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도 끊이지 않는 수입차 논란

정부가 수입차 논란을 풀기위해 부품비 공개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르노삼성이 사실상 수입차량인 ‘QM3’를 파격적인 가격에 내놨다. 판매ㆍ유통구조를 단순화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수입차 논란’ 해결책은 없는 걸까.

▲ 수입차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비싼 차량, 부품가격, 수리비, 부족한 서비스센터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르노삼성은 11월 19일 유럽에서 2만1100유로(약 3000만원)에 팔리는 QM3를 한국에서 약 20% 저렴한 2250만~2450만원에 판매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수입차의 ‘가격 거품’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르노삼성은 국내 시장에 유럽보다 싸게 팔려고 하는데, 다른 수입차 업체들은 이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은 국내에 공장을 두고, 생산ㆍ판매하는 국내 완성차업체로 분류된다. 하지만 QM3는 글로벌 르노의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된 후 한국에서 수입ㆍ판매되는 사실상 수입자동차에 속한다. 그렇다고 르노삼성이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하겠다고 나선 건 아니다. 이익이 남기 때문에 QM3의 가격을 낮췄을 게 분명하다. 르노삼성이 QM3를 국내에 들여오며 가격을 500만원가량 낮출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답은 판매ㆍ유통구조에 있다.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업체는 수입과 판매를 분리해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내 시장 1위 수입차 업체인 BMW를 예로 들면 ‘독일 본사→한국법인 BMW코리아(수입사)→각 딜러(판매사)’로 연결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비용이 두배로 들어간다. 회사가 두개다 보니 챙겨야 할 이익도 두배다.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수입사와 딜러사가 챙기는 마진은 10~15%로 알려졌다.

 
하지만 르노삼성의 경우, QM3를 르노 본사에서 수입한 뒤 국내 직영점을 통해 판매한다. 딜러라는 유통단계를 줄인 것이다. 당연히 딜러 마진도 없다. 그만큼 차 가격에 붙는 각종 마진을 최소화할 수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내년 7월 인하되는 관세 인하분(4%→2.6%)을 미리 적용해서 가격을 낮췄다”며 “본사(르노) 마진과 르노삼성의 판매마진을 최소화해서 파격적인 가격할인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사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입차 시장은 2012년을 전후해 규모가 늘었지만 여전히 비싼 차량, 부품 가격, 수리비, 부족한 서비스센터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QM3 파격적인 가격의 비밀은…

수입차는 소비자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판매가 늘기 시작했다. 수입차는 2012년 국내에서 13만858대가 판매됐다. 2011년 10만5037대보다 24.6% 증가했다. 올해 10월까지는 13만239대가 팔렸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은 12%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수입차의 규모가 꾸준히 성장해 약 3년 후면 15~20%까지 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연히 수입차 업체의 실적도 올라갔다. BMW코리아는 2010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2012년에는 매출 1조7278억원을 달성했고, 영업이익은 35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 233억원을 기록한 2009년과는 비교되는 실적이다.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폭스바겐코리아는 2009년 매출 5704억원, 영업이익 243억원에서 지난해 매출은 1조5444억원으로 증가했고, 영업이익 역시 522억원으로 늘었다.

▲ 르노삼성이 사실상 수입차량인 ‘QM3’를 파격적인 가격으로 시장에 내놨다. 수입차의 ‘가격 거품’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양적 성장뿐이었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신차 판매보다는 수리 또는 부품 교체 등 사후관리에서 이익을 챙기려고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품ㆍ인건비(공임) 등 수리비를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입차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정부가 나섰다. 우선 부품가격에 메스를 댔다. 수입차 업체는 내년 1월부터 자동차 부품별 가격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올 9월 국회에서 자동차관리법이 일부 개정됨(7월)에 따라, 자동차 제작자가 인터넷 누리집을 통해 최소단위(포장단위)로 부품별 가격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분기별로 갱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부품 가격 정보가 공개되면 수입차 수리비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리비 중 부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5%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품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만큼 수입차의 수리비 거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의 평균부품비는 201만원으로 국산차(42만원)에 비해 4배가량 비싸다. 수리비로 비교하면, 수입차가 국산차에 비해 3~4배 비싸다. 최근 보험개발원이 조사한 ‘자동차 저속충돌 시 수리비 내역’에 따르면, 벤츠 C200의 수리비는 1677만원으로 조사됐다. 반면 국산차인 기아차 K9의 수리비는 386만원에 불과했다. 무려 1200만원의 차이를 보였다.

수리비에 포함되는 인건비는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수입차의 시간당 인건비는 국산차에 비해 2~4배 비싸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자동차 시간당 인건비에 따르면, 국산차의 인건비는 1만~2만원대인 반면, 수입차는 4만~6만원대로 나타났다.

벤츠코리아가 6만8000원으로 가장 비쌌다. 국산차의 경우 견적프로그램(AOS)이라는 객관적인 수리비 산정기준이 있지만 수입차는 각 브랜드가 임의로 수리비를 정하고 있어 들쑥날쑥한 것이다.

수입차의 ASㆍ정비센터도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BMW코리아가 37개의 AS센터를 보유하고 있고, 벤츠코리아가 27개, 도요타코리아 26개, 폭스바겐코리아가 18개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수입차 판매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입차의 AS센터 한 곳이 정비하기엔 차량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벤츠코리아 정비센터 한곳이 감당해야 하는 차량 수는 3600여대고, BMW는 3300여대, 폭스바겐은 2600여대에 이른다. 그만큼 수리기간이 길어지고, 대여비(렌트비)가 증가해 수리비가 올라간다.

 
이 때문에 AS센터와 대여업체 간에 리베이트가 오가며 수입차 수리 기간을 늘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대여비 역시 수입차가 국산차에 비해 비싸다. 보통 AS센터는 차량 수리를 마치기 전까지 같은 모델의 수입차를 소유자에게 대여해 주는데, 수입차 평균 렌트비는 120만원 정도로 국산차의 3.6배에 달한다.

과도한 수리비는 수입차의 보험료 증가로 이어진다. 자동차보험 수리비 중 부품비용은 연간 2조원을 넘어선다. 이 중 수입차보험 부품비용은 22%에 달한다. 그런데 수입차의 평균 수리비는 국산차보다 약 3배 비싼 반면 수입차를 운전하는 소비자가 지불하는 보험료는 국산차 보험료에 비해 1.3~1.7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2012년 사고 1건당 수리비 지급 자료에 따르면, 수입차는 296만원으로 국산차(100만원)에 비해 2.96배 많다. 하지만 수입차의 보험료는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차에 비해 2배가 되지 않는다.

시장 바로잡기 나선 정부, 효과는…

지난해 한 대형 보험사가 수입차 판매 상위 10개 모델과 국산차의 최초 납입 보험료를 비교한 결과, 수입차의 보험료는 국산차에 비해 1.3~1.7배에 불과했다. 신차가격이 6000만원대인 BMW 520d의 보험료(156만2000원)는 현대차 에쿠스의 보험료(99만5000원)의 1.6배였다. 4000만원대 현대차 제네시스(86만8860원)와 폭스바겐CC(146만520원), BMW 320d(128만6777원)의 보험료 차이는 각각 1.7배, 1.5배였다.

수입차 소유자가 사고가 발생할 때 받는 보험 혜택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보험료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손해보험사가 지급하는 수입차 수리비용의 상당 부분이 국산차 소유자가 내는 보험료로 충당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정부가 수입차 논란을 풀기 위해 나섰다. 하지만 큰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논란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개발원은 11월 수입차 보험료를 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동차보험 차량모델등급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수입차의 보험료가 평균 94만2000원에서 104만9000원으로 10만7000원(11.3%)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산차의 보험료는 평균 23만9000원에서 23만2000원으로 7000원(2.9%) 낮아진다.

크라이슬러ㆍ포드ㆍ푸조ㆍ볼보 등 수입차의 보험료가 크게 오르는 반면 카렌스ㆍSM7ㆍ뉴프라이드 등의 국산차 보험료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는 34개 대상 중 32개가 인상되고 2개가 유지된다. 반면 국산차는 172개 중 60개가 인하되고, 인상되는 차량은 32개, 유지 차량은 2개 차종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이번 제도개선ㆍ등급조정으로 위험도에 맞는 보험료 부담을 통해 가입자간 형평성이 보다 제고될 것”이라며 “차량 제작사의 부품가격 인하, 신차 설계 시 손상성ㆍ수리성의 고려 등 수리비 절감 노력도 수반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판매ㆍ유통구조 단순화해야

정부는 이처럼 수입차의 부품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자동차 보험료 체계를 개편하는 등 논란이 되고 있는 수입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큰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논란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딜러판매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 딜러판매 방식은 수입과 판매를 분리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에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엔 이런 분리 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딜러사가 수입사에 얽매여 눈치를 보며 차량을 판매하고, 사후관리(ASㆍ정비) 과정에서 소비자의 등골을 빼먹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차의 판매 채널의 다양화도 필요하다. 해외에서 직접 차량을 들여와 국내에서 판매하는 ‘병행수입’이 거론되는 이유다. 수입사를 거치는 현재의 유통구조를 줄여 그만큼 이익을 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QM3의 가격을 파격적으로 인하한 르노삼성의 판매 방법과 같은 맥락이다. “향후 수입차 업계의 가격 정책에 파란을 몰고 올 것이다.” 르노삼성 측의 말이다. 과연 향후 수입차 시장에 이런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날까.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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