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익숙한 계급·계층의 드라마는 대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에 전선이 형성되고, 그 전선의 전후방에서 갈등과 치열한 전투가 일어난다. 그런데 영화 ‘기생충’에서는 조금 낯선 전선이 형성된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아니라, 똑같이 ‘못 가진 자들’인 기택네와 지하실 남자 사이에서 갈등이 벌어진다.기택의 대를 이어 백수의 세계에 안착한 아들에게는 명문대학에 다니는 부잣집 아들 친구가 있다. 친구는 현재와 미래를 모두 보장받았지만 기택의 아들에게는 현재도 미래도 온통 암울하기만 하다. 열패감이나 질투심에서라도 기택의
시간에 지배당하고 이해관계에 함몰되는 현대인들은 자신만의 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 어깨 근육은 뭉치고 낯빛은 어두워진다. 온몸이 천근만근이지만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 여력도, 여가도 없다. 좁은 술집에서 소주 한잔 기울이는 게 고작인 흙수저 직장인이 상당수다. 대한민국 직장인, 이대로 괜찮을까. 이영기 세계레크리에이션교육협회(WREA) 회장