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한때 비만의 공공의 적은 지방이었다. 요즘은 탄수화물이 살찐 우리 몸의 원흉인 양 뭇매를 맞는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지방과 탄수화물을 비만이나 건강상의 이유로 천하의 역적 보듯 홀대한다. 비만의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방’과 ‘탄수화물’을 황제 다이어트와 연관해 살펴보자.

열량 없이는 인간은 생존할 수 없다. 우리 선조들은 고열량의 음식을 구하려는 노력을 필사적으로 했을 것이다. 열량이 높은 동물의 고기를 먹고 인간의 두뇌가 발달했을 거라는 논리는 일견 설득력 있어 보인다. 열량이 낮은 풀을 먹고 사는 소와 말의 배는 남산만큼 부르지만 그들의 뇌는 상대적으로 발달하지 못했다. 많은 양의 풀을 먹지만 음식물 소화대사에 많은 에너지를 쓴 탓에 두뇌로 가야 할 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논리다.

▲ 고기만 섭취하는 방법으로 살을 뺄 수 있다면 육식을 즐기는 미국인은 모두 날씬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인간이나 육식동물의 뇌는 매우 우수한 편이다. 고열량 음식을 먹은 탓에 음식물을 먹고 소화시킬 때 쓰는 대사에너지를 줄일 수 있었고 그 여력이 두뇌를 발달시키는 데 쓰였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동물을 사냥한다는 것은 인내력과 기술을 동시에 요구하는 일이니 두뇌를 써야 함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황제다이어트, 일명 앳킨스 다이어트는 비만의 원인이 탄수화물이기 때문에 곡물 등 당질의 섭취를 제한하고 육류를 마음껏 먹으며 살을 뺀다는 논리다. 그럴싸해 보인다. 맹수처럼 고기를 즐기는 많은 인간의 호응을 등에 업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육식을 주로 했고 그러고도 건강했다는 논리에 들어서면 뭔가가 수상해 보인다.

탄수화물을 탄소와 물 분자가 결합한 유기화합물로 정의해보자. 지구상이나 우리 주위에는 탄수화물이 가득할 정도로 많다는 얘기다. 탄수화물은 식물체의 몸이 되기도 하고 먹이가 되기도 한다. 식물이 곧 탄수화물이고 탄수화물이 곧 식물이라는 것이다.

식량을 구하는 다양한 방법을 구사하는 과정에서 인류의 두뇌가 발달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 식량의 기반에 탄수화물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었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탄수화물이 비만의 원인이라는 편협한 지식에 사로잡혀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쌀밥 식사를 부정한다면 대체 무엇을 먹겠다는 것인가. 미국 등 몇몇 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 사람들이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사를 하고 살아왔지만 대체로 미국인보다 날씬하다.

앳킨스의 말대로라면 미국인이 가장 보기 좋은 몸매를 유지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체질량지수(BMI) 35 이상의 초고도 비만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미국이다. 맥도널드의 고장인 미국은 왜 양키스타디움의 의자 사이즈를 90년 만에 4인치나 늘려야 했을까. 고인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독자를 위해 다음에도 앳킨스 흉을 좀 더 볼 것이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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