기 힘든 노출이 심한 옷, 몸에 바짝 밀착되는 옷들도 운동복이라는 미명 아래선 맘껏 입을 수 있다. 패셔너블한 골프·테니스 패션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도 이런 트렌드와 맞물린 결과다. 

헬시플레저엔 당연히 즐거운 보상도 따라야 한다. 이럴 땐 죄책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제로칼로리 푸드나 제로슈거 음료 같은 로푸드(Low food)가 제격이다. 달고 맛있는 음료라도 그것이 단백질 음료나 식이섬유 음료라면 설사 칼로리가 크게 차이나지 않더라도 심리적으로 용서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더할 나위 없는 보상이 있다. 확실한 피트니스 효과를 보여주는 보디프로필 사진이다. 여기에 달리는 수많은 ‘좋아요’는 운동을 더욱 즐겁게 만든다.

[자료|트렌드모니터, 참고|복수응답]
[자료|트렌드모니터, 참고|복수응답]

건강한 삶을 위해 운동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어차피 운동을 해야 한다면 MZ세대처럼 즐겁게 하는 게 당연히 좋다. 하지만 분명 혼자서는 힘들고 지루해 지속적으로 할 자신이 없는 이들도 있을 테다. 그런 이들에게 운동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안한다. 

첫째, 혼자 하지 말고 타인과 조인(join)하라. 둘째, 음악 등 즐거움의 요소를 더하라. 셋째, 신체적 건강 외에 운동의 또 다른 동기를 만들어라. 넷째, 운동 후엔 확실한 보상을 제공하라. 이는 헬시플레저를 추구하는 이들이 이미 따라 하고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효과보다 즐거움이 우선이라고 해도, 운동은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다. 이것이 100세 시대를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방법이다.

김경자 가톨릭대 교수
kimkj@catholic.ac.kr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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