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투스 인수하는 송병준 게임빌 대표

송병준 게임빌 대표가 회심의 카드를 내놨다. 13년간 국내 모바일게임 산업을 이끈 ‘동료’이자 ‘라이벌’인 컴투스를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송 대표는 글로벌 시장 공략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반면 박지영 컴투스 대표는 지분을 매각, 컴투스 경영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의 카드는 ‘신의 한수’였을까.

▲ 송병준 대표는 컴투스 인수를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치열하게 경쟁하던 두 라이벌이 손을 잡았다. 한쪽이 다른 한쪽에 지분을 넘기는 형태다. 라이벌의 장점을 흡수해 성장엔진을 더 빠르게 돌리겠다는 것이다. 국내 모바일게임 산업을 이끄는 송병준 게임빌 대표와 박지영 컴투스 대표의 얘기다.

10월 4일 게임빌은 ‘13년 맞수’ 컴투스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게임빌 측은 “박지영 대표, 이영일 부사장(박 대표의 남편),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21.37%와 경영권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 금액은 700억원. 게임빌은 3주간 실사를 거친 후 올해 말 모든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소식에 모바일게임 업계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2000년 초반부터 국내 모바일게임 산업을 이끈 쌍두마차이자 라이벌인 게임빌과 컴투스가 하나로 뭉친다는 소식만큼 ‘빅 이슈’는 없기 때문이다. 주식시장도 요동쳤다. 인수 후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게임빌의 주가는 10월 4일 5만8000원에서 10월 8일 5만9000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컴투스는 대주주 지분 매각 우려로 7.4% 하락한 2만6650원을 기록했다.

송병준 대표와 박지영 대표는 모바일게임 업계 1세대 CEO다. 송 대표는 2000년 게임빌을 설립했다. 박 대표는 이보다 2년 앞선 1998년 컴투스를 창업했다. 2000년 초반 국내 모바일시장은 피처폰 시대였다. 모바일 게임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모바일게임 업계는 함께 성장을 고민하기 위해 2001년 한국모바일게임산업협회를 설립했다. 송 대표가 초대 회장을 맡으며 주도했다. 박 대표도 회원사로 참여하며 모바일게임 업계의 성장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박 대표는 5년 뒤인 2006년 협회 회장을 맡았다. 이후 2009년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며 모바일게임 시장도 고속 성장했다.

 
그렇게 두 CEO는 국내 모바일게임 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그리고 늘 1, 2위를 다퉜다. 업계에선 성장을 이끈 ‘동료’이자 ‘라이벌’로 여겨졌다. 송 대표와 박 대표는 실제로 같은 듯 다른 성장전략을 구사했다.

무엇보다 두 회사의 경영체제가 비슷하다. 송 대표는 자신의 동생인 송재준 부사장(게임사업 총괄)과 함께 게임빌을 경영하고 있다. 컴투스는 ‘부부경영’으로 통한다. 박 대표와 그의 남편인 이영일 부사장은 함께 회사를 창업했고, 현재 이 부사장은 개발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송 대표와 박 대표가 회사의 큰 그림을 그린다면 각각의 동생과 남편은 게임 부문을 담당하는 모습이다.

게임업계 라이벌의 엇갈린 운명

하지만 두 회사의 전략은 크게 달랐다. 송 대표는 남성적인 성향이 강한 역할수행게임(RPG)에 강점을 보였다. 게임빌의 히트작인 놈ㆍ제노니아ㆍ프로야구 시리즈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반면 박 대표는 테트리스ㆍ폰고도리 등 여성이 좋아하는 소셜네트워크게임(SNG) 개발에 비중을 뒀다. 또한 송 대표가 여러 개발사에 투자하며 퍼블리싱(게임 배급)에도 힘을 쏟은 반면 박 대표는 자체 게임 개발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했다.

송 대표와 박 대표가 치열한 경쟁을 시작한 지 13년이 지난 2013년 10월 현재 두 CEO의 상황은 대조적이다. 송 대표는 컴투스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우며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업계는 움츠리고 있다 한 번에 뭔가를 ‘팍’ 터뜨리는 송 대표 특유의 경영스타일이 이번 컴투스 인수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보고 있다. 박 대표는 컴투스 지분 6.4%와 이영일 부사장의 지분 13.1%를 모두 매각하는 만큼 컴투스의 경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송 대표는 이번 게임빌 인수를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게임빌은 “오랜 기간 쌓아 온 모바일게임 개발, 서비스 노하우 등 양사의 역량이 조화를 이뤄 다각적인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며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양사의 저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1위 모바일게임사로 성장하기 위해 매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게임빌은 2006년 국내 최초로 미국 모바일게임 시장에 진출한 이후 일본(2011), 중국(2012) 등 해외시장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 2분기에는 매출 205억원의 50% 이상을 해외시장에서 올렸다. 올 3월에는 영국 모바일게임 웹진 ‘포켓게이머’가 선정한 ‘2013년 세계 톱50 모바일게임사 순위’에서 12위에 올랐다. 컴투스는 10위를 기록했다.

송 대표의 ‘맞수 끌어안기’ 통할까

특히 게임빌은 독자적인 통합 서비스 플랫폼 ‘게임빌 서클’을 통해 전 세계 3억명이 넘는 유저(고객)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인수하는 컴투스의 글로벌 플랫폼 ‘컴투스 허브’와 게임빌 서클이 공동 운영 또는 통합된다면 그 시너지 효과가 상당히 클 것으로 기대된다.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게임빌이 컴투스를 인수하면 양사의 누적된 이용자 기반을 공유할 수 있고 강점이 있는 게임 장르가 달라 상호 보완이 가능하다”며 “크로스 프로모션 등 마케팅 수단을 통합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게임빌과 컴투스는 모바일 게임업계의 1세대로 통한다.
게임빌은 이번 컴투스 인수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의 부진도 떨쳐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CJ E&M 넷마블,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온라인게임업체의 진출로 시장은 확대됐지만 게임빌은 점유율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빌은 올 상반기 매출 37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기준 업계 1위인 CJ E&M 넷마블(1968억원)의 약 20%에 불과하다. 2위인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1257억원)와의 격차도 크다. 3위는 컴투스(452억원)이고, 4위가 게임빌이다.
 
게임빌이 컴투스를 인수해 규모의 경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너지를 발휘해 이런 상황을 극복한다는 것이다. 2000년 초반 모바일게임 사업을 시작해 업계를 이끌었던 게임빌과 컴투스의 내공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CJ E&M과 위메이드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너지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게임빌의 컴투스 인수가 외형적인 성장에는 긍정적이지만 성장 기반이 비슷한 두 업체가 뭉치면 큰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 박지영 대표가 경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송병준 대표가 컴투스의 인적자원(개발 조직)에 대한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점으로 제기된다. 송 대표가 던진 13년 라이벌 컴투스 인수 카드는 통할까. 모바일 게임업계의 새로운 관전 포인트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brave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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