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순의 易之思之

▲ 국내 산업 실정에 맞는 표준산업분류표가 필요하다.
산업분류가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산업영역을 구분하는 기준이라서다. 이 기준을 바탕으로 세제지원ㆍ중소기업범위 조정ㆍ기업신용평가ㆍ과세납부 등이 실행되는데, 국내의 산업분류는 제조ㆍ건설업 중심이다. 실정에 맞는 산업분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산업통계는 광업ㆍ제조업ㆍ건설업ㆍ어업 등 산업에 직접 관련된 자료다. 한국의 표준산업분류(KSIC)는 산업통계자료의 정확성과 비교성을 확보하기 위해 작성됐다. 근거는 UN의 국제표류산업분류(ISIC)다.

1948년 제정된 ISIC는 정기ㆍ비정기적으로 재분류 작업을 해왔다. 최근 주목할 점은 문화산업분류의 변화다. 제조업에 포함돼 있던 출판ㆍ텔레커뮤니케이션ㆍ인터넷ㆍIT서비스ㆍ영화ㆍ라디오ㆍ방송활동을 별도로 빼냈다. 서비스업도 새롭게 만들었는데, 예술활동ㆍ스포츠ㆍ박물관ㆍ식물원ㆍ동물원ㆍ레크리에이션 활동이 포함돼 있다. 영화ㆍ비디오ㆍ라디오ㆍ방송산업으로 묶여 있던 것을 콘텐트와 정보통신산업 두 개로 나눈 것이다.

산업분류는 중요하다. 산업영역을 명확히 나눌 수 있는 기준이라서다. 이 기준은 세제지원ㆍ중소기업 범위 조정ㆍ기업신용 평가ㆍ과세납부ㆍ정책자금ㆍ은행대출심사에 필요하다. 자유무혁협정(FTA) 같은 국제통상조약에도 이 기준은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이런 이유로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은 산업분류체계에 문화산업의 구조변화상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문화산업을 효율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반영한 국가는 괄목할 성과를 얻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미국은 상품 무역에서 큰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서비스 무역에서는 2006년 기준으로 816억달러(약 90조원) 흑자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 중에서 영국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경우다. 가장 큰 창조산업 규모를 갖고 있는 영국은 산업활동을 측정할 수 있는 CIPS (Creative Industries Production System)를 개발했다. 영국은 창조산업을 창의성ㆍ기술ㆍ재능을 이용해 지적재산권을 설정ㆍ활용해 부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 부합하는 산업으로는 광고ㆍ건축ㆍ미술품ㆍ골동품ㆍ공예ㆍ디자인ㆍ패션ㆍ영화ㆍ비디오ㆍ소프트웨어ㆍ음악ㆍ공연예술ㆍ출판ㆍ소프트웨어ㆍ컴퓨터 서비스ㆍ텔레비전ㆍ라디오 등 13개가 있다.

우리나라도 산업구조의 변화를 반영해 산업분류를 신설ㆍ통합하고 있다. 2009년 온라인게임소프트웨어ㆍ포털ㆍ인터넷 정보매개 서비스산업을 분류에 반영했다. 섬유 관련 방적업ㆍ석탄화합물 제조업 등 사양산업은 통합했다.

 
하지만 지식산업에 대한 국내 산업분류는 답답한 실정이다. 겉으로 보기엔 제대로 분류된 듯하다. 출판ㆍ영상ㆍ방송통신ㆍ정보서비스는 정보ㆍ문화상품을 생산ㆍ공급하는 산업활동을 포함한다. 그런데 게임ㆍ문화ㆍ콘텐트 분야는 대분류 밑에 소분류에 포함돼 찾기가 어렵다. 첨단기술의 발달과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게임은 소분류에 ‘게임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이라고 분류돼 있다.

영국의 창조산업 분류가 갖는 특성은 ‘양방향’이다. 국내에서 게임산업으로 분류한 것을 영국은 양방향 레저소프트웨어산업으로 표기한다. 문화미디어 소프트웨어부와 통상산업부가 공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산업을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대에 맞는 산업분류가 필요하다. 국제표준산업분류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제조건설업 중심의 산업분류를 실정에 맞게 재조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야 올바른 통계를 바탕으로 세제지원ㆍ중소기업범위 조정ㆍ기업신용평가ㆍ과세납부ㆍ정책자금 및 은행대출심사 등에 필요한 정책을 개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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