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3] 소프트웨어가 경쟁력

제조업체에게 1등만큼 중요한 건 ‘중독성’이다. 매력 있는 제품이 잘 팔리고, 마니아를 양산해서다. 그런데 제품의 매력은 하드웨어(HW) 아닌 소프트웨어(SW)에서 나온다. 국내 스마트폰이 높은 기술력에도 혹평을 종종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혹평을 극복하는 길은 간단하다. SW 사업부문을 육성하는 거다.

▲ 백년대계를 이을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면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도 세계시장에서 우뚝 설 수 있다.
‘세기의 대결’을 펼치는 삼성전자와 애플은 근본이 다른 기업이다. 두 기업을 떠받치고 있는 본바탕이 어떻게 다른지는 목표를 보면 알 수 있다. 애플의 목표는 ‘판매량’이 아니다. 제품을 많이 팔아서 1등하는 것보다 소비자의 패턴에 맞는 혁신을 선사하는 것이다. 애플의 그런 가치는 알찬 열매를 맺었다. 혁신만으로 시장을 열광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세계에 보여줬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삼성전자와는 다른 행보다. 삼성전자는 1등주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두 기업의 과거를 살펴보면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를 알 수 있다. 1984년 애플이 출시한 매킨토시 컴퓨터는 기술면에서 극찬을 받았지만 경영실적에서는 2인자에 머물렀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계인 ‘윈도우’에 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은 매킨토시를 시작으로 소프트웨어(SW) 개발에 힘을 쏟았다. 그로부터 17년이 흐른 2001년 아이팟이 MP3 플레이어 시장을 휩쓸었다. 애플의 돌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모바일 시장에서는 아이폰, 태블릿PC 시장에서는 아이패드를 연달아 히트시켰다.

지속적으로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애플은 실패와 성공을 거듭했다. 그런데 이것이 뜻밖에도 애플에게 약이 됐다. SW를 아우르는 힘이 생긴 것이다. 그 결과물이 ‘OS X’(매킨토시 OS)와 ‘iOS’(아이폰 OS)다.

애플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OS는 다른 종류의 제품과 상호 연계가 가능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이것이 곧 애플의 정체성으로 이어졌고, 애플의 SW는 진화를 거듭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태생 자체가 SW보다는 하드웨어(HW) 중심인 회사다. 액정표시장치(LCD) 액정패널•메모리 반도체 등 HW 생산 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런데 정작 HW를 연동해서 묵는 OS를 만들지 못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의 HW 기술력으로 스마트폰 갤럭시를 만들고도 제품의 매력을 극대화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은 중요한 문제다. 소비자를 사로잡을 중독성이 없다는 건 SW 경쟁력이 약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 마니아가 양산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행인 건 단점을 인지한 삼성전자가 독자 모바일 OS ‘타이젠’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막대한 투자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 사용자에게 OS를 배포한 이후 정기적으로 무료 업데이트를 제공해야 한다.

HW 제조업체가 SW기업으로 변신하기란 어렵다. IT기업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IBM은 100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SW부문을 HW부문의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그러나 IBM은 인터넷 서비스 기업인 구글에게 기술 주도권을 뺏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이 시도는 의미 있지만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삼성은 SW부문을 육성하기 위해선 ‘백년대계를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kkh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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