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란수 하우징쿱 주택협동조합 연구소장

계契라는 게 있다. 함께 돈을 모아 함께 나눠 쓰는 일종의 ‘모임’이다. 내 집 마련이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요즘. 함께 돈을 모아 함께 집을 살 순 없을까. 방법은 있다. 주택협동조합을 통해서다. 국내 첫 주택협동조합 ‘하우징쿱’의 김란수 연구소장은 “뜻만 모으면 양질의 집을 값싸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 합리적인 금액의 살기 좋은 주택 건설을 목표로 하는 주택협동조합이 한국 최초로 설립됐다. 사진은 김란수 하우징쿱 주택협동조합 연구소장.
“전세금 정도의 돈으로 질 좋은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이 꿈같은 얘기를 실현하기 위해 손을 맞잡은 이들이 있다. ‘하우징쿱(Housing Coop) 주택협동조합’의 구성원들이다.

이들의 목표는 중·저소득층에게 양질의 집을 합리적인 금액에 제공하는 것이다. 언뜻 불가능하게 들리지만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혼자 힘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사람들도 공공지원과 협력을 통해 양질의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김란수 하우징쿱 주택협동조합 연구소장(건축사·행정학 박사)은 6월 20일 열린 하우징쿱 주택협동조합 정기포럼(제26차)에서 “주택에 공동체적 가치를 담으면 거주자는 훨씬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높은 주택가격, 주거비의 지속적 상승,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소득 대비 주택가격, 주거의 양극화 심화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동체는 ‘공동목표와 유대를 끈으로 상호작용하는 사람들로 이뤄진 공간’이다. 이를테면 주택협동조합을 말한다.

김 소장은 “주택협동조합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공유하면 심리적으론 주거의 불안정성을 해소해주고 사회적으론 상호부조라는 연결망이 형성된다”며 “경제적으론 각자의 소득수준에 맞으면서도 살기 좋은 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거 말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집은 아직 없지만 서울 마포 성미산 마을의 ‘소행주(소통이 있어서 행복한 주택 만들기)’가 주택협동조합이 추구하는 가치와 가장 많이 닮아 있다”고 설명했다.

소행주는 개인이 감당하던 주택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건축됐다. 설계부터 디자인까지 건축의 모든 과정에 수요자가 직접 참여한 ‘코하우징(cohousing) 주택’이다. 코하우징이란 공동체 생활을 원하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주거단지를 만들어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면서도 생활을 함께 하는 형태다.

김 소장이 이끄는 ‘하우징쿱 주택협동조합’은 건축설계사인 기노채 이사장을 비롯한 건축전문가들과 50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 조합원 500명을 모집하는 게 목표다. 조합가입비는 조합운영경비로 사용하고, 조합원들의 출자금은 토지구입비, 주택건설비, 조합원 대출금에 활용할 계획이다. 김 소장은 “기존의 코하우징 주택은 중산층이 대상이었지만 우리 조합은 저소득층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며 “지자체 등의 협조를 받아 국공유지를 저리低利로 빌려 토지대금을 줄이는 등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주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코하우징(Co-housing)이란?
프라이버시와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면서 이웃과 협동생활을 하는 공동체 주거 단지다. 공동생활시설, 옥외공간 등의 공유 시설이 갖춰져 있어 식사준비·가정관리·육아 등과 같은 일상활동을 공동으로 하며 사회적·경제적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정소담 기자 cindy@thescoop.co.kr | @cindy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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