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30% 이상 오른 공사비
공공도 3.3㎡당 800만원
원자잿값 반영됐다지만
유연탄 값은 하락세
하락세 반영 안 되는 이유

아파트 공사비가 가파르게 올랐다. 공공재건축에서 제시하는 공사예정금액은 3.3㎡당 800만원이다. 평소 금액보다 30~60% 높은 수준이다. 민간 현장의 경우엔 3.3㎡ 1000만원까지 계산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렇게 높아진 공사비 원인은 비싸진 원자재 탓이 크다. 하지만 이상하다. 시멘트를 만드는 유연탄 가격은 이미 내려갔다. 그런데도 공사비는 오를 일만 남아 있다. 왜일까.

공사비가 가파르게 오르며 시공사와 도시정비사업조합 간 갈등도 커졌다.[사진=연합뉴스]
공사비가 가파르게 오르며 시공사와 도시정비사업조합 간 갈등도 커졌다.[사진=연합뉴스]

아파트 가격은 내려가고 있지만 반대로 오르는 것도 있다. 공사비다. 3.3㎡(약 1평)당 500만~600만원을 오가던 공사비는 최근 들어 훌쩍 올랐다.

공공재건축 방식으로 추진 중인 중곡아파트의 시공자 선정 공고를 사례로 보자. 이 현장에서 공사 예정가격으로 제시한 금액은 3.3㎡당 800만원이다. 이마저도 시공사를 찾지 못해 2차 공고를 내걸었다. 그래서인지 아파트 공사비가 3.3㎡당 1000만원까지 오른다는 말까지 나온다.

공사비 증액은 종종 사업 차질로 이어진다.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를 도시정비사업조합 측이 거부하면 시공 중단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수차례 반복하자 서울시는 지난 3월 공사비 갈등 중재 자문기구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2015년에 도입한 정비사업 코디네이터 파견도 늘렸다. 하지만 공사비 부담이 커진 데다 미분양을 우려해야 하는 시공사들이 이전처럼 적극적으로 공사를 진행할지는 미지수다. 그럼 공사비는 언제쯤 하락할까. 이 질문을 풀기 위해선 공사비가 가파르게 오른 이유부터 살펴봐야 한다.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원자잿값 상승이다.

아파트를 만든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자재들이 필요할까. 고층 아파트에서는 철근콘크리트가 핵심이다. 이 철근콘크리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철근ㆍ시멘트ㆍ골재가 필요하다. 국내 대형 건설사 중 한곳인 삼성물산의 정기보고서를 통해 이들 원자재 가격의 추이를 확인해 봤다.

삼성물산이 파악한 2022년 1분기 철근은 톤(t)당 99만1700원이었다. 이후 철근 가격은 2분기 103만8350원, 3분기 101만4233원, 4분기 100만175원으로 2분기 최고 가격을 찍은 후 떨어졌다. 2023년 1분기 철근 가격은 95만3000원까지 하락하면서 지난해에 비해 3.9% 저렴해졌다. 다른 원자재 가격 추이는 철근과 조금 달랐다.

시멘트 가격은 2022년 1분기 9만3000원에서 2023년 1분기 10만5000원으로 12.9% 올랐다. 골재 가격은 더 큰폭으로 늘었다. 2022년 1분기 1㎥당 2만원이었던 골재 가격은 1년 만인 2023년 1분기 2만4000원으로 20.0% 상승했다. 레미콘 가격 역시 같은 기간 t당 7만1000원에서 꾸준히 올라 2023년 1분기 8만4500원으로 19.0% 비싸졌다.

시멘트 가격이 오른 건 2022년 급격하게 상승한 유연탄 가격 때문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2020년 t당 80달러를 밑돌던 CFR 동북아 유연탄은 2022년 3월 343.7달러로 급등했다. 

2022년 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던 시기다. 러시아 정세가 흔들리면서 동북아의 유연탄 공급에 차질이 생긴 셈이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사들이는 호주산 유연탄 가격 역시 동북아 유연탄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22년 3월 최고 가격이 t당 288.1달러까지 치솟았다. 다만, 여기선 살펴봐야 할 게 있다. CFR 동북아 유연탄과 호주산 유연탄 가격은 지난 3월 각각 t당 150달러, 12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런데도 건설사가 사들이는 시멘트 가격은 2023년 1분기에 가장 비쌌다. 유연탄 가격은 내려갔는데, 시멘트 가격은 되레 비싸진 까닭은 무엇일까. 

시멘트 공급 계약은 실제로 필요한 시기보다 먼저 이뤄진다. 이 때문에 유연탄 가격과 시멘트 가격 사이에 시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가령, 유연탄 가격이 낮았던 시기에 시멘트 업체가 공급 계약을 맺었는데, 이후 유연탄 가격이 상승한 상태에서 시멘트를 받으면 거기서 발생한 가격의 간극을 채워야 한다. 그렇다 보니 유연탄 가격이 떨어졌을 때도 시멘트 가격을 쉽게 낮출 수 없다. 손해를 메꿔야 해서다. 

[사진 | 뉴시스]
[사진 | 뉴시스]

그렇다면 이 손해는 언제쯤 메꿔지는 걸까.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멘트 가격은 올해 말까지 계속해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며 “시멘트 가격이 급등했을 때 시멘트 업계에서 그 가격을 한꺼번에 반영하지 못했다”며 “현재 떨어진 유연탄 가격을 시멘트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최소 올해 연말쯤이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말까지 가려면 아직 반년이 더 남았다. 현시점에서 기업들이 보는 건설 경기는 나쁘지 않다. 7월 건설경기실사 종합전망지수는 6월보다 1.5포인트 오른 79.9를 기록했다. 아직 100을 넘지 못했기 때문에 여전히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고 봐야 하지만 이전보다 상황이 나아졌다고 보는 기업은 늘어났다.

특히 주택 경기가 개선됐다고 보는 기업이 증가했다. 7월 주택 부문 신규 수주 전망치는 최근 1년 내 최고치(78.6)를 기록하기도 했다. 건설업체들이 착공할 만한 현장이 늘어날 거라고 판단한 거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 원자재 가격과 공사비는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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