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의 探스러운 소비학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 시대
선택재 소비 비중 커진 영향
개인 맞춤형 상품ㆍ서비스 활발

같은 신용카드인데, A와 B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다르다. 여행을 좋아하는 A는 혜택을 항공사 마일리지로 적립하고, 커피 애호가인 B는 애용하는 커피숍 할인 혜택을 더 받는다. 이런 ‘다름’이 가능한 건 개개인이 자신의 니즈와 취향을 고려해 혜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카드뿐만이 아니다. 각종 서비스가 개인 맞춤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맞춤형 서비스가 전개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맞춤형 서비스가 전개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거엔 개개인의 취향보단 하나의 거대한 유행에 따라 소비 패턴이 이동했다. 이런 경향은 지금도 마찬가지긴 하다. ‘레트로’ ‘복고’는 여전히 MZ세대 소비의 중심을 관통하고 있다. 다만, 그 안에서도 개인의 취향이 훨씬 중요해진 게 요즘 트렌드다. 변화를 눈치챈 기업들도 똑같은 걸 찍어내는 대신 개인의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커스터마이제이션(customizationㆍ주문생산)은 개별 고객에게 딱 맞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기성복이 아닌 맞춤정장처럼 고객의 취향이나 상황에 맞게 맞춤 서비스를 선사한다. 

하지만 산업사회에선 획일화한 소품종을 대량생산(mass productionㆍ매스프로덕션)하는 시스템이 중심이다. 이윤 창출이 궁극적인 목표인 기업은 이 시스템을 통해 생산비를 줄여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기업은 개별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맞춤 서비스를 소수의 VIP에게만 제공했고, 그런 제품은 몇배 비싸게 판매해 왔다.

이젠 맞춤 소비의 대상은 특정고객, 특정 제품에서 일반고객과 일반제품으로 확대하고 있다. 개개인의 니즈와 상황에 맞게 다양한 제품을 맞춰주는 다품종 소량생산(mass customizationㆍ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의류는 물론이고 신용카드, 밀키트, 가구, 여행 서비스, 심지어 디지털 콘텐츠까지 개인화하는 트렌드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하나씩 예를 들어보자. 먼저 신용카드다. 카드 회사들은 고객들이 자신의 소비패턴에 맞는 카드를 고를 수 있도록 구색을 넓히고 있다. 가령, 모든 혜택을 항공사 마일리지로 적립하거나 특정 커피숍의 할인 혜택만 확대할 수 있다. 자신에게 적절한 혜택과 부가서비스를 고를 수 있단 얘기다. 

그런가 하면 밀키트나 HMR(가정간편식ㆍHome Meal Replacement)은 가족 구성원 수와 소비자의 입맛 또는 건강 상태에 따라 점점 세분화하고 있다. 디지털로 제공되는 음악, 영화, 드라마 역시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자동으로 설정하는 게 가능해졌고, 그에 맞춰 콘텐츠를 추천하기도 한다.


시장이 매스프로덕션에서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으로 변화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전반적으로 생활수준이 향상한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생활 수준이 이전보다 높아지면 필수재보단 선택재 소비 비중이 커진다. 삶을 영위하는 데 꼭 필요한 재화가 필수재라면, 선택재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이다. 

선택재는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다르다. 생존에 필요한 영양을 섭취하거나 추위 또는 더위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옷가지를 고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제품의 품질보단 ‘개인의 취향(개취)’을 우선으로 삼는다. 이 기준은 생존을 위한 니즈보다 훨씬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까다롭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은 개인의 취향을 존중받아야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이 가능한 두번째 요인은 ‘정보 확산’이다. 기업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터넷에서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소비자가 마우스를 클릭한 궤적을 쫓아 그들의 관심사와 행동패턴을 세밀하게 파악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가령, 소비자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이트를 얼마나 방문했는지, 어떤 제품을 얼마나 오래 바라봤는지, 어떤 제품과 어떤 제품을 동시에 소비하는 경향이 있는지를 기업들이 쉽게 알아낼 수 있다는 거다. 이런 변화는 기업이 소비자가 다니는 골목골목에 맞춤 상품을 배치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세번째 요인은 디지털 시장의 특징이다. 

빅데이터 분석은 디지털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 서비스 분야에서 더 활발하게 이뤄진다. 이런 서비스는 대개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또 개별화를 위한 비용도 크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디지털 거래 시장에선 굳이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개인 판매자들이 재화나 서비스 공급자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빅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개개인 단위의 맞춤 소비가 가능한 다양한 사이트가 등장했고, 성업 중이다. 각종 교육이나 금융컨설팅, 개인 PT, 이사와 청소, 출판, 수선과 정비, 애완견 관리, 집안행사 진행까지 한명 단위로 맞춤 서비스가 가능하다. 

소비자의 개인 행동 패턴을 파악하는 게 수월해졌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비자의 개인 행동 패턴을 파악하는 게 수월해졌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거엔 티셔츠나 열쇠고리, 또는 생일케이크에 내가 원하는 글을 새기려면 특별 제작비용을 따로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이젠 아주 소소한 것까지 맞춤형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 많다. 

이렇게 맞춤소비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장에서는 그동안 다품종 소량생산, 이를테면 대중을 타깃으로 하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오히려 고전할 수 있다. 공급 경쟁이 심한 시장에서는 더욱 그럴 수 있다. 개인의 취향을 중요시하는 만큼 그 맞춤 정도와 방법을 고민해 적절하게 대응하는 기업만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어젖힐 수 있다. 바야흐로 개취의 시대에 대응하는 건 기업의 몫이다. 

김경자 가톨릭대 교수
kimkj@catholic.ac.kr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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