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고리2호기 재가동 논란❶
노후 원전 재가동, 신뢰서 출발
정권 따라 오락가락한 한수원
평가보고서 늦어 검찰 고발까지
정치적 의사결정 믿을 수 있나

한수원의 고리2호기 재가동 결정을 두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한수원의 고리2호기 재가동 결정을 두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 “설계수명이 실제 수명을 말하는 건 아니다. 충분히 안전하게 더 운전할 수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설계수명을 다 채우고 가동을 멈춘 부산 기장군의 고리2호기 재가동을 추진하면서 내놓은 해명이다. “안전하다”는 말을 믿어달라는 거다.

# 문제는 한수원의 이 말을 신뢰할 수 있느냐다. 아쉽게도 한수원이 고리2호기 재가동을 추진하는 과정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적지 않다. ‘원전을 중시하지 않았던’ 문재인 정부 때와 ‘원전 중시’로 방향을 돌린 윤석열 정부 때 한수원이 선택한 행보도 다르다. 실제로 이 때문에 한수원은 검찰에 고발조치된 상태다. 고리2호기 재가동을 두고 ‘한수원이 정치적으로 결정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 더스쿠프가 기획물 ‘추적+’에서 고리2호기 재가동 논란을 짚어봤다. 그 첫번째 편이다.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을 재가동할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원전2호기 얘기인데, 한국수력원자력이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인근 주민들과 시민단체 등은 “설계수명이 다한 만큼 ‘영구 운영정지’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한수원은 “설계수명은 안전성 평가를 위한 최소한의 기간일 뿐, 실제 수명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고 반박한다. 특히 한수원은 “2025년 6월 고리2호기를 재가동할 수 있도록 ‘계속운전(수명 연장)’을 위한 안전성 심사와 운영변경허가 심사, 설비 개선 등의 일정을 최대한 당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운영을 정지하지 않겠다는 거다. 

사실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로선 위험하다는 이유로 원전을 무작정 반대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이웃한 일본이 원전사고로 골머리를 앓는 상황을 뻔히 보면서 ‘원전만이 답’이라고 외치는 것도 옳은 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법은 정해져 있다. 정부와 기관(한수원)이 과학에 기반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국민에게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해 검증을 받는 거다. 이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된다면 노후 원전이라는 이유로 재가동을 막을 이유가 없다.  

문제는 “설계수명을 다한 노후 원전이라도 충분히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한수원의 주장을 믿는 국민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고리2호기 재가동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국민이 한수원의 주장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 문제➊ 과학 아닌 정치 = 첫째 이유는 한수원의 고리2호기 재가동 결정이 과학과 소신에 근거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1983년 4월 9일 운전을 시작한 고리2호기는 딱 40년 만인 지난 4월 9일 가동을 중단했다. 원래 원전의 설계수명이 40년이니까 원칙대로 운영하고 멈춘 셈이다. 

물론 설계수명이 다했어도 안전성 심사를 통과하면 계속 가동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에 따라 설계수명 만료 2~5년 전(2018~2021년)에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보고서’를 내야 한다.[※참고: 지난해 12월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2~5년’을 ‘5~10년’으로 늘렸다. 고리2호기는 개정 전의 일이어서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수원은 정해진 기간 내에 이 평가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평가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는 게 비공식적인 이유다. 그러던 2022년 4월에 평가보고서를 냈다. ‘친원전’을 표방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2022년 3월 10일)된 직후다. 한수원의 노후 원전 재가동 결정이 정치적으로 이뤄졌다는 방증이다.

한수원으로부터 평가보고서를 제출받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절차 위반’을 이유로 같은 해 10월 한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럼에도 한수원은 고리2호기 재가동을 위한 절차를 무리 없이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30일 고리2호기의 계속운전을 위한 운영변경허가도 신청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벌금만 내면 모든 책임을 면할 수 있어서다.

원안위 관계자는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평가보고서를 늦게 제출한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면서 “그 외에 법률에 정해지지 않은 행정조치는 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령을 어기는 과정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이 한수원의 행보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학적인 안전성 검증 외에 고리2호기의 재가동을 위한 조건은 또 있다. 그건 바로 재가동이 우리에게 이익이냐는 거다. 하지만 한수원은 고리2호기 재가동을 위한 경제성 분석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 내용은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뤘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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