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억원 회사채 해결했지만 자구책 필요

자금난을 겪던 한라건설에 숨통이 트였다. 정부가 시행중인 ‘회사채 차환발행제도’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8월 27일까지 한라건설이 막아야 했던 회사채는 1100억원이었으나, 회사채 차환발행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갈 길은 멀다. 회사채 차환의 대가로 한라건설은 자산매각비용절감 등의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

▲ 2007년 이후 한라건설은 민간주택사업을 확대했다. 그러나 이후 부동산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올 7월초 정부는 ‘회사채 차환발행제도’를 선보였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의 회사채를 인수해 자금난을 해소해주는 제도다. 차환발생심사위원회(차심위)의 심사를 통과한 기업이 회사채 20%를 우선 상환하면, 나머지 80%는 산업은행 등 금융권이 인수한다.

8월 23일, 한라건설이 그 첫 번째 수혜자로 선정됐다. 8월 27일까지 회사채 1100억원을 막아야 했던 한라건설은 이번 차환발행으로 한숨을 돌렸다. 한라건설은 1100억원 규모 회사채의 80%인 880억원을 은행권으로부터 지원받았다. 

한라건설은 시공순위 19위의 종합건설사다. 2007년 이후 민간주택사업을 확대한 한라건설은 그러나 이후 시작된 부동산 경기침체 바람에 직격탄을 맞았다. 부진한 분양, 공사비 선투입, 공사미수금 등으로 한라건설의 차입금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 4월 한라그룹은 ‘한라건설 구하기’의 일환으로 계열사 만도를 끌어들였다. 만도는 자회사 마이스터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3435억원을 한라건설에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만도 투자자들의 반발이 일었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한라건설에 대한 추가 지원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정몽원 회장의 선언으로 투자자는 안정을 찾았으나 한라건설의 자금줄은 막혀 버렸다. 고민하던 한라건설은 ‘회사채 차환을 해주겠다’는 정부의 손을 잡았다. 이번에 차환발행에 성공함으로써 한라건설이 올해 안에 해결해야 할 회사채는 없어졌다. 현금흐름에 숨통이 트인 셈이다.

이를 자축하듯 한라건설은 얼마 전 국내외에서 잇따라 수주계약에 성공했다. 6000만 달러 규모의 ‘몽골 울란바토르 신 시청사 공사’ 시행자로 선정된 데 이어, 여수해양항만청에서 발주한 ‘여수신항 동방파제 보강공사’를 수주한 것이다. 여수 공사의 수주금액은 225억원이다.

 

물론 공짜는 없다. 회사채 차환의 대가로 한라건설은 자산매각ㆍ비용절감 등의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 분기마다 차심위에 자구계획 이행 실적도 보고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차심위는 조기상환을 통지할 수 있다. 또한 급한 불은 껐다 하더라도 내년에 해결해야 할 회사채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한라건설이 내년에 해결해야 할 회사채 규모는 32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도 회사채 차환카드를 검토할 수는 있지만 장담은 어렵다. 회사채 차환제도 자체가 유명무실론에 휩싸여 있어서다.

이번에 차환발행을 신청한 기업은 한라건설ㆍ두산건설 단 두곳뿐이다. 그나마 두산건설은 심사에 들어가기 전 신청을 철회했다.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음에도 기업에서 차환발행을 꺼리는 이유는 낙인효과 때문이다. 외부에 ‘저 회사 많이 어렵구나’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 차환발행 흥행에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제도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됐고, 회사채 상환이 눈앞에 닥친 기업들은 미리 자금을 마련해 놓은 경우가 많아 신청기업이 적었던 것”이라며 “9월부터는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allint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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