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재무설계 4편
투자의 기본원칙 분산투자
손해 보더라도 복구 쉽기 때문
이를 지키는 직장인 많지 않아
한 바구니에 담는 실수 피해야

저명한 투자가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가 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하지만 월급 받아 생활하는 직장인들은 ‘일확천금’의 꿈을 꾸고 싶어 한다. 적지 않은 이들이 주식이나 펀드에 올인하는 이유다. 정말로 분산투자는 중요한 걸까.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분산투자 이야기를 다뤄봤다.

분산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쪽박의 리스크를 피할 수 있어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분산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쪽박의 리스크를 피할 수 있어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혼 때 많은 빚을 진 탓에 고민에 빠져 있던 박문휘(가명·36)씨와 양영희(가명·35)씨. 부부는 두 자녀(3·1)의 양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마이너스통장(1400만원·연이율 6. 4%)을 만들고 보험계약대출(600만원·5.02%)을 받았다.

기존에 집을 구하느라 빌렸던 전세대출금(2억원·4.24%)까지 합하면 부부의 빚은 2억2000만원에 이른다. 한달에 빠져나가는 원리금만 92만원에 달하는 수준. 아찔해진 부부는 부랴부랴 필자의 상담실을 찾아와 재무상담을 받았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부부의 월 소득은 760만원으로, 둘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남편과 아내가 각각 430만원, 330만원을 번다. 지출은 정기지출 639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76만원, 금융성 상품 55만원 등 770만원이다. 적자는 10만원이다. 직장 다니랴, 아이 보느라 정신이 없는 부부로선 이 이상 적자를 늘리지 않는 게 최선이었다.

부부는 필자의 조언을 수용해 1·2차 상담에서 지출을 확 줄여 여윳돈을 마련했다. 총 138만원을 절감했고, 그 덕분에 적자 10만원도 흑자 128만원으로 전환됐다. 지출을 줄이는 과정에서 보험료를 대폭 절감한 게 좋은 영향을 미쳤다.

그로 인해 생긴 보험해지환급금 1800만원에 부모님에게 빌린 200만원을 더해 2000만원에 달하는 마이너스통장과 보험약관대출도 전부 갚았다. 덕분에 부부는 빚의 부담감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 128만원으로 부부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부부가 세운 재무 목표는 ▲대출 전액 상환, ▲내집 마련, ▲자녀 교육비 마련, ▲노후 설계 등 4가지다. 자녀 교육비를 제외하면 모두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재무 이벤트를 준비할 땐 수익성에 조금 더 무게를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구나 요즘은 물가가 심상치 않다. 은행 금리가 많이 올랐다곤 하지만,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를 따라가기엔 벅차 보인다. 그래서인지 필자의 상담자들 중엔 ‘통장에 넣어두는 건 손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최근 2차전지주·엔터주 등과 연관된 주식·펀드가 급등했다는 소식이 뉴스에서 쏟아져나오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럼에도 잊어선 안 되는 게 하나 있다. 투자 시장에서 ‘안전하면서도 수익률이 좋은 상품’은 없다는 점이다. 전문 투자자가 아니라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노후를 준비해야 할 땐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노후를 준비해야 할 땐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럼 어떻게 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까. 무엇보다 ‘분산투자’를 지향해야 한다. 큰돈을 한 투자상품에 올인했을 때의 위험성은 굳이 사례를 들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격언이지만 필자의 경험상 이 말을 실천하는 상담자는 거의 없다.

분산투자의 장점은 ‘수익률의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 상품에 나눠 투자하면 평균을 냈을 때의 수익률은 다소 하락하겠지만, 그만큼 손실률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100만원을 한 주식 종목에 전부 넣었다가 주가가 급락한 탓에 원금이 50만원이 됐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원금 50만원을 다시 100만원으로 회복하려면 손실률(50%)의 2배인 100%의 수익을 내야 한다. 이를 ‘손실과 이익의 비대칭성’이라고 부른다.

이번엔 반대로 주식엔 20만원만 넣고, 나머지 80만원을 은행 통장이나 적립식 펀드 등 다양한 곳에 분산투자했다고 가정하자. 마찬가지로 주가가 하락해 주식 20만원이 10만원이 됐다 하더라도 상황은 이전보다 훨씬 낫다. 남은 투자금(90만원)으로 12% (10만8000원)만 수익을 내면 원금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산투자를 하면 수익률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그럼 분산투자에 유의하면서 박씨 부부를 위한 재무 솔루션을 짜보자. 부부의 저축 규모는 총 55만원으로, 주택청약종합저축(20만원), 저축보험(15만원), 적금(20만원)으로 이뤄져 있다. 청약을 제외한 나머지엔 특별한 목표가 없다.

부부는 “목표를 갖고 재테크를 해야 의지가 확고해진다”는 필자의 조언에 따라 저축보험은 노후를 위해, 적금은 내집 마련을 위해 쓰기로 했다. 여기에 예금 통장을 새로 만들어 월 40만원씩 납입해 집 마련에 보태기로 했다.

자녀 교육비를 마련하는 수단으론 적립식 펀드(월 30만원)를 활용키로 했다. 이 상품의 장점은 소액으로 펀드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 원하면 언제든 납부를 중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월 납입방식인 만큼 손해를 봐도 부담이 적다. 그다음엔 개인연금(30만원)에 가입해 노후를 대비했다.

재테크 감각도 익혀보기로 했다. 부부는 한달에 15만원씩 주식에 꼬박꼬박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주식을 하다 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시장 흐름이나 관련 이슈를 들여다보기 마련이다. 그런 습관은 앞으로 재테크를 할 때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만약의 사고를 위한 비상금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CMA통장에 월 13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이렇게 부부의 재무상담이 모두 끝났다. 부부는 128만원을 내집 마련(예금 40만원), 자녀 교육비 마련(적립식 펀드 30만원), 노후 준비(개인연금 30만원), 주식 투자(15만원), 비상금 마련(CMA 통장 13만원)을 위해 적절하게 분배했다.

은행 예금부터 주식, 펀드, 연금 등 총 4가지 방법으로 여윳돈을 나눠 담았다.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은 만큼 한쪽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금세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박씨 부부가 ‘나눠 담기’의 교훈을 잊지 않길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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