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왕섭의 Brand Speech

▲ 광동제약 비타500은 제품 속성을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해 성공했다.(사진=광동제약 제공)
다른 브랜드를 공략할 땐 단계를 치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경쟁자가 가치 단계에서 브랜드를 관리하고 있다면 경쟁자의 가치를 모방할 게 아니라 구체적 사실인 제품 속성을 공략해야 한다는 얘기다.

브랜드를 제품속성(attribute)→기능적ㆍ심리적 혜택(benefit)→가치(value)의 3단계로 관리해야 한다는 원칙은 선도자냐 후발주자냐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 선도자가 ‘제품 속성 단계’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는 건 당연하다. 선도자가 선점한 제품이라도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지불하면 후발주자도 금세 선도자를 위협할 수 있다. 반면 선도자가 ‘가치 단계’로 넘어갔다면 제품 속성을 기반으로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 추상화된 개념인 가치는 모방하기 어렵기 때문에 후발주자가 선도자의 가치를 벤치마킹했다간 백전백패할 가능성이 크다. 경쟁자의 브랜드가 어떤 단계에 있는지 면밀히 살펴본 후 자사의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는 게 바람직하다. 

‘테이스터스 초이스’와 ‘프렌치 카페’가 커피시장 선도자 ‘맥심’에 도전장을 냈을 때 맥심은 ‘따뜻한 삶의 향기’ ‘잊을 수 없는 사람의 사랑’ 등 가치 단계에서 브랜드를 관리하고 있었다. 테이스터스 초이스는 ‘고품질의 원두’라는 제품 속성과 ‘활력이 넘치는 생활’이라는 가치를 내걸었다. 프렌치 카페는 ‘몸에 해로운 카제인나트륨이 없는 커피’라는 카피로 제품 속성을 차별화하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시장은 프렌치 카페가 맥심에 이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테이스터스 초이스는 시장에서 사라졌다.

‘대한민국 대표 피로회복제’ 박카스가 지배하고 있는 시장에 광동제약이 ‘비타 500’으로 뛰어들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동아제약은 이미 박카스를 ‘피로회복’이라는 가치 단계에서 관리하고 있었다. 때문에 비타 500은 ‘피로회복’이라는 가치에 도전하기보다는 제품 속성인 ‘비타민C 500㎎’으로 차별화를 꾀했고, 탁월한 시장성과를 창출했다. 광동제약은 그다음에야 ‘착한 음료’라는 가치 단계의 브랜드 관리 전략을 내세웠다.

‘피로회복’이라는 가치 단계에서 관리되던 박카스가 폭 넓은 브랜드 확장 범위를 인지해 광동제약보다 앞서서 비타민 음료나 에너지 음료로 브랜드 확장을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시장의 일부는 빼앗겼더라도 선도기업으로서 새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비타 500도 ‘비타 1000’ 등 후발주자의 모방으로 비타민 음료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위협받고 있다. 비타 500의 브랜드를 서둘러 가치 단계로 끌어올려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처럼 다른 브랜드를 공략할 땐 단계를 치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경쟁자가 가치 단계에서 브랜드를 관리하고 있다면 경쟁자의 가치를 모방할 게 아니라 구체적 사실인 제품 속성을 공략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대개 어떤 사람을 만나서 친해지기까지 머릿속에서 개념화 과정을 거친다. 그 사람이 태어난 곳, 출신 학교, 개성, 성격 등의 구체화된 사실을 축적해 그 사람을 추상적 개념으로 정의한다.

연인을 만났을 때를 기억해보라. 그 연인을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졌는가. 그렇지 않다. 분명 구체적 사실이 모여 연인과의 사랑이 이뤄졌을 것이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소비자에게 구체적 제품 속성을 가지고 차별화하고, 그 기반 위에 혜택이나 가치의 추상적 개념으로 확대해야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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